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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폴리피자 Jun 09. 2023

육아하며 나를 본다

아이를 곁에서 보면서 하나씩 배운다

내 아이를 두 눈으로 보기 전에는 몰랐다.


어쩌다 길에서 마주하는 아이들을 보면 한 번씩 눈길을 주곤 했다.


그러나 그냥 귀여운 작고 아담한 애들로만 보았다. 


아침에 눈을 뜨면 아이를 내 품에 안아본다. 


가슴과 가슴이 닿으면서 느끼는 온기는 나를 평온하게 한다.


혼자서 울기도 하고, 헤헤헤 하며 웃기도 한다.


그저 신기하다. 불과 작년 이때 집 안에는 둘만 살았다. 이제는 셋이다.


비로소 가족이 완성된 기분이다.


아이를 향해 온전히 관심을 쏟는다. 주의를 기울인다. 


아이로 인한 기쁨을 드러내며 감정 표현도 해본다. 


살면서 누군가를 케어해 본 적이 없다. 대학생이 된 후로 줄 곧 혼자 살았다. 


아이에게 마음을 열고 베푸는 나를 가만히 돌이켜 본다.


나는 누군가에게 인색한 사람이었다. 아니면 그게 자연스러운 내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누군가에게 줄 수 있는 것, 그 사람은 행운아다.


나는 늘 내 이익만을 좇았고, 이해관계를 많이 따졌다. 특히 손해를 보지 않으려고만 했다.


좋은 모습을 보고 더 잘 될 것이란 긍정의 에너지가 삶에선 필요하다.


내게 해가 될까 두려워 미리서부터 위험을 차단하려고 부정적인 부분만 본다.


이것은 내 행동이나 생각에 장애물이 된다.


그래서 늘 시작을 주저하곤 했다. 어떤 재능이 있어야만 거기에 길이 있고,  잘해야만 남들보다 앞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사고방식은 틀렸다.


이것을 알기까지 나는 너무 오래 걸렸다. 


인생의 주인공은 나다. 


영화 트루먼쇼처럼, 주인공의 삶을 설계하고 옆에서 지켜볼 필요가 있다.


누군가의 생각이나 행동이 나에게 영향을 준다. 그리고 거기에 동조한다. 그러면서 흉내까지 낸다.


혹은 누군가 나를 보는 평가나 생각에 흔들려 나는 이런 사람이야라고 이미지 메이킹에 힘쓴다.


그럴수록 내 자아는 중심 없이 흔들린다. 


이렇게도 사람이 되고, 저렇게도 사람이 변해보고 카멜레온 흉내를 낸다.


그럴수록 나만 힘들어진다.


누군가에게 나를 꼭 맞출 이유가 없다. 대중의 무리에 나를 끼울 필요도 없다.


조직에 들어왔다고 나의 색깔을 포기할 필요도 없다.


우리는 늘 적응이라는 이유로 행동양식을 의식적으로 바꾸려 한다.


나와 내 생각, 행동 그리고 수천 개의 타인의 생각과 행동 그 어딘가에서 나의 참된 자아는 방황을 한다.


나를 나로서 온전히 받아들이고, 나를 잠시 떨어져 관조하며 주인공의 삶을 엿보는 순간 변화를 조금씩 느꼈다.


모든 외부의 영향과 생각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 내게 집중하는 순간 한 발자국 나아갈 수 있었다.


20대는 세상에 편견 없이 모든 감각을 수용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주위의 사람들과 발맞춰 나가려고 그렇게 행동했다. 


그래도 나 스스로 노력해서 얻게 된 성취감은 보람 있다.


30대는 감각이 조금씩 닫히면서 편견이 쌓인다. 사회생활은 이런 거야, 인간관계는 이런 거야 회사는 이런 거야...


좋은 경험도 있지만 전쟁터라는 이름 아래 더 안 좋은 경험의 양이 쌓인다.


그렇게 사는 대로 생각하고 내 의식과 감각은 조금씩 새로운 것을 거부한다.


두렵거나 겁먹을 것도 없다. 나 스스로 나를 숨길 이유도 없다.


부자연스럽게 어색하게 이미지 메이킹 할 필요도 없다.


그렇게 해야만 하는 순간이나 공간에 있다면 벗어나면 그만이다.


무리에서 벗어나니 외롭지만, 한 편으로는 무한한 자유를 느낀다.


나는 더 이상 누군가의 평가를 받을 필요도 없다. 그냥 내 생각의 주인이 되어 행동한다. 


순수한 아이의 눈동자의 움직임과 손짓에 내 시선이 머물수록 나의 감각은 열리고 세상의 호기심을 갖는다.


그렇게 육아는 일상이고, 나는 그 안에서 또 다른 세상을 알아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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