Novel Finding
대학원을 2003년에 시작했으니 생물학 연구를 주업으로 삼은 지 20년이 넘었다. 나는 기초과학자이자 실험생물학자다. 그러므로 새로운 발견을 갈망하고 그것을 이론만이 아니라 실험으로 규명하는 일이 나의 본업이라 할 수 있다. 지난 20년간 내가 발견한 사실 중 해비급으로 보이는 건 딱 두 가지였다. 하나는 대학원생 시절에, 다른 하나는 최근에 이루어졌다. 오늘도 그 두 번째 발견에 의미심장한 가지를 하나 더 보탤 수 있었다.
고백할 게 있다. 이 두 발견 모두 100% 내 노력과 상관없이 찾아왔다는 것이다. 첫 번째 발견은 내 의도, 가설, 혹은 예측조차도 하지 못했던 사건으로 말미암아 하게 되었는데, 유방암 생쥐 모델을 연구하다가 수컷 생쥐가 비실비실 죽어가길래 검사해 보니 혈액암과 비슷한 질병을 앓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아픈 생쥐들은 공히 유전자가 결핍된 녀석들이었다. 그들이 앓는 질병은 유전자 결핍 때문에 생긴 표현형이었던 것이다. 우연히 찾아온 그 발견은 나의 박사학위 졸업 논문이 되었고 나름 그 분야에서 저명한 저널에 논문을 실을 수 있었다.
두 번째 발견은 공개할 수는 없지만 지금 내가 속한 유전체교정연구단의 단장이자 나의 학부 동기이자 대학원 3년 선배이자 연구에 있어서 스승이라고 여기는 구본경 박사의 연구배경과 내가 미국에서 힘들게 진행해 온 연구배경이 만나 시너지를 만들어낸 열매라 할 수 있는 결과다. 줄기세포와 줄기세포의 미세환경, 그리고 오가노이드에 걸친 무겁고도 강력한 발견이 되리라 기대하고 있다. 재미있는 건 그냥 어쩌다가 해본 실험 결과가 우연찮게 기대와 맞아떨어졌고 (이런 일은 거의 현실에서는 일어나지 않는다,라고 나는 생각한다. 적어도 나의 20년 연구경력을 걸고 나는 이것을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거기에다가 누구나 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조금씩 더 얹어서 실험을 디자인하고 수행했더니 또 예상했던 대로 결과가 떡 하니 나오게 된 것이다. 이럴 수가! 뭔가 일이 갑자기 연속적으로 잘 되면 괜스레 불안해질 때가 있지 않은가. 바로 그 느낌을 최근에 내가 경험하고 있다. 매일 놀라움의 연속이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지 참…
역시 위대한 발견은 어쩌다가 우연의 옷을 입고 찾아오는 것 같다. 미국에서는 답답한 보스 때문에 시간 지연이 많았는데, 이젠 구본경 박사와 함께 하니 즐겁게 연구를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연구에 흥미가 많이 사라지고 있었는데, 참나… 인생 참 알 수 없다. 원하지 않은 순간에 이런 호사가 줄줄이 오다니. 어쨌거나 굴러들어 온 복을 뻥 찰 순 없으니 잘 즐겨볼 생각이다. PI에 대한 마음을 접은 지 오래인데, 이 연구가 예상대로 흘러가면 다시 그것을 고려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인생 내 맘대로 된 적이 한 번도 없다. 인생은 신비다.
#오블완_티스토리챌린지_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