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영웅 Dec 18. 2024

힘을 빼야 할 때

힘을 빼야 할 때


힘을 빼야 할 때를 알지 못하고 낭비하다가 정작 필요할 때 모자라 일을 그르치는 어리석음의 이면에는 자기애가 견고하게 자리 잡고 있다. 자기애는 허영과 허세로 발현되곤 하는데 이 과정에서 거의 모든 에너지가 소모된다. 성장과 성숙 없는 자기 드러냄은 가장 빠지기 쉬운 유혹이자 어떤 이에게는 인생 전체가 되기도 한다. 비극이다. 가지지 못한 채 가진 척만 하며 인생을 탕진하게 되는 것이다. 성장한 척하는 자는 결코 성장하지 못한다.


모든 훈련의 목적은 우물 탈출이다. 헤세의 말을 빌리자면 알을 깨고 나오는 것이다. 자기만의 작은 세상을 벗어나 보다 큰 세상으로 나아가는 과정 모두를 훈련이라 부를 수도 있을 것이다. 알을 깨는 것은 파괴다. 모든 파괴는 고통을 동반한다. 그러나 그러한 과정 없이는 여전히 알에 머물 뿐이다. 결코 아름다운 날개를 달고 날아오를 수 없다. 그 아름다움을 맛보기 위해서는 지난한 고통의 터널을 통과해야만 한다. 당연한 얘기다.


종종 내 의지와 상관없이 힘이 빠지게 되는 상황을 맞이한다. 언뜻 큰 착오나 위기라고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많은 경우 이는 성장을 위한 첩경이 된다. 예측할 수 없는 인생의 신비다. 능동적으로 빼야 했을 힘을 어떤 외부적 힘에 의해 수동적으로 빼앗기게 되는 되는 과정은 어쩌면 disguised blessing의 통로일지도 모른다.


남은 건 믿음이다. 이 길이 disguised blessing이 맞다면, 당면한 고통은 극복하면 될 문제다. 외통수를 맞았을 땐 가치를 따질 수 없다. 믿음이 있기에 극복할 의지가 생기고 현재를 향유할 수 있다. 이것에 초월이다. 초월의 경험이 성장을 이룬다. 알은 깨고 나오는 건 초월이기 때문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