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임느림 Aug 02. 2020

혼자의 식탁

프롤로그 | 일상을 근사하게 만드는 혼자만의 식사

혼자 밥을 먹는 일이 잦은 요즘, 모처럼 친구의 결혼식에 참석했다. 코로나 19 이후 처음으로 참석하는 공식 행사였는데, 이젠 다들 마스크를 쓴 모습이 익숙하면서도 새삼스러웠다. 북적북적하고 줄을 서서 음식을 퍼다 나르는 피로연이 아닌, 식이 끝난 후 앉아 있던 원탁에서 그대로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며 식사를 할 수 있는 방식이었다. 지인과 직장 동료들의 사진 촬영은 맨 마지막이라 기다리던 음식이 나오자마자 호명하는 사회자의 멘트에 아쉬움을 뒤로하고 급하게 사진을 찍으러 단상으로 나가야 했다.


다시 자리에 앉았을 때, 먼저 나온 연어가 기다리고 있었다. 용도도 알지 못할 만큼 복잡한 상차림의 서양식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는 테이블 위에 놓인 수많은 포크 나이프들을 보며,  "그냥 수저만 있으면 되는 거 아닌가?" 하면서 젓가락을 들며 웃었다.



음식보다 여백이 더 많은 플레이팅. 뷔페였다면 접시 한가득 음식을 쌓아 올려 몇 번을 먹었겠지만, 양이 적다고 투덜거리면서도 대접받는 기분이 들었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정갈하게 차려진 음식을 내어주고, 치우는 번거로운 과정이 식사가 끝날 때까지 반복됐다. 


"접시에 음식을 담아먹는 것이 일상을 꽤 근사하게 만든다."


집에서 혼자 밥을 먹을 때, 특별히 누가 찾아오지 않으면 대충 반찬통을 꺼내 어제 혹은 엊그제 먹던 그 반찬을 또 먹고, 다 먹으면 뚜껑을 덮어 다시 냉장고에 넣는다. 라면을 끓이면 냄비받침과 젓가락만 꺼내 냄비 통째로 들고 컴퓨터 앞으로 와 앉는다. 설거지 거리가 나오니까, 어차피 내가 먹는 거니까, 라면은 이게 제맛이니까 등의 이유로. 혼자 사는 이들의 귀차니즘은 이런 모습을 당연하게 만든다.


누군가에게 차려주지 않아도, 누군가 차려주지 않아도, 내가 나에게 맛있는 음식을 정성껏 담아내어 준다면, 어쩌면 누군가의 말처럼 접시에 음식을 담아 먹는 작고 귀찮은 행동이 나의 평범한 일상을 정말 근사하게 만들 수도 있지 않을까?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주변 사람들과 환경에 나를 끼워 맞춰 살면서 자신에게 그동안 너무 소홀했던 것 같아서 아주 간단하게 스스로를 존중하고 아껴줄 수 있는 방법을 써보려고 합니다. 가끔씩 그러다 자주 그리고 계속하다 보면 언젠가 당연해질 날도 올 테니까요.


이 글을 보는 지금이 만약 식사 전이라면, 오늘은 라면 한 그릇을 먹더라도 그릇에 예쁘게 담아 먹어보면 어떨까요? 파도 송송 썰어 올리면 더 좋겠네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