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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사 Sep 16. 2022

남의 나라에 산다는 것

내 한 몸 누울 곳 없으랴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발급 받는 방법은, 각 나라 마다 다른 절차를 가지고 있는데 덴마크의 경우 그리 까다롭거나 높은 수준의 탈렌트를 요구하진 않는다. 은행과 보험사 등에서 준비해야할 서류들과 한 차례의 인터뷰, 그리고 기다림 정도랄까? 영국이나 아일랜드의 경우 매해 비자 발급이 가능한 정원이 정해져있어 몇몇 나라들은 워홀 비자 발급이 쉽지 않다는 얘기를 들었다. 아는 동생의 경우 아일랜드 워홀 비자 발급에 2년이나 실패하기도 했었다.


덴마크의 경우 우선 노르웨이 비자센터에 방문 예약을 하고, 접수 수수료, 비자 신청서, 여권사진, 은행 잔고 증명서, 영문 보험 증권, 편도 또는 왕복 항공권 등의 서류가 준비되면 비자센터와 약속한 방문날 간단한 인터뷰를 시행한다. 비자 발급 목적이 무엇인지, 덴마크에 아는 사람이 있는지, 가서 어떻게 지낼 계획인지 정도의 아주 간단한 질문들을 하고, 인터뷰는 대게 한국어로 진행된다. 나의 경우는 2017 9 6일에 국을 하였는데, 준비는 6 정도부터 시작했던  같다. 3개월이면 비자 발급으로는 충분한 시간이라고 판단된다.


이렇게 덴마크 워킹홀리데이의 비자 발급은 생각보다 쉬운데, 문제는 그 다음부터다. 실제로 1년여간 지낼 덴마크에서의 숙소와, 벌어먹고살 Job. 이 두 가지가 계획처럼 되지 않기 때문이다.


워킹홀리데이를 결심하면서부터 나의 초록 검색창에는 항상 '덴마크 집 구하기'가 따라다녔다. 코펜하겐 렌트 관련 네이버 카페, 페이스북 모임 등에 가입을 하고, 경험자들의 블로그를 통해 다양한 정보를 습득하였다. 하지만 아무리 아는게 많다한들 그 또한 그저 인터넷 세상에 불과할 뿐이니 잠깐 동안은, '그래 코펜하겐 하늘 아래 설마 내 한몸 뉘울 방 하나 없을까' 싶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계획 없이 도착해 남의 나라 길거리에서 잘 순 없는 노릇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덴마크는 각국의 유학생과 노동자, 이주민들로 넘치는 곳이라 세입자 상대로 크고 작은 스캠(사기) 스캔들이 큰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었다. 여러 세입자들에게 이중으로 계약을 한다던지, 미리 계약금을 주고 나니 연락이 두절되었다던지...등 또한 그런 문제에 휘말리지 않더라도 작은 땅덩어리에 워낙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곳이라 현지에서 집을 구하는 것이 일주일이 될지 몇 달이 될지 모르는 일이었다.


위와 같은 관계로 나는 보증금 후지급 형태의 구두 계약이 가능한, 그런 성인군자 같은 임대인이 있는지 알아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덴마크 내에서 자주 애용된다는 웹사이트 두 곳에 가입을 해보았는데, 내가 원하는 형태의 집이 없을 뿐더러, 간혹 가다 괜찮은 집이 나오더라도 세입자간 경쟁이 피가 튀었다. 게다가 2주 후부터는 웹사이트 가입비를 지불해야 해 나는 다른 방법을 찾기 시작해고, 생전 처음 방문하는 타지에서 1년여간 지낼 집을 위해 나는 특히 아래의 사항들이 충족되길 바라였다.


      1. CPR 발급이 가능한 곳일 것

     2. 월세가 4,000DDK(한화 약 70만원)를 넘지 않을 것

     3. 함께사는 집주인이 여자일 것

     4. 집의 상태가 청결할 것

     5. 동네가 비교적 안전한 곳일 것

     6. 근처에 도서관이 있을 것


그러던 어느날, 시세 파악을 위해 눈팅용으로 가입했던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어느 게시물이 눈에 띄었다.


      - 글쓴이: Karina Infantino (여성, 40대)

      - 원하는 세입자: 깨끗한 여성 세입자 구함

      - 위치: Albert Slund

      - 크기: 12평 남짓

      - 월세: 4500 DDK

      - 비고: 딸이 살던 방


게시물 속 방의 사진이 너무도 마음에 들었다. 특히 딸이 살던 방이라는 점이 좋았고, 창과 방이 크고 넓은 점, 큰 티비와 소파까지 있어 스튜디오 같은 느낌이 무척 끌렸다. 기존에 생각했던 월세보다 500크로네 정도가 초과되는 금액이었지만. 계약만 할 수 있다면 그 정도는 감당해도 되겠다 싶어 카리나에게 메세지를 했다.



Karina의 집은 Albert Slund라는 곳에 있으며 코펜하겐 중심까지는 지하철로 20분이 걸리는 거리에 위치해 있었다. 집은 단독주택으로 현재 카리나 혼자 살고 있으며, 1층은 본인이 쓰고 2층에 방 두개는 세입자에게 세를 주었던 듯 했다. 나는 Karina가 내놓았던 큰 방에 관심이가 연락을 했고, 카리나는 그 집은 이미 다른 한국 여자가 보러 오기로 예약되어 있다며 그 방에 맞은편 작은 방은 어떻냐고 물어왔다. 작은 방이 좁긴해도, 월세가 1500크로네 차이가 낫기 때문에, 나는 작은 방도 나쁘지 않았지만, 혹시라도 어나더 코리안 걸이 큰 방을 계약하지 않는다면 꼭 먼저 얘기를 해달라고 했다.



그리고 그 방은 내가 살 운명이었는지 그 어나더 코리안 걸은 카리나와 계약을 하지 않았다.

나는 카리나와 화상채팅을 통해 처음으로 서로의 얼굴을 마주하였고, 카리나는 내가 살게될 방을 보여주며 이런 저런 설명을 해주었다.


지금 와 생각해보면 카리나는 내게 은인이었다. 따로 계약금을 걸지 않고 2주가 넘는 시간을 나를 기다려 주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녀는 내게 작은 방에 포르투칼 여자 한 명이 계약 했다는 소식을 전해주었다. 한 집에 덴마크, 대한민국, 포르투칼 출신의 세 여자가 사는 모습은 어떨까. 나는 상상만으로도 설레었다.


예상보다 순탄하게 집을 구해 한 켠으로는 마음이 놓였고, 워킹홀리데이 이거 마 뭐 별거 아이네~ 하는 기고만장한 우쭐함은 아마 이 때생겼던 것 같다.  


앞으로 덴마크에서 머선일이 닥칠지도 모르고 나는 마냥 행복한 마음으로 출국일을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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