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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d Marine Aug 08. 2023

내 커리어의 호흡기를 떼기로 했다

[1화. 마침표_퇴사를 하기로 결심하다]

[INTRO]

모든 직장인들의 마음속에는 자기만의 사직서를 하나쯤 품고 있지 않을까? 전부다 알 수는 없지만 일일이 나열할 수 없을 만큼 그 이유도 상당히 다양할 것이다. 나도 입사 초기 때부터 언제 일을 그만두어야 할 상황과 그 이유를 분명히 정했었던 기억이 있었는데 많이 흐릿해졌다. 지금은 약 12년 정도의 직장생활을 이어오면서 수없이 많은 난관을 거쳤지만 현실적으로 발전하지 못하고 정체되어 시간만 쌓여가는 게 아닌지 너무 힘들었다. 또한 이제는 너무나 긴 근무시간이 체력적으로도 어렵다는 생각 때문에 아쉽지만 과감히 '내 커리어의 호흡기를 떼기로 했다.' 


물론 상당히 오랜 시간 동안 건축가의 길을 걸어오면서 힘든 일만 있었다고 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나는 좋은 팀원들과 많은 사람들에게 작지만 의미 있는 공간을 계획하였고, 국내 여러 도시에 다양한 건축물을 만드는 일을 하며 보람과 희열을 느끼는 순간도 정말 많았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건 내가 선택한 이 직업과 이 일을 너무나 사랑한다는 걸 알았기 깨달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회사 생활은 정말 불특정 다수가 서로 간에 이해가 되지 않는 수많은 상황을 견뎌가며 생활해야 하는 집단이다. 그것을 이해하고 공감하며 존중하기에는 내가 너무나 부족한 사람이라는 걸 이제야 알게 되었다. 관계의 어려움도 있었지만 나 스스로가 나에게 기회를 준 회사에게 최선의 집중력을 내기가 어려웠고, 더 이상 버틸 수 있는 여력이 없다고 판단하여 경력의 단절이라는 것이 두렵지만 지난 20대부터 30대가 저물어 가는 나의 인생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나는 2번째 직장을 다닌 지 1년 7개월 만에 퇴사를 결정했다. 첫 직장에서의 10년에 비하면 턱없이 짧은 커리어를 남기게 되었지만 나에게는 어떤 회사에서 얼마만큼의 기간은 크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건 나의 선택에 의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하였고 또 주어진 건축가의 소명을 다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항상 야근, 철야의 연속인 길고 긴 프로젝트 속에서도 '오늘 하루 나에게 주어진 업무에 대한 집중력을 최대한 높여 할 수 있는 최선의 디자인을 만들자'라는 마음가짐은 나 스스로와의 약속이었다. 그 이유는 언제 그만두어도 후회하지 말자는 내 가치관 덕분이다. 사회생활과 수많은 책임감 있는 많은 선배들에게서 받은 선한 영향이 나에게도 자리 잡은 것 같다.


하지만 어딜 가나 사람에 의한 어려움과 힘듬은 존재하였다. 서로 간에 가치관과 받아들이는 이해의 차이에서 나온 결과였던 것 같다. '이용만 하려는 자, 방관하며 묻어가려는 자, 이기적인 자' 에게서 받은 상처는 오랜 시간 동안 깊은 마음의 균열이 발생했고, 마침 갑작스럽게 닥쳐온 시련이 기폭제가 되어 더는 견디지 못했다. 나의 상태가 온전히 프로젝트를 이끌고 갈 수 없을 만큼 버겁다는 걸 느꼈고, 밤낮없이 너무나 고생하는 팀원들에게 개인적으로 해결해야 할 나의 가슴 아픈 문제들 때문에 최선을 다할 수 없다고 생각하니 빠르게 판단이 되었고 감사하게도 상당기간의 휴직을 권유해 주셨지만 정확히 퇴사를 하고 나의 환경을 새롭게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야 내가 건강한 어른으로 또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다고 믿었다.


각자의 선택은 종중 받아야 하고 그에 따른 책임은 스스로 짊어져야 한다

그러나 퇴사는 그렇게 편하기만 한 일이 아니다. 한 4주간의 퇴사를 위한 절차를 받아야 했고, 나를 지금의 회사로 이끌어 주신 본부장님(전무님)에게 말씀드리면서 계속되는 면담과 설득 과정에서 나의 상황에 대한 이해를 구하는데 2주가량이 흘러버렸다. 다시 파트장님(사장님)에게 호출되어 수 차례의 면담이 반복되며 또 1주가량이 흘렀고, 어렵게 어렵게 나의 상황을 이해해 주시고 내가 내린 선택을 존중해 주셔서 결국 회사 내부적으로 처리해야 할 행정적인 결제를 다 받는데 1주가 지나고 결국 그동안 사용하지 못한 남은 연차 19일을 다 소진하고 회사문을 나오게 되었다. 거진 두 달여간의 힘들고 어려운 시간을 거쳐 비로소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되었고, 그렇게 나는 20살부터 시작해 온 건축가의 길과 잠시동안 헤어지기로 했다.


호흡기를 떼기 전에 나는 재 충전의 기간을 정한 건 아니지만 잠정적으로 약 6개월 정도를 생각하며 간략하게 몇 가지 대안을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첫 번째 충분한 시간 동안 내 마음의 아픔을 그리고 내 삶의 추억을 정리하기 [물건 버리기, 집 이사하기...

두 번째 건축이 아닌 그동안 생각만 하고 하지 못했던 일들을 경험할 시간 [한 달 살이, 2종소형 자격증...

세 번째 다양한 자격증과 운동을 통해 더 건강한 신체를 만드는 것 [레스큐 다이버, 체지방 7%...

네 번째 전 세계를 돌아보며 각 나라의 도시를 돌아보며 영감 얻기 [이집트, 팔라우, 이탈리아, 스위스...


어떻게든 내 인생에서 둘도 없는 이 시간을 행복하고 의미 있게 보내고 싶었다. 20살 때부터 정말 쉼 없이 달려왔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내가 항상 꿈꾸었던 길을 걷기 위해 좋은 커리어와 전문적인 능력을 쌓아가며 좋은 동료들과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기 때문에 그 긴 시간을 버텨왔다. 그래서 더욱더 긴 시간 동안 이 선택이 맞는지 고민했던 것 같다. 수 없이 많은 것들을 내려놓아야 했고, 사회적인 인식도, 경제적 상황 등 고려해야 할 일들이 너무나 많았지만 온전이 나 자신을 위해서 용기를 내기로 했다. 훗날 이 시간이 나를 살아가게 할 힘이 되길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현실을 도피하고자 무작정 회사를 그만두는 것을 권유하고 싶지는 않다. 나도 6개월 이상 충분히 시간을 가지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를 먼저 정리했다. 그리고 미래에 대한 여러 가지 시뮬레이션을 돌리며 수도 없이 많은 옵션과 선택지를 준비했다. 특히 경제적인 부분에서도 월급의 최소 6개월 정도 되는 자금도 확보를 해놓았기 때문에 좀 더 과감한 선택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충분히 고민하고 많은 분들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자.


결국 선택은 내가 하는 것이다. 준비가 되었다면 나를 위한 최선의 선택에 후회가 없도록 깊이 생각하고 빠르게 행동하자.




NOTE
적지 않은 나이에 회사를 박차고 나오는 것이 누구에게는 너무나 어려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행복하게 살아간다는 것을 더 느껴보기 위해서는 항상 해왔던 것, 항상 가던 곳이 아닌 새로운 환경에 놓여 인생의 소중한 경험과 새로운 만남은 더 멋진 우리 인생의 하나의 조각퍼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자기 자신만의 퍼즐을 조합하여 고유의 빛을 가진 사람이 되기를 언제나 응원하도록 하겠습니다. 댓글과 이메일, 디엠으로 각자의 퇴사고민을 이야기 해주세요. 진심으로 소통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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