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uachyoo Aug 05. 2015

Dear H

2014년 10월 30일

우리에게 문이 있다면,
문고리는 있지만 구태여 문을 잠그지 않고,
얇은 햇빛 새어나갈 정도로 열려있기를.

우리에게 숨이 있다면,
서로를 향한 한숨보다
서로를 위한 한 숨 간직하고 있기를.

우리에게 빛이 있다면,
누구에게나 비춰주는 밝은 빛이기 보다
잠든 머리 맡에 향기 내는 초의 작은 불이기를.

우리에게 금이 있다면,
서로에 대한 의심에서 생긴 것이라기보다
서로에 대한 배려로 생긴 해프닝이기를.

우리에게 길이 있다면,
함께 나란히 한결같이 걷기보다
뒤죽박죽 각자 걸어온 길을
재잘거리는 곳이기를.

우리에게 별이 있다면,
닿지않는 곳에서 반짝이기보다
기꺼이 떨어진 운석이 되기를.

우리에게 품이 있다면,
서로에게 품었던 모든 의문에
답이기를.

우리에게 몫이 있다면,
각자 마음의 몫을 계산하여 챙기기보다
자신에게 더 나은 모습를 몫으로 생각하기를.

우리에게 점이 있다면,
물음표와 쉼표를 지나 온점이 되기를.

우리에게 봄이 있다면,
비오면 떨어지는 벚꽃이 아니라
겨울을 인내하며 기다린 새순이 되기를.

우리에게 신이 있다면,
각자의 마음에 존재하기보다,
마주보는 시선의 공간에 존재하기를.

작가의 이전글 아니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