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영, 임진아 작가와의 만남
김소영, 임진아 작가의 북토크에 다녀왔다. 강연 두 시간 동안 나는 거울을 보지 않아도 내 얼굴이 어떤 표정일지 알 수 있었다. 나는 내내 미소 짓고 있었다!
언제가 처음이었더라? 첫 북토크 경험은 교보문고 강연장에서 있었던 공지영 작가와의 만남이었다. 표가 생겼다고 대신 가보라고 한 것은 친구 J였다. 그때 처음 알았다. '나'라는 사람이 이토록 귀가 즐거운 경험을 행복해한다라는 사실을. 소설 '해리'를 출간하고 얼마 안 되었을 즈음이었던 같다. 그토록 좋아했던 공지영 작가를 눈앞에서 보고 그의 말로 가득 찬 공간에서 숨 쉬고 있을 때 ‘황홀함'을 느꼈다. 연말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12달을 통틀어 그해 가장 행복한 순간으로 꼽았다. 그 이후 그러한 장소를 조금씩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책친구 J와 함께. 나에게 작가는 연예인이었다! 매년 봄에 열리는 국제도서전을 포함해서, 작가와의 만남, 사인회 등등을 찾아다녔다. 공지영, 김하나, 황선우, 이슬아, 은유, 문유석, 이다혜, 조예은, 정세랑, 김혼비, 김한민, 강화길 등 많은 작가들을 만나고 주옥같은 말들을 들으며 나를 채웠고 나를 성장시켰다. 10년 전의 나보다 지금 내가 미세먼지만큼 성장했다면 그건 다름 아닌 이런 작가들의 글을 읽으며 나를 채웠기 때문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이번 김소영, 임진아 작가와의 만남에서 기억에 남는 낱말들은 [설탕이, 언니오빠, 스웨덴 장난감, 여지, 이해, 어린이, 집회, 선함, 상상, 어린이 열전, 더 잘하려고 하지 마라, 사랑은 터지지 않는다]이다
두 작가 모두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어서 공감되는 부분이 더 많았다. 반려동물을 향한 사랑은 계속 커지고, 결코 터지지 않는다는 말을 임진아 작가가 했다. 어쩜 이리도 예쁜 문장을 말할 수 있지!!! 1년 가까이 고양이를 키우면서 나에게는 새로운 세계가 열렸다. 고양이를 키우지 않았다면 영영 모르고 죽었을 수도 있을 이 세계를 알게 해 준 고양이! 인간이 인간만을 사랑하지 않고 인간을 넘어 다른 생명체를 진심으로 사랑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몸소 체험하고 있다. 나의 고양이는 너무 사랑스러운 나머지 뒤통수만 보고 있어도 이쁘다. 나를 바라보는 고양이의 눈빛에서 고양이의 감정이 읽히는 듯한 착각을 한다. 40년 넘게 살도록 나에게 있지만 있는 줄 몰랐던 '애교'를 고양이로 인해 발견했다. 고양이 앞에서 나는 무 장 해 제 된다. 이 모든 것이 사랑이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23년 10월 21일에 처음 봤을 때부터 고양를 향한 사랑은 매일 커져왔고 지금도 커지는 중이다.
북토크를 마치고 J와 나는 따뜻한 수제비를 먹고 길거리를 걷다가 무언가에 홀린 듯 작은 와인바에 들어갔다. 다크초콜릿을 곁들여 레드와인을 홀짝홀짝 마시며 우리는 북토크 후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고양이 이야기, 애 키우는 이야기, 학교 이야기와 더불어 꿈 이야기를 했다. 근래에 기억나는 꿈을 꾸지 않았다고 생각했지만 핸드폰의 메모장을 열어보니 강렬한 꿈이 기록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꿈을 읽어내려다 가다 예상치 못한 감정, 아니 외면했던 감정과 마주하며 울 수밖에 없었다. 꿈이야기, 꿈으로 인해 드러나는 내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있어서 참으로 다행이다.
지독한 내향인인 나는 바깥 모임을 하고 오면 에너지가 방전된 채로 집에 오는 편이다. 그러나 이날은 집에 온 후, 가족들에게 평소보다 더 수다스러웠고 심지어 밤 달리기까지 했다. 나를 충만하게 하는 북토크, 그리고 꿈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친구. 채워진 에너지로 남은 한 해를 잘 지내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