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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함콩 Sep 06. 2023

자업자득

뚜둑.


순간 허리에 번개가 내리친 느낌이다. 아.... 망했다. 벌써 두 번째다. 허리 삐끗한 게 작년 말이었는데, 1년도 안 돼서 또다시 허리를 다쳤다. 허리는 한 번 다치면 만성적이라고 하던데. 아픈 허리를 부여잡고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것도 쉽지 않다. 사람은 입장을 바꿔봐야만 상대방을 이해할 수 있다. 고관절 수술을 한 번 하신 우리 할머니. 평소 잘 걷지도 않으시지만 한 번 걸으시려면 엄~청 느리다. 속으로 가끔 답답해했는데 내가 딱 그 입장이 되어보니 빨리 뭔가를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는 거다. 앉지도 못하겠고 누워만 있었더니 소화도 안 된다. 그렇다고 걷지도 못하는 이 슬픈 상황.



"괜찮니? 허리 다쳤다며? 아프지 않게 관리 잘해야 해!! 너 몸은 네가 챙겨야지 딸."

허리 다쳤다는 소식을 빠르게 접수한 양가 부모님들의 안부 전화다. 내가 아프면 누가 간호해 주냐며, 너 몸은 네가 잘 관리해야 한다고 당부하시는 부모님의 조언에 약간의 서운함이 느껴지긴 했지만 맞는 말이다. 작년 말 허리를 처음 다쳐서 도수치료를 받으러 다녔을 때 셀프로 할 수 있는 스트레칭 법을 배웠다. 허리 아픈 건 고질적이니 평소에 자세도 바르게 해야 하고, 무엇보다도 스트레칭이 아주 중요하다고 말이다. 하지만 아팠을 때 며칠 스트레칭 해본 것이 끝. 그 후로 난 또 평소와 다를 것 없이 걷고, 앉고, 생활했다. 그러다 결국 또다시 올 것이 온 것뿐이다.





자업자득.

머리로는 알지만 하지 못하는 것들이 많다. 이렇게 하면 좋다더라 하는 것들을 알아도 그걸 실천하고, 지속하는 건 별개의 문제이다. 잘 산다는 건 어쩌면 정말 간단한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습관으로 얼마만큼 내 삶을 채우냐는 것. 세상에는 한 방이란 건 없다. 지질하게 작디 작은 매일의 펀치가 뭉쳐져야만 강력한 펀치로 바뀌는 것. 사람들은 이 작은 펀치에 대해서는 굳이 알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보다 좀 더 멋진 펀치 한 방을 찾아 헤맨다.




왜 내 나이 40대도 안 되었는데 허리가 아프냐고 투덜대는 대신에, 매일 아침 허리 스트레칭을 하기로 한다. 이참에 만들고 싶은 루틴에 대해 끄적여본다. 매일의 루틴이 결국엔 내 삶이 된다. 40대, 50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싶은지 상상해 보면 오늘 내가 만들고 채워가야 할 루틴이 선명하게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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