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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uachyoo Aug 05. 2015

이 빠진날

문제와 두려움



나는 어렸을 때, 흔들리는 내 아랫니가 정말 무서웠다. 어찌 무서웠는지, 엄마에게 말을 할 때는 최대한 아랫니가 보이지 않게 말하곤 했다. 들키게 되면 내 아랫니를 사수할 수 없으니 말이다.

기어코 엄마가 내 덜렁거리는 아랫니를 발견하고는 옷장에서 실타래를 찾아다녔다. 나 또한 옷장과 가장 먼 지점의 방구석에서 울기 직전의 얼굴로 꿈틀거렸다.

한 번이면 되, 한번.

엄마는 까르르 웃으며 그렇게 말할 뿐이었다.

덜렁거리는 내 이에 실을 묶고, 엄마가 뜸을 들이다가 내 이마를 탁!하고 때리니 그 덜렁거리는 이가 톡!하고 빠져버렸다.

아프지 않았다. 되려 왜 아프지 않냐는 내 표정을 내가 알 수 있을 정도였다.

그리고 그 다음날 나는 빠진 이를 훈장이나 되는 냥 등교를 했다.

지금도 덜렁거리는 아랫니들이 내 인생에 몇이나 되는지 그리고 그것으로 인해 내가 얼마나 겁을 먹고있는지 알 수 없다. 그래서 아랫니를 숨기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열심히 숨는 중이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스스로 덜렁거리는 아랫니에 실을 묶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통쾌하게 자신의 이마를 때릴 수 있어야 한다는 점.

모든 문제를 보류할 수 있다. 그만큼 당신의 두려움은 증폭된다는 것을 감수한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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