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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d Marine Jul 08. 2023

습관적 끈기와 이성적 끊기의 사이에서

#. 64번째 이야기

얼마 전 회사 후배(올해 첫발을 내딛는 신입사원)에게 멘토로써 조그마한 책 선물을 하나 주고 싶어서 서점으로 향했다. 여러 신간 코너들을 돌아보던 중에 발길을 멈추게 한 한 권의 책이 있었는데, 그 책은  바로 유영만 저자의 '끈기보다 끊기'라는 제목의 책이었다. 신입사원 후배의 입장에서 어떤 글이 직장생활의 힘이 될까 생각하다가 불현듯 두 단어가 한 문장 안에 있었고 어쩌면 새롭게 시작하는 그 친구의 상황과 과감한 결단이 필요한 나의 상황 같다는 엉뚱한 생각에 책을 구매하게 되었다.


끈기라는 말도, 끊기라는 말도 굉장히 흔하게 사용되고 익숙한 단어지만 글자의 받침 하나로 전혀 다른 방향의 이야기로 전개될 수 있다는 것에 책의 표지를 한 참 바라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의 확장을 해보았다.




습관적 끈기 때문에 이성적 끊기를 하지 못해
스스로가 괴롭거나 힘들었던 적이 있을까?

최근 건축가로서 항상 해왔던 일이 참 어렵고 힘들게 느껴지는 순간이 점점 많아진다는 걸 느꼈다. 많은 직장인들이 그렇듯 오랜 시간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여러 가지 복잡한 감정과 마주할 때가 자주 있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우리는 대부분 성공을 하기 위해 사회나 학교에서 부추기는 경쟁적인 분위기에서 자랐고, 격동의 시절을 겪은 부모님에게 받은 영향들 때문인지 '끈기'라는 단어는 무의식에서 항상 마음가짐 속에 세기며 무엇이든 헤쳐나가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살았던 것 같다. 다행히 그 결과로 인해 사회에서 전문적인 집단에서 적지 않은 경력을 쌓을 수 있었고 지금까지 건축인의 한 사람으로서 성장한 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오랜 기간 직장인으로 살아가고 천천히 나이가 들어가면서 이러한 ‘인내하는 사고방식’이 습관적으로 자리 잡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쩌면 무리한 요구나 옳지 않은 상황을 암묵적으로 묵인하며 나 자신이 정체되어 병들고 지쳐가는 소리를 무시한 채 앞만 보며 달려 나가는 일들이 반복되는 건 아닐까? 어느 순간부터 무작정 버티고 버텨보자라는 마음가짐은 절대로 나에게 도움이 되지 않았고 '끊기'를 해야 할 타이밍을 놓쳐 더 큰 관계의 단절과 회복할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받아버렸다. 그래서 무조건 적으로 ‘끊기’가 좋다고는 할 수 없지만 책의 내용을 바탕으로 생각해 보면 ‘안 되는 건 안 되는’ 건데, 그때 멈추어야 했는데 하는 많은 일들이 나의 일상에서 종종 발생되고 있기 때문에 더 마음도 몸도 상하지 않도록 곧 나 스스로가 결단을 내려야 했다.  나는 얼마 후 결국 [직장에 신입사원으로 들어와 많은 분들이 떠나고 혼자 남은 지난 10년이 넘는 시간을 과감히 ‘끊기’를 하기로 결심했다 / 새로운 매거진으로 글쓰기 예정] 그만두는 것으로 얻어진 시간과 노력을 더욱 가치 있는 일에 활용할 예정이다.


나는 심리적으로도 ‘끊기’를 부정적인 시각과 패배주의적인 관점으로 바라보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예전에 끈기와 노력의 상징적인 복서 무하마드 알리의 일대기를 찾아봤는데 제때 권투를 그만두지 못해 파킨슨 병을 얻게 되었다고 하여 나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고, 또한 에베레스트를 오르는 등반하는 산악인들도 정상에서 내려올 때 사망자율이 8배나 더 높기 때문에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을 들인다고 한다. 그래서 긍정적으로 끊어야 할 정확한 이유와 목적을 생각해보려고 한다. 이러한 영향이 책 속에서 저자가 이야기하듯 ‘습관적 끈기’보다는 ‘이성적 끊기’를 통해서 많은 상황과 관계에서 좀 더 선택과 집중으로 오히려 더 새로운 건축가로서의 인생과 오늘의 행복을 위한 하나의 선택이 되었으면 좋겠다. 지금의 나의 시기는 성장보다는 성숙한 사람을 꿈꾸기 때문이다.


건축가적 시점에서 바라보는 끈기와 끊기는 어떤 관점에서의 해석이 가능할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건축가가 되기 위한 ‘끈기’와 건축가가 되고 난 후 ‘끊기’로 나누어 봤다. 건축가가 되기 위해서는 굉장히 오랜 시간의 끈기가 필요하다. 5년이라는 시간 동안 역사, 이론, 구조, 설계, 재료, 시공, 법규는 물론 통계, 물리 등 많은 과목의 대학교 과정을 이수하고 사무소에서 3년이라는 건축실무과정을 얻어야만 건축사자격시험 응시 자격이 주어지고 지금은 년 2회에 치러지는 시험을 봐서 합격을 해야 비로소 국가공인자격증인 건축사가 된다. 어림잡아도 최소 8-10년의 과정을 인내와 끈기로 버텨야만 이룰 수 있는 길이다. 건축가가 된 후에도 사람을 위한 디자인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생각을 계속해서 확장하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에 자기가 가지고 있는 한계를 끊어버리려고 굉장히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왜냐하면 건축가는 사회와 문화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직업이다. 많은 책임감과  노력 그리고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어 사람들의 행복과 안전을 지키는 건축가가 되고 싶다.


이렇게 우연한 계기로 얻게 된 ‘끈기‘와 ‘끊기’라는 단어는 많은 생각과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지금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후배에게는 ‘끈기’의 중요성을 새로운 시작을 하는 나에게는 ‘끊기’라는 관점으로 이 글을 나누고 다시 만나 서로 이야기하며 소통하는 시간을 더 가져보도록 할 예정이다.




NOTE
결국 어떻게 보면 우리의 인생에서 끈기와 끊기는 서로를 밀고 당기는 줄다리기의 연속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어느 한쪽만 고집하기보다는 시기와 상황에 맞는 대처를 하는 현명함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많은 분들과 이야기 나누며 삶의 다양한 상황에서 힘든 선택에 기로에 있는 분들에게 작은 공감이 되셨기를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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