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는다는 것
난 어릴 때부터 글을 썼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내가 그걸 좋아해서 한건지 아니면 내가 할 수 있을 것 같은 유일한 일이여서 그랬는지는 잘 모르겠다. 당연히 글을 쓰는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대학을 진학했다. 좋아하는 건 취미로 해야한다며, 글을 쓰면 평생 가난하게 살아야할지 모른다며 반대하던 부모님. 그때 말 좀 듣고 공부 좀할 걸, 이라며 한두번 후회하는게 아닌 요즘이다. 그때 쓴 사교육비 값어치만 했다면 지금쯤 부모님께 그 돈 다 갚았을텐데. 사람은 기술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 요즘 나의 철학.
그렇게 난 문예창작과에 진학을 했다. 전국에 글 좀 쓴다는 친구들이 다 모인 상황에서 시인이 되겠다고 큰소리치던 나는 꿈을 잃어갔다. '아, 저런 애들이 예술을 해야하구나.' 라는 생각과 함께 난 돈을 좋아하는 사람이기에 예술하며 살기는 글렀다고 생각했다. 초반에는 학교생활도 열심히 참여하고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모든 흥미를 잃고 그냥저냥 학교에 출석하는 학생으로 나머지 학년을 채워나갔다. 학교를 졸업하고는 당장하고 싶은게 없어서 남들 한다고 따라서 대학원도 진학했었다. 대학원을 다니며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기도 했었다. 대학원 수업을 들으면 들을수록 이 길이 아니라는걸 뼈저리게 느꼈다. 그렇게 난 대학원을 자퇴했다. 언제든 돌아오라던 교수님. 교수님, 언젠간 돌아갈 수 있겠죠?
반년간 학생들을 가르치다 드디어 내 인생의 혼란의 시기가 찾아왔다. 바로 오랜 연인과의 이별. 그 후 H와의 만남. 그녀의 응원덕에 사진 찍는 취미를 다시 시작했고 여행을 좋아하니 여행업에 도전을 해보자, 라는 생각으로 프라하로 떠나게 되었다. 모두가 부러워하던 프라하에서의 삶. 따지고 보면 너무 좋았던 시간들인데 그 당시는 왜 많이 즐기지 못했고, 나 자신을 챙기지 못했는지. 인간은 후회의 동물이라고 하더니 나를 보며 하는 말이었다보다. 여행이 좋아 여행사에서 일을 했는데, 여행하는 사람들을 도와주다보니 정작 내가 여행가기 좋은 시기에 여행을 갈 수 없었다.
유럽을 경험했으니 아시아를 경험해 나의 경력을 넓히겠다는 큰 꿈을 가지고 베트남으로 떠났다. 마사지 받은 것과 일한 기억 밖에 없는 나의 베트남 생활. 딱히 마음을 나눌 친구가 없어서 더 힘들었던 것 같다. 난 그렇게 여행이 좋아 시작한 일에 진절머리가 나 한국으로 돌아왔다.
한국에 돌아와서 틈만 나면 했던 일은 사진을 찍는 일이었다. 타지에 있다보니 여기도 그립고 저기도 그립고 하다못해 집앞 골목길마저 그리웠다. 난 골목길 하나하나 모두 사진에 담았다. 그런 사진을 사람들이 좋아하기 시작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우리에게는 익숙하기 때문에, 외국인에게는 특이하기 때문에 좋아하는게 아닐까. 주변 사람들이 사진을 전문으로 할 생각이 없느냐고 종중 묻는다.
"좋아하는 일을 또 잃기가 무서워 지금은 하고 싶지 않아." 라고 답한다. 좋아하던 것들을 싫어하는 기분을 아는가. 이것만은 자신있고, 이것만은 계속하고 싶은 열정이 가득해 오랜 시간 꿈꿔왔는데 업이 되는 순간 그 꿈이 점점 사라지고 쳐다보기도 싫어진다. 분명 누군가는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아 행복할 것이고 축복일 것이다. 나의 접근법이 좋아하는 것을 지키기에 틀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모두 제각각의 성향이 있는 법. 나에게 좋아하는 것이란, 돈에 구애받지 않고 온전히 즐길 수 있어야 하는 것이지만 어떻게 일과 돈을 따로 생각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여전히 꿈꾸고 있다. 아주 먼 언젠가는 사진을 공부하고 사진을 찍으며 사는 삶을 살아보고 싶다는 것을 말이다. 우리 모두 언젠가는 하고 싶은 일만 하며 살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라며, 행복만 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