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무얼 꾸준하게 하지 못할까?
글을 꾸준히 써보겠다는 다짐은 항상 오래 가지 않았다.
비단 글을 대할 때만 나타나는 문제는 아니었다.
나의 이런 모습을 오랜시간 고민했고 애써 외면한 마음 곳곳에 자리한 핑계들을 한데 모으고 앞으로의 다짐을 정리하기 위해 다시 한 번 글을 써본다.
뒷심이 부족해. 체력이 부족해. 의지가 부족해. 누가 돈 주는 것도 아니잖아? 취미 생활로 해보기엔 더 재미있을 것 같은 취미들이 즐비했는데? 등등 원인을 찾으려고 노력한 것은 사실
꾸준하게 하지 않았다는 나의 죄책감을 덜어줄 핑계를 찾는 행위에 불과했다.
(몇 가지의 이유는 더 있지만 대표적으로는 나는 글쓰기가 여러모로 굉장히 소모적인 행동이라고 느끼는 것 같다.)
그래도 나름 합리적인 이유들은 있었다.
시골 촌놈이 서울에 올라와 사회 생활을 시작하며 친구?라고 생각한 사람들에게 보여준 내 모습들은 결국 나를 공격하는 무기가 되어 돌아왔고, 그로 인한 인간관계에 대한 회의와
온라인에는 절대로 글을 쓰거나, 의견을 표명하지 않겠다는 다짐이
꾸준함을 방해하는 저기 어느 기저에 깔려있던 원인들 같다.
글을 통해 나를 드러내는 것이 결국 나를 공격할 꺼리들이 되고, 지적 받을 것들 투성이인 나는 밑천이 “들어나는” 것이 겁이 난게 분명했다.
그럼에도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을 완전히 내려 놓지 못하고 자꾸 기웃대는 것은 약 십몇년 전 했던 나 자신과의 두가지 약속 때문일 것이다.
때는 2008년? 2009년?2010? 정도일 것이다. 대학에 입학했었는지 여부가 확실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대학교 1년을 마치면 미국 보스톤으로 어학연수를 다녀 와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인터넷으로 자료들을 찾아보던 도중에 이미 보스톤에서 어학연수를 하고 있는 이름 모를 누나의 글들을 읽게 되었다.
여담으로 당시에 내 기억엔 네이버 블로그보다는 네이트판에서 이어쓰기로 이어지는 글들이 지금의 네이버 블로그 같았다.
여튼 그 누나는 보스톤 어학연수 이야기와 준비과정에 대해 정말 재밌게 글을 썻고, 유용한 팁도 많았다.
그러다 어느 날 보스톤 어학연수를 찾아보다가 궁금한 것에 대해 그 누나에게 댓글로 물어보았고, 아주 친절히 설명해주었다.
이 때 첫번째 약속이 나오는데...
나도 나중에 혹시 남들보다 “조금 먼저” 경험한 것이 있다면, 그리고 그 경험에 대해 누군가 필요로 한다면 잘 알려주어 내가 받은 그 누나의 친절과 도움에 꼭 보답해야겠다는 다짐이 그것이다.
두번째는 사촌형을 보면서 다짐한 내용이다.
위와 같은 시기에 사촌형은 네이트판에 여행기를 썼었는데, 진짜 너무 재밌게 써서 형 글만을 기다리던 팬들도 생겼었다. 이집트 여행기였는데 혹시 아는 사람 있으려나ㅎㅎㅎ
진짜 너무 생생해서 내가 이집트에 있는 느낌이었다니까??
여튼 내가 동경하던 사촌형의 필력은 너무 매력적이었고,
그 멋짐에 대해서는 이름 모를 저 멀리의 누군가가 아니었기에 더 크게 체감되어 나도 꼭 저런 글을 쓰고 말겠다는 두번째 다짐을 했다.
정리해서 이야기하면, 글을 써보겠다는 다짐이 있었고, 세월이 지나고 여러 이유들로 그 다짐이 희미해져갔지만
이렇게 다시 한 번 장황하게 설명까지 해가며 블로그를 다시 해보겠다는 이유는 나이를 더 먹기 전 굉장히 중요한 이 시점에서
나에 대해 되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가는데 있어서 이 부분을 반드시 짚고, 털고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해보고 싶은 일도, 취미도 많은데 그것들을 어떻게 하나씩 해나가야 할지에 대해 이렇게 의지를 이렇게 다져보는 것이다.
진지충의 이런 노잼 장문글은 재미없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거, 경험한거 그냥 다 올릴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