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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름나무 Dec 09. 2020

100일 글쓰기, 드디어 마지막 날!

100일 동안 매일 글을 쓰며 얻은 것들.


2020년 12월 9일



오늘이 바로 그날이다. 9월 1일부터 시작한 '100일 글쓰기 프로젝트'가 끝을 맺는 날! 언제 오나 싶던 그날이 드디어 온 것이다. 100일이라는 시간이 결코 짧지 않다는 걸 몸소 느끼며 프로젝트의 종지부를 찍는 지금 이 순간, 프로젝트를 알게 됐던 그날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그때의 난, 딱 두 생각이 공존했다.


'와, 하면 진짜 도움 많이 되겠다.'

'내가 해낼 수 있을까?'


할까 말까 망설일 때, 나는 주로 친구들에게 물어보는 편인데 역시나 친구들은 내게 '해보라고' 권했다. 할 수 있을 거라고. 하다 보면 다 하게 되어있다고. 그래서 에라 모르겠다, 하고 신청을 했던 올해 여름이 끝나가던 어느 날. 


끝 여름의 다짐 후, 다가온 그다음 계절은 글을 쓰기 딱 좋은 때였고, 나는 내 글쓰기 근육을 키우기에 이보다 더 좋은 시즌은 없겠다고 짐작했다. 그리고 그 짐작이 맞았다. 무엇을 쓸까, 내 안에 있는 어떤 이야기를 꺼내어 보여줄까부터 고민을 한 후, 글을 쓰기 시작한 무렵, 날마다 한 편의 글을 써서 발행하는 일은 분명 쉬운 일이 아니었다. 몇 번의 퇴고가 뭐야, 후다닥 쓰기 바빴던 것 같다. 그마저도 안 써지는 날엔 정말이지, 괴로웠다. 아 오늘은 뭘 써야 하지, 아 쓰기 싫다, 이러면서. 그리고 부족한 뒷심 때문인지 가을이 끝난 후에는 글이 잘 안 써져서 힘들었다. 그러니까 결론적으로 100일 동안 매일 글을 쓰는 건 마라톤처럼 힘든 일이었다. 



겨우겨우 나를 달래 가며 100일 동안 글을 썼다. 성실히 하루에 한편씩 쓰다가, 필(?)을 받는 어떤 날엔 하루에 두 편씩 써놓고 쉬기도 했고, 도저히 안 되겠는 날엔 몇 문장만 적어 프로젝트를 인증하는 곳에만 따로 글을 올리기도 했던, 글로 시작해 글로 끝난 이 나날들. 내가 완주를 하다니.


이 프로젝트를 잘 마친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지만 실은 얻은 것들이 훨씬 더 많아 끝으로 내가 얻은 값진 것들을 나눠보고 싶다.  




1. 글쓰기는 정리이자 치유였고, 확신이었다.  


100일 동안 쓰기에 딱 좋은 소재는 '영국 워킹홀리데이'였다. 그 이야기를 써야겠다고 출발했던 무렵, 나는 왜 영국에 가고 싶었는지부터 쓰고 싶었다. 그러다 나도 모르게 시간은 거슬러 올라갔고, 어디에서도 쉽게 잘 얘기하지 않았던 나의 지난날들이 빈 페이지에 쓰이기 시작했다. 영국에 관심이 갔던 아주 어릴 적 이야기부터 가난, 휴학, 방황, 아버지의 간경화, 수험생, 그리고 간이식까지. 언젠가 한 번은 글로 정리를 해야 했던 과거였고, 그게 생각지도 못했던 이 프로젝트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내 안 어딘가에 흩어져서 숨어만 있던 나의 과거들에게 제목을 붙이고 순서대로 브런치에 꺼내어놓으며 나는, 나의 과거를 정리했다.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았던 어떤 방 하나를 차근차근 청소를 하는 기분이었달까. 그리고 어떤 날엔 글을 쓰며 눈물이 나기도 했다. 지난날의 나에게 미안하고 고마워서, 나는 글을 쓰다 말고 나에게 종종 사과를 하곤 했다. 과연 치유의 시간이었다. 무엇보다 별거 없다고 생각했던 런던에서의 시간들을 글로 옮기며 객관적으로 바라보기도 했다. 그리고 그 시선이 꽤 마음에 들었다. 희로애락이 가득했던 그 시간들이 너무나 나다워서, 그래서 이렇게 잊히지 않는 거라고. 그렇다면 나는 앞으로도 나답게 살아갈 수 있겠다고. 그렇게 확신이 들었다. 그러니까 나에게 필요했던 걸 이 프로젝트를 통해 찾은 셈이었다. 그건 바로 '자기 확신'이었다. 




2. 늘 막연히 생각했던 브런치 북을 만들었다.


런던에 있을 때부터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는데 그게 쉽지 않았다. 의지박약과 게으름과 주저함이라는 허들 앞에 나는 늘 점프를 두려워했다. 그러다 드디어 이 프로젝트를 통해 나는 땅에서 발을 떼었다. 허들을 넘을 수밖에 없는 환경에 나를 두었던 셈이다. 그리고 결과는 아주 만족스러웠다. 아 나도 브런치 북 만들어야 하는데, 말만 하던 내가 드디어 그 게으름의 허들을 넘었던 11월 첫째 날. 두 권의 브런치 북을 발행하며 어찌나 가슴이 벅차던지. 과거의 나를 뛰어넘는 그 순간의 짜릿함은 아마 넘어본 자들이라면 누구나 알 것이다. 


https://brunch.co.kr/brunchbook/overtherainbow1

https://brunch.co.kr/brunchbook/overtherainbow2


어디 게으름뿐인가. 앞으로도 몇 번의 퇴고를 거쳐야 하는 미흡한 글이지만 그래도 '만들었다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걸 깨달으며 나는 '완벽주의'라는 허들도 거뜬히 넘을 수 있었다. 이 두 허들이 아주 가까이 붙어있었다는 것도 절실히 깨달았고. 





3. 구독자가 늘었다.


감사하게도 구독자가 늘었다. 아마 반응이 뜨뜻미지근했다면 글쓰기에 재미를 붙이기는 좀 어려웠을 것이다. 그저 솔직하게 나의 이야기를 써 보자 싶어 썼던 이야기들은 고스란히 나에게 '좋은 반응'을 가져다주었고, 그게 내게는 꽤 소소한 행복이었다. 구독자가 늘고, 좋아요가 생기고, 어떤 글에 달린 따뜻한 댓글에 나는 더 힘이 났다. 이 달리기를 계속해도 되겠어, 하며. 그리고 지금도 나의 미흡한 글에 꾸준히 좋아요를 눌러주시는 독자들을 확인하며 더 좋은 글을 쓰고 싶다고, 앞으로도 성실하게 글을 쓰고 싶다고, 다짐한다. 





4. 글을 쓰는 사람에 더 가까워졌다.


무엇보다 내가 달라졌다. '써야겠다고 생각만 하던 사람'에서 '쓰는 사람'으로 말이다. 오늘 써야 할 글에 대해 떠올리고, 음악을 들으며 흰 페이지에 무작정 써보고, 지우고, 다시 써보고, 읽어보고, 고쳐보고, 커피를 마시고, 겨우겨우 완성해 어울리는 사진을 고르고, 맞춤법 검사를 하고, 발행을 누르고. 그 일련의 행위들이 나를 더 '쓰는 사람'과 가까운 곳으로 데려가 주었다. 그리고 지금, 나는 '쓰는 사람'으로서의 내 모습이 몹시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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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도 지나가버리는 2020년도에 무엇 하나라도 남기고 싶어 시작한 100일 글쓰기. 의지와 의심을 동시에 안은 채 시작했던 이 프로젝트는 안 했으면 어쩔 뻔했을까, 싶을 정도로 내 인생에서 꼭 필요했던 일이 되었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100일 동안 매일 쓰며 내가 얻어낸 것들이 너무나 소중하고 귀해, 이렇게 장황한 글을 남긴다. 


혹시 나처럼 글을 쓰고 싶은데 쓰는 게 망설여지는 이가 있다면, 글쓰기가 아니더라도 무언가를 하고 싶은데 주저하기만 한다면, 나처럼 '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자신을 던져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것만 해도 일단 반은 성공한 거라고, 그리고 부딪혀야지만 내가 얻어낼 수 있는 것들이 있다고. 그 과정을 지나야 만 알을 깨고 나올 수 있다고. 생각보다 더 잘 해낼 수 있을 거라고 말이다. 



덧붙여, 이 장기 프로젝트를 마무리한 기특한 나를 위해 내일은 선물을 사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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