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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함콩 Jul 20. 2023

고민만 하고 아무것도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면

물가가 너무도 가파르게 올랐다. 내가 어렸을 적에는 과자 한 봉지에 300원, 비싸도 500원이면 살 수 있었는데 지금은 1,000원을 가지고 가도 마땅히 살 수 있는 게 없다. 딸 셋에 외벌이로 이런 치명적인 물가를 견디기는 쉽지 않다. 어렸을 적엔 입히고, 먹이는 것에만 신경 쓰면 되는데 아이들이 조금씩 커가니 차원이 다른 "교육비"가 기다리고 있다. 남편에겐 자기만 바라보는 이 여자 넷의 무게가 보통은 아닐 테다. 그런 남편의 짐을 좀 덜어주고 싶었다.




신중하게 고민했다. 어떤 일을 해야 내가 즐겁게 하면서 성과도 낼 수 있을지. 내가 좋아하는 일은 무엇인지, 잘하는 일은 무엇인지. 밤잠을 설쳐가며 이런 고민을 하느라 끙끙댔다. 블로그나 인스타를 키워볼까? 이모티콘을 그려볼까? 로고나 캐릭터를 그려 팔아볼까? 수많은 선택지들을 손에 쥐고 이것저것 재어보곤 했다. 그러던 중 한 유튜브 영상을 보게 되었는데 망치로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듯하였다. 사람들은 무언가를 시작할 때 여러 선택지를 놓고 고민을 한다. 

"나에게 무슨 일이 제일 잘 맞고 잘할 수 있을까?"

그런데 이런 고민들이 사실 의미가 없다고 영상 속의 유튜버는 말했다. 어차피 고심 끝에 A라는 선택지를 택한다 해도 이걸 처음부터 성공시키긴 쉽지 않기 때문이다. A를 하면서 겪은 시행착오들이 그다음 B에 도전할 때 자양분이 되어주고, A와 B를 해보면서 쌓인 실력들이 C를 할 때 성공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준다는 것이다.




이 말을 들으며 속으로 뜨끔했다. 머릿속으로 "이거 하면 괜찮을까, 아니야 저게 더 낫지 않을까?" 열심히 재고만 있었기 때문이다. 실컷 고민만 하다가 결국엔 "아.. 레드오션이니까." 이런 식으로 포기하기 일쑤. 상상 속에서는 이미 몇 개의 사업을 차리고도 남았다. 머릿속으로 치열하게 생각만 할수록 자신감만 빠르게 잃어갔다. 많은 사람들이 처음부터 큰 목표를 두고, 한 방에 뭔가를 이루고 싶은 마음에 신중하게 선택하려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마음이 오히려 그 무엇도 못하게 발목을 잡는다.








전 세계에 매장을 두고 있는 연어롤 도시락 매장 "스노우폭스". 스노우폭스를 운영하는 분은 바로 김승호 회장님. 어마어마한 규모의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이 분도 처음부터 이러한 성공을 거머쥔 것은 아니었다. 7번의 사업 실패를 딛고, 8번째 사업에서 성공한 것이다. 그의 경험담을 듣고는 정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나였다면 3번 이상 실패한다면 깨끗하게 마음을 접었을 것 같다. (아니, 사실 3번째 도전까지 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게임을 처음 시작할 때는 레벨이 낮아서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 하지만 경험치가 쌓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선택의 폭도, 할 수 있는 것들도 많아진다. 인생도 이와 같다. 그래서 무엇을 먼저 하든, 사실 크게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것저것 머릿속으로 재단만 하지 말고 "도전"과 "실행"을 하는 것이다.



무언가 시작하기에 두려움이 앞선다면 생각을 바꿔 보는 건 어떨까. "내가 이걸 잘할 수 있을까?"가 아니라 "이 일에 실패한다 해도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리스크인가?"라고 고민해 보는 것이다. 그렇다면 실패하면 안 된다는 마음에 아무것도 시작하지 못하는 우를 범하진 않을 것이다. 물론 실패가 달가운 사람은 없다. 하지만 실패가 실패가 아닌 경험을 쌓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너무 비싼 경험 말고 적당히 내가 감당할 만한 경험을 골라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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