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가슴 배
세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머리로 생각하고
가슴으로 느끼고
배로는
배운 것이 없어
욕망하라고 쓰고
배를 채우기 위해
손에 집어 든
펜이기도 하고
꽃이기도 하고
포크이기도 하고
콕 찍어 말할 수 없어
남은 것은 단 한 알의 사과
붉은 빛을 베어 물면 나오는
벌레 한 마리
핀셋으로 집어 자세히 들여다보다가
더 자세하게는
기어나가야지만이 알 수 있다
몸을 웅크려
통통한 배로 시작해서
꽃 위를 더듬어 나가서
내 모습을 바꾸며
하늘과 구분이 안 될 때까지
날아가다가
툭하고 떨어진 박제실 안
건조한 나무판 위
물 한 줌 쥐지 않고
제일 거대한 생명을
마주 보다가
내세울 것이 없다
그래서 단순히
건조된 채로
통통한 채로
굳어진 배만을
드러내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