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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연일 Apr 12. 2021

또 만나자, 벚꽃

평소와 다른 인사



 아름다워서 간직하고 싶은 순간이 있다. 벚꽃이 피는 무렵은 매일 매일이 아쉽다.


   넘게 일주일에   필라테스를 가고 있다. 집에  때는 뛰어서 온다.   전에는 독일 앱인 ‘프리레틱스 썼었는데 이번에는 ‘런데이라는 국산 앱을 쓰고 있다.   뛰었다 걸었다를 반복하는 인터벌 방식이다. 걷는 와중에는 어김없이 폰을 들어 벚꽃을 찍는다. 바람이 불면 우수수 벚꽃잎이 흩날린다. 감탄하다가도 떨어지는 꽃잎들이 아까워 울상이 된다. 그래도 내가 사는 곳은 서울보다는 벚꽃이 늦게 피는 편이라 지난 비에도 벚꽃이 살아남았다. 만약 다시  비가 온다면 그때는 여지없이 꽃잎이  떨어질 것이다. 일기예보를 보지 않아도, 30 살았다고 벚꽃이 지는 시기는 대충 예상이 된다. 4 10일쯤이면 벚꽃은  지게 되어있다.  언저리엔 항상 비가 내린다.      

          

 맑은 햇살과 파란 하늘. 기분 좋은 바람과 연분홍빛 벚꽃.  완벽한 조합을  년에 2주가량 정도만 즐길  있다니! 정말 가혹하다. 살면서 60 정도는 벚꽃을   있는 걸까. 평균 수명이 80년인데 너무 어릴 때는 봐도 기억에 없고, 너무 늙으면 기운 없어서    같다. 그만큼  거란 보장도 없고. 나는 하루하루  즐기면서 살고 있는 걸까 하는 의문도 든다. 이상하게 작년 가을쯤부터  인생을 되돌아보게 됐다. 나만큼 태평하고 철없는 인간도 드물 거라 생각했는데. 서른은 서른인가보다. 며칠 전까지 벚꽃이 지는  보면서 이런 서글프고 쓸쓸한 생각을 했었다. 원래  글은 4 8일에 끄적였던 글이다.    

           

 하지만 ·· 연달아 여러 친구를 만나고 나니  마음이 달라졌다. 친구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버티며 애쓰고 있었다. 소중한 이를 걱정하고. 꿈을 위해 달리고. 닿고 싶은 이에게 닿기 위해 소통하는  멈추지 않고. 두려움, 불안, 병마와 싸우고.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산다는  그냥 사는  아니었다. 어쩌면 다들 이렇게나 열심히 사는지. 눈과 비를 맞고, 가뭄에 마르고, 온갖 자동차 매연을 들이켜도 다음 해면 눈이 부시게 꽃을 피워내는 벚꽃처럼 말이다. 생명력 生命力.  힘과 애씀에 눈물이 나올 것만 같다.

 

 매년 벚꽃이 질 때마다 속으로 '안돼! 가지마, 벚꽃!' 하며 절망하던 나는 이제 없다. 올해는 벚꽃에게 다른 인사를 해주고 싶다. 고맙다고. 내년에도 또 꽃을 피워줘서 너무 고맙다고. 살아있어 줘서 고맙다고. 그 자리에 있어 줘서 고맙다고.   

             

 내년에도 또 만나자, 벚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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