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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da May 25. 2023

평형을 이루고 있다

작업 피로를 줄이기 위한 의자를 드디어 사게 될 것 같다. 여러 브랜드 중 바리에르를 선택했다. 등받이가 없고 가볍게 걸터앉아 바른 자세를 유지할 수 있는 좋은 의자가 없을까 고민 끝에 나온 결론이 바로 바리에르 무브. 어제 최종 결정 전에 매장을 방문해서 앉아본 결과 아직까지는 마음에 변함이 없다.


평소 액정 태블릿을 이용하여 작업하는 입장에서 각도는 아주 섬세하게 다뤄야 하는 녀석이다. 기울어진 작업대 위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다 보면 손목과 목 둘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 손목에 무리가 가지 않게 작업대를 수평에 가깝게 맞추면 목이 아프고 반대로 목에 무리가 가지 않는 각도로 작업대를 수직에 가깝게 맞추면 이제는 손목에 무리가 오기 시작한다. 보통은 45도에서 살짝 올린 50도 정도로 세팅한다(물론 이 각도는 매일 달라진다). 왜냐하면 목이 길기 때문이다. 손목도 손목이지만 긴 목을 구부린 상태를 유지하는 일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수직과 수평 사이 중력과 타협해서 고른 각도가 45도. 문제는 환경이 만들어낸 이 45도란 각도에 적응하기 위해 몸이 점점 반응하다가 탈이 나기 시작한다는 것. 등을 곧게 펴려고 하다 보니 골반과 척추 사이 각도가 작아지고 자세 유지에 무리한 힘이 들어간다. 또한 다리도 상체에 맞춰 자연스레 뒤쪽으로, 지면과 45도의 각도를 이루려고 빠지게 되는데 매우 어정쩡하기 그지없다.


45도의 보각은 135도다. 보각을 못 찾은 내 몸이 지금까지 부자연스러운 각도를 버텨왔는데 그간의 고생을 딱하게 여기며 이제야 보각을 선물해 준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바리에르 무브, 이 의자 사실 걸터앉는 형태지만 그저 걸터앉는 것이 아니다. 의자 자체가 기울어지면서 무릎 의자와 비슷한 하체 각도(135도)가 나온다. 승마를 할 때 허벅지가 약 40도 정도로 내려가기 때문에 척추 만곡이 유지된다. 바리에르 의자들은 바로 그 점에 착안하여 디자인되었다고 한다. 실제로 앉아보면 척추가 편안하다.


어차피 나는 등받이를 쓸 수 없다. 등받이를 쓸 때는 쉴 때뿐. 45도가 선사해 주는 열중의 분위기를 유지한 채 착실히 나아간다. 그것 외에 앉아서, 일하면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각도를 유지하고 중력과의 적절한 관계 속에 몸의 각 부분을 위치시킨다. 사람마다 좋은 의자는 천차만별이겠지만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항상 중력과의 적절한 관계다.


하중이 어디에 걸리는가, 몸의 긴장이 어디에 집중되는가 잘 느껴보면 좋은 의자를 구별할 수 있다. 반대로 남들이 말하는 좋은 의자를 체험하다 보면 왜 이것이 좋은 의자인지 알게 되는 점도 분명 있다. 현재로서는 나에게 좋은 의자란 한마디로 평형을 이룬 의자다. 앉아서도 움직이자는 브랜드 홍보와도 걸맞게 바리에르 무브는 움직이면서도 상당히 안정된 자세를 유지할 수 있다. 평형을 이루고 있다. 평형 속에서 유지되는 무언가는 자세에서 건강으로, 건강에서 열심히 작업할 수 있는 환경으로. 환경을 포함한 조건으로. 또 무언가로. 좋은 의자들은 사람에 맞춰 끊임없이 움직이지만 평형 상태를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현대인에게는 의자가 가장 기본적인 환경이라고 감히 말해 본다. 쓰다 보니 바리에르 홍보 글 비슷하게 되어버렸지만 별 수 없다. 마음에 들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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