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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룰때 Oct 01. 2023

만들어진 엄마

은영 씨가 필요 없는 세상


사진: Unsplash의 Daiga Ellaby



저는 만들어진 엄마입니다.

그렇다고 영화나 소설 속의 인공지능의 AI 엄마는 아닙니다.

내  아들들의 양엄마도 아닙니다.

저의 난자와 남편의 정자가 만나 내 배로 아이를 품고 세상에 내보낸 엄마입니다.

그래도 저는 만들어진 엄마입니다.




나의 어린 시절 엄마의 모습,

어릴 적 꿈꾸던 이상적인 엄마의 모습,

내 인생의 성공과 실패의 파편들,

남편과 함께 약속한 삶의 모습들,

수많은 육아 전문가들,

읽어왔던 책들,

써왔던 글들,

첫째의 첫울음,

둘째의 첫 미소....




이렇듯 헤아릴 수 없는

무한한 재료들로 만들어진 엄마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잘 만들어졌는지 못 만들어졌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저 만들어진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는 것만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듯합니다.




내가 보고 자란 엄마는,

내가 태어났을 때부터 엄마로 존재했습니다.

그래서 마치 엄마는 엄마로 태어난 사람이라

여태 착각하며 살아왔습니다.

때론 엄마로 태어난 엄마가 왜 이럴까 싶을 때도 적지 않았습니다.




이제와 돌아보니 엄마도 만들어진 것이더군요.

나라는 자식을 키우며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막막한 순간들을 지나오셨을 겁니다.

참 장하신 엄마입니다.




내 아들들에게도 저는 처음부터 엄마인 사람으로 보일 테지요.

이 녀석들 말은 안 해도 엄마로 태어난 사람이 왜 이 모양이냐 싶을 때가 있을 겁니다.

지금에서 굳이 변명은 안 하렵니다.

지들도 2, 30년 뒤에 아빠가 되기 위해 스스로를 만들어내다 보면 깨닫게 되겠지요.

지들의 엄마도 이렇게 힘들게 스스로를 엄마로 만들어왔구나 하고 말이지요.




주변을 둘러보니

태어날 때부터 엄마로 태어난 건 아닌가 싶을 만큼

엄마로 잘 살아내는 사람들도 많더군요.

인정합니다.

사람마다 타고난 것이 다 제각각이니까요.

그런데 타고나지 않은 것이지만

이 엄마의 과업은 모른다고 못한다고 결코 외면할 수가 없네요.

모르는 것, 새로운 것들 투성인 것을 어찌어찌 고비를 잘 건너왔습니다.

아직도 만들어지고 있는 엄마입니다.




문득 TV를 보다 보면 은영 씨 얘기에

스스로 엄마로 잘 만들어지고 있는 것인지 자꾸 의심하게 됩니다.

그리고 고유한 가정의 역사들을 관통하면서 생성된 그들 나름의 육아방식들이

너무나 단칼에 부정되고 배척되는 것이

때론 마음 아팠습니다.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가 너 자신이 모른다는 것을 알라라는 의미라지요.

인생이란 정답이 없고 그래서 모르는 것 투성입니다.

자식을 키우는 것에,

아이들과 함께 살아내는 인생에

이 사람, 저 사람들의 공통된 정답이 있을까요?

물론 비정상적, 비도덕적인 양육방식은

반드시 교정되어야겠지만요.




저는 이 세상에 은영 씨가 존중받는 만큼

저마다의 가정에

제각각의 가풍 속에서

오래도록 함께 살며 지켜본 아이의 기질을 존중하며

제 엄마, 제 아빠 나름의 교육방식이 존중받는 세상을 꿈꿉니다.

그래서 제 멋을 가진 수많은 아이들이,

제 개성대로 사는 어른들이 많아지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저 같은 여자, 그 같은 남자가 만나

남녀를 닮은 듯 또 다른 두 명의 남자아이가 태어나

넷이 되어 같이 살고 있습니다.

저는 이 아이들이 얼마나 엉뚱한 녀석들로 자라날지

지켜보는 재미로 살고 있습니다.




비록 덜 만들어진 엄마이지만,

엄마로 만들어왔던 그 과정들은 그저 아이들을 향한 사랑이었음을....






#육아 #워킹맘 #오은영 #자존감  #엄마의자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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