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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d Marine Mar 10. 2021

멜로디에서 가사로 변해가는 인생의 시간들

#. 52번째 이야기

여러분들에게 가장 가슴속에 와 닿았던 노래의 가사가 있나요??


저는 최근 휴일 날 집에서 TV 재 방송을 보던 중 JTBC 비긴 어게인 <오픈 마이크>에서 이영현 씨의  "체념"이라는 노래를 우연히 듣게 되었습니다. 각자마다 마음속에 힐링 송이 하나씩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노래는 어렸을 적 제게도 힘든 시기에 너무나 많은 위로를 해주던 곡입니다. 가사도 그렇지만 멜로디가 참 슬프면서 가수의 목소리가 마음을 달래주는 최고의 노래였습니다.


익숙한 노래이기 때문에 크게 기대는 하지 않고 잠시 보고 있는데 "왜 그랬을까요?" 그전까진 가수의 파워풀하면서도 보이스가 가지는 음색이 좋았다면 유독 그 영상에서는 가사 하나하나가 가슴에 전달되는 기분을 받았습니다. 곡이 끝나고서도 한 참의 여운이 남겨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여러분들도 좋은 음악을 들으면 힘든 마음이 한 결 나아지는 경험을 한 번쯤 해보신 적이 있을 것입니다.


[출처] 사진=JTBC '비긴 어게인' 오픈 마이크

"빅마마 체념"


행복했어 너와의 시간들 

아마도 너는 힘들었겠지

너의 마음을 몰랐던 건 아니야 나도 느꼈었지만

널 보내는 게 널 떠나보내는 게

아직은 익숙하지가 않아

그렇게 밖에 할 수 없던 네가 원망스러워


왜 말 안 했니 아님 못한 거니

조금도 날 생각하지 않았니

좋아한다며 사랑한다며

이렇게 끝낼 거면서 왜 그런 말을 했니


널 미워해야만 하는 거니

아니면 내 탓을 해야만 하는 거니

시간을 돌릴 수만 있다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뿐이야


왜 말 안 했니 아님 못한 거니

조금도 날 생각하지 않았니

좋아한다며 사랑한다며

이렇게 끝낼 거면서 왜 그런 말을 했니


널 미워해야만 하는 거니

아니면 내 탓을 해야만 하는 거니

시간을 돌릴 수만 있다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뿐이야


그래 더 이상 묻지 않을게 내 곁을 떠나고 싶다면

돌아보지 말고 떠나가

눈물은 흘리지 않을게 괜히 마음만 약해지니깐

내게서 멀어진 네 모습이 흐릿하게 보여 눈물이 나나 봐


널 많이 그리워할 것 같아

참아야만 하겠지 잊힐 수 있도록

다시 사랑 같은 거 하지 않을래

내 마지막 사랑은 돌아선 너에게 주고 싶어서


행복하길 바라

나보다 좋은 여자 만나기를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사연 없는 사람은 없겠지만 저에게 이 가사가 왜 이렇게 마음을 울렸는지 생각해보면 아마도 사람에 대한 상처의 굴레를 다 씻어 내지 못한 것, 미움이라는 감정의 마음을 버리지 못한 것, 더 용기 내지 못하는 제 자신과 아이에 대한 그리움이 겹쳐 복잡한 심경이 아닐까 생각해보았습니다. 그러한 영향이 있기 때문인지 가사가 주는 메시지가 더 크게 다가온 것 같습니다. 점점 나이가 들어가고 세월의 무게를 견디고 극복하며 이제는 저의 인생이 멜로디보다는 가사말이 귓가에 들려오는 그런 시기가 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되었습니다. 그래도 짧은 시간이었지만 지친 삶을 위로해 주는 시간이 되어서 참 행복했습니다.


한참을 듣고 난 후 과연 음악이 주는 긍정적인 시그널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정말 많은 분들이 음악을 통해서 마음에 위안을 받고, 때론 음악을 들으며 사랑이 무르익기도 하고, 또 누군가에게는 아픔의 치료가 되기도 하죠. 그래서 음악이 주는 힘은 정말 위대하다고 생각합니다. "한 사람의 인생에서 그 상황에 따라서 또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다르게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이 우리가 음악을 듣는 이유 중에 하나인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도 지치고 힘이 들 때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좋은 장소에서 머무르며 마음을 달래고 좀 더 희망적인 생각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길 또 스스로에게 위안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 한 가지 더 건축가 적인 시각에서 바라본다면 이렇습니다. 저희는 음악을 듣는 것에서 좀 나아가 듣는 장소에 대해서도 고민을 하게 됩니다. 장소(공간)에 따라 사용자에게 전달되는 깊이나 사운드가 다를 수 있을 수 있기 때문이죠. 음악을 듣는 여러 가지 상황들을 살펴보겠습니다.


눈부신 파도가 치는 바닷가가 보이는 "카페" 공간
카페 스피커에서 들려오는 멜로디나 가사를 통해 감정의 극대화를 하기 위해서 카페 주변의 콘텍스트(바다, 산, 풍경)를 찾아 좀 더 집중할 수 있는 공간배치를 계획합니다. 그리고 그 대상을 바라보는 공간에서 창의 크기와 모양을 고민하고 유리 프레임의 간격과 그 재료를 고려하여 음악과 분위기에 취해 몰입될 수 있도록 고민합니다.


웅장한 오케스트라가 있는 대 "공연장" 공간
무대 공간과 객석과의 거리, 관객이 무대를 바라보는 방식 그리고 조명과 스피커의 위치를 고민하여 관객이 더 음악 소리에 집중하며 공연자의 목소리가 전달되도록 고민합니다.


탁 트여있는 "길거리" 공간

도시설계나 건축설계를 할 때 공연자와 사람이 만나는 외부공간을 의도적으로 기획합니다. 버스킹 하는 인디밴드와 스트릿 댄스를 선보이는 예고생 등 다양한 거리 예술가가 활동할 수 있는 무대 크기와 사람들의 이동 동선과 머무르는 공간의 크기에 고민합니다.


가로등 불빛이 비추는 야경을 보면서 하는 드라이브 "차"라는 공간

도시의 풍경을 만드는 건축물의 역할을 위해서 공동주택과 같은 연속된 파사드를 지향하고 다체 로울 수 있게 계획해야 하며, 야간경관 및 조명 등을 만들어 음악과 도시 사람이 밀접하게 연결될 수 있도록 그 디테일에 대해서 고민합니다.


수많은 장소가 내/외부를 가리지 않고 대중과 음악이 소통한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오페라 하우스 및 공연장 설계, 공간을 기획할 때 사용자를 위한 장소를 만들기 위해서 즐거운 고민을 더 많이 해야겠습니다.




NOTE
가사, 위로, 생각, 건축까지 이어지는 키워드를 정리하고 글로 표현하며 좋은 시간을 보내고 기록했습니다. 저에게 있어서 '음악'은 인생을 살아가는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음악을 통해서 많은 것을 얻었고 (위로, 용기, 힘, 감동, 기쁨) 이 모든 것에서 말이죠. 저는 멜로디뿐만 아니라 가사에게서 받은 느낌을 바라보았고, 많은 분들과 이 글을 공유해보고자 합니다. 그래서 음악과 글을 통해 누군가는 다시 살아갈 용기를 얻고, 누군가는 따스한 위로를 받고, 누군가는 자신의 곁을 지켜줄 그 누군가가 생기길 진심으로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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