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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papa Mar 16. 2021

우리 회사가 혁신이 안 되는 이유

'불편함'을 느낄 틈도 없이 성실한 우리들...

최근 많은 기업들의 화두는 바로 '혁신' 일 것이다.

혁신(革新)의 사전적 의미는 '일체(一切)의 묵은 제도(制度)나 방식(方式)을 고쳐서 새롭게 함'으로 되어 있다. 그리고 혁신의 한자를 보면 가죽 (革) 자에 새로울 신(新)으로 가죽을 벗겨 새롭게 만든다는 의미이다.

우리가 쓰고 있는 가죽은 매우 질기고 그 표면이 부드럽다. 짐승의 가죽이 처음부터 그런 물성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우리가 다양하게 사용하고 있는 가죽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10가지 이상의 제작 공정을 거쳐서 원피를 만들어 낸다. 짐승의 표피로부터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가죽이 될 때까지 그만큼 많은 공정과 노력이 필요하다.

혁신이란 본래 이런 의미인 것이다. 어떤 목표를 가지고 부단하게 갈고닦고 연마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혁신이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무엇을 혁신할 것인가가 명확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 꾸준히 연마해야 한다. 그래야 혁신이 이루어진다.


지금 많은 회사에서 혁신을 부르짖고 있다. 다른 기업의 혁신 사례도 수시로 공유하면서 우리도 혁신합시다.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그래서 다른 기업에서 했던 혁신 방법론을 열심히 공부하고, 우리만의 방법론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그래서 그 방법론을 열심히 익히게 하고, 심지어는 그걸로 자체 인증 과정을 만들어서 직원들에게 혁신을 내재화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과연 이렇게 열심히, 그리고 성실하게 혁신의 방법론을 익히면 우리의 회사들은 혁신이 이루어지는 걸까?

다른 기업이 어떻게 혁신을 이루어냈는지 공부하면 우리 회사들도 혁신을 할 수 있는 걸까?


혁신은 어떤 책에서도 그랬듯이 행동에 대한 것이다. 혁신에는 목적어가 필요하다.

무엇을 혁신할 것인가? 우리가 혁신해야 할 대상은 무엇인가? 에 대한 깊은 고민이 선행되어야 한다.

혁신 사례에 대한 스터디를 하고, 혁신 방법론에 대해 익히고 난 뒤, 회사는 직원에게 업무 중에서 혁신할 수 있는 것을 찾아서 혁신을 하라는 주문을 한다.

그렇게 되면 우리 직원들은 지금 주어진 일도 바쁜데 또 뭘 더 하란 거야?라는 불만을 쏟아내게 되고, 혁신 주제를 인당 2개 이상씩 제출하라는 회사의 주문에 억지로 짜내서 흉내내기로 제출한다.

혹시 이런 모습이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들의 회사에서 일어나는 일이 아닌가 싶다.


우리 조직에서 혁신이 일상이 되지 않는 이유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가장 원초적이고 근본이 되는 이유를 꼽자면 아마도 우리의 '성실함' 일 것이다.


즉, 조직 내 혁신이 필요한 영역이 어디인가를 찾고자 할 때, 그 영역을 열심히 찾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가장 먼저 우리가 느끼는 '불편함' 이 어디인지, 어떤 영역인지를 찾아야 한다.

우리가 일하면서, 조직생활을 하면서, 또는 더 크게는 조직운영을 하면서, 영업활동을 하면서, 생산활동을 하면서 느끼는 불편함을 먼저 찾아야 한다. 그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서 고민을 하다 보면 '혁신'이 일어날 수 있다. 불편함을 느끼지 못한다면 혁신이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회사의 직원들은 그 '불편함'을 그동안 '성실함'으로 커버해왔다. 그리고 그렇게 성실함으로 무장한 직원들은 조직 내 인정을 받는 경우가 많다. 조직 내 불편함을 느끼고 표현하는 직원들은 HR에서는 '아웃사이더', '불만 세력'으로 치부하기도 했다.

그렇게 불편함을 느낄 틈도 없이 우리 조직은 열심히, 성실하게 업무를 수행해왔다.

그런 조직에서 갑자기 무엇인가 혁신을 하라고 한다. 혁신할 거리를 찾아서 새롭게 만들라고 한다. 당연히 성실함이 최고의 미덕인 조직에서 불편함에서 출발하는 혁신을 하라고 하니 그것이 제대로 될 리가 없다.


개인의 업무를 예로 들어보자. 우리가 업무를 할 때 수많은 데이터를 다루게 된다. 그 데이터를 엑셀에다 옮길 때, Row가 100개 정도면 직접 하나하나씩 입력한다고 하지만, 그게 500개가 되고 1,000개가 넘어간다면 그 데이터를 엑셀에다 옮기는 데 불편함을 느낄 만도 한데, 우리는 아주 성실히(?) 그 데이터 변환 작업을 수행한다. 몇 시간을 걸려서... 불편함을 느낄 틈도 없이...

그때 누군가는 그런 단순 반복 작업이 너무 스트레스받고 불편함을 느낄 수 있어서 그 데이터를 손쉽게 옮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게 된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서 엑셀 함수를 고민하고, 매크로를 공부해서 쉽게 옮길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그것을 공부하고 매크로를 짜는 모습을 보면서 누군가는 옆에서 한 마디 하고 갈 것이다. '그럴 시간에 그냥 직접 입력하겠다.' 고.

물론 매크로를 짜서 입력하는 시간이 훨씬 오래 걸릴 수도 있다. 하지만, 한번 그렇게 해 놓은 매크로는 다음번에 유사한 일이 있을 때, 업무 속도를 훨씬 더 빠르게 해 줄 수 있다. 거기에 불편함을 느끼지 않았던 성실한 사람은 그때에도 열심히 동일한 방식으로 입력을 하고 있을 것이다.

혁신은 이런 것이다. 우리가 하고 있는 작은 업무에서부터 불편함을 느끼는 영역에서 일어나는 것이 혁신이다.


물론 성실함은 어떤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매우 중요한 덕목이다. 하지만, 모든 것을 다 성실하게 '만' 하려고 하면 변화는 일어나지 않는다. 불편함에 좀 더 귀를 기울이고 신경을 쓰자. 그리고 그 불편함을 조금이라도 해소하려고 노력하자. 그러면 우리의 생활에서부터 작은 혁신이 일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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