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책읽는 약사언니 Mar 10. 2023

임신 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임산부의 고통

(FT. 유산, 입덧, 소화불량, 장염, 위염, 변비)


임신 20주 차 정도 된 지금 여태껏 경험하였던


임신의 고통에 대해 적어보고자 합니다.



일단 임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버겁다고 느껴지는 이유는


초산이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임신 전에는 막연하게 아이가 뱃속에 몇 달 있다가


출산 후에 육아의 고통이 시작되는 것으로 인식을 하고 있었는데요,


그렇기에 더욱 이 임신 과정에 찾아오는


몸의 이상 변화에 당황스럽지 않나 싶습니다.



임신 전에 이러한 몸의 생리변화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았더라면


대비하는데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맘으로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길 바라며 글을 적어봅니다.






유산의 위기



차마 입 밖으로 꺼내기 힘든 단어.


유산의 위기...


임신 5주-14주까지 하혈로 매주 병원에 진료를 다녔습니다.


때론 경구약을, 경구약이 듣지 않자, 엉덩이 주사로,


경구약을 유지하면서, 조금 나아지자 배 주사로 또는 질정으로.



프로게스테론 성분의 거의 모든 약들을 복용 및 주사제로 쓰고서야


하혈이 조금씩 멈추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약을 복용하고 있는데도 피비침을 보았을 때,


약의 복용방법을 바꿔가면서 계속 프로게스테론을


유지해야 했을 때의 절망감은 정말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습니다.



쿨한 엄마가 되겠다.


아이의 독립심을 위해 나는 내 인생사는 엄마가 되겠다.


라고 수만 번 다짐했습니다.



하지만, 매일 화장실에서 만나는 피 묻은 휴지조각을 보며


아직 만나보지도 못한 아이의 생사가


심히 걱정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모성애였겠지요.



프로게스테론 주사로 엉덩이가 벌집이 되고, 부풀어 올라


의자에 제대로 앉지도 못했고,


침대에 눕지도 못했지만,


그냥 아이가 무사하기만을 바라며


하늘에 기도해 보곤 하였습니다.







입덧의 위기


한 6주 정도부터 였을까요?


고기를 먹고 울렁거리는 게 차 멀미라고 생각할 때쯤,


메스꺼움이 느닷없이 찾아왔습니다.



처음에 견딜만한 멀미라고 생각했는데,



온갖 음식 냄새에 거부반응이 이는 것은 당연지사였으며,



9주-13주 기간 동안은,


한 이 주간은 매일 저녁 토를 했고,


나머지는 일주일에 2-3번쯤 꼭 저녁에 토를 했습니다.



평소에 먹는 양을 먹는데도 소화가 되지 않았고,


김치, 고기, 생선 등 냄새가 강한 음식은


먹으면 바로 토해서 아예 먹지도 못했습니다.



입덧 중에는 소량의 음식을 자주 먹으라는데,


그게 일하고 있는 입장에서는 쉬운 일이 아니었어요.


매번 음식을 챙겨 먹는 것도 일이거든요.



이 기간 동안에는 생전 겪지 못했던 무기력함을 경험하였습니다.


하루 종일 세상이 울렁댔으며,


입덧 약의 항히스타민 성분 때문에 울렁과 졸림의 반복이


일상을 지치게 만들던 시기였습니다.




소화불량, 장염, 위염, 변비의 위기




임산부가 소화불량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은


임신을 하고 처음으로 알게 된 사실입니다.



알았다면 임신전에 맘껏 먹고 싶은 음식들을 실컷 먹어둘 걸 그랬어요.



임신 후기의 소화불량은 장기들이 커져오는 배에 눌려서 생기기도 하지만,



초기나 중기에 임신유지 호르몬들이 증가하면서,


복부 팽창과 소화불량을 야기하기도 합니다.



임신 8주부터 지금까지 소화가 되지 못해


배 안에 가스가 꽝꽝 차면서


윗배가 불러오기 시작합니다.



이 정도 시기에 아기는 자궁 쪽 아랫배에 위치하기 때문에


아기의 성장 때문에 불러오는 배는 아니었어요.



배를 손가락으로 쳐보면,


'통통'하면서 공기 소리를 들을 수 있을 정도였지요.



병원에서 마그밀을 처방받아보기도 하고,


아침에 사과를 먹어보기도 하고,


푸른 주스도 구매해서 먹어보고,


양배추 식단을 해보기도 하고,


여러 가지 인체 실험을 거쳐


아침마다 ABC 주스를 마시는 루틴으로 정착했습니다.



그런데, 아침 이후 점심, 저녁에 일반식을 먹으면,


배가 금방 차오르고 소화가 되지 않는 것은 여전한 것 같습니다.



양배추 식단도 이제 질렸겠다.


단호박이나 고구마 식단으로 갈아탈까 고민 중에 있습니다.



이 와중에 패스트푸드는 얼마나 먹고 싶은지,


정말 별게 다 고민스러운 임신기입니다.



여태 35년을 넘게 살면서 소화 기능 때문에 고생해 본 적은


이번 임신기가 처음인데요.



임신 중/후기에 식욕이 폭발하시는 임산부 분들도 계시던데,


저는 아직까지는 그렇지 않고요.


일단 소화가 안돼서 식욕이 폭발해도 감당이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근데 왜 이렇게 살이 쪘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ㅠㅠ)



임신 중인 분들이 계시다면


정말 함께 힘내보자는 응원의 말씀을 드리고요.



가족이나 주변인, 임신을 계획하고 계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임신 전에 맛있는 거, 좋아하시는 음식을 질리도록 먹어두시길 추천드립니다 ^^



어찌 되었던 임신을 하여 아이를 잉태하는 경험은


정말 존엄한 일임은 틀림없습니다.


몸 상태로 우울하다가도 아이의 태동을 느낄 때면


새롭게 경험해 보는 변화에 감격스러울 때가 많습니다.



나와 남편을 닮은 아이가 세상에 나와준다면


얼마나 감사하고 신비한 일일까요?



기대하는 마음 한가득을 가지고 오늘도 무거운 몸뚱이와 힘내보렵니다 ^^!




https://www.instagram.com/pharmed_kim/




매거진의 이전글 임신과 당뇨병 [4] : 임신성 당뇨병의 치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