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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seIssue Sep 14. 2022

멸종위기의 대한민국에서 살아갈 우리 아들

아빠가 되고야 보이는 세상 - 저출산과 인구 절벽 문제

  아내가 임신했을 때, 산부인과 진료를 보려면 1시간은 넘게 병원 대기실에서 기다려야 했다. 찾는 사람이 많아서인지 예약도 안 받던 산부인과였던 터라 아직 엄마 뱃속에 있던 때롱이 심장소리라도 한 번 들으려면 긴 기다림을 고스란히 견디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병원에서 기다리는 일도 때롱이가 태어나고 산부인과를 졸업하고 나면 없을 줄 알았는데... 요즘엔 또 소아과가 문제다. 때롱이를 데리고 영유아 검진을 받을 때나, 예방접종을 맞으러 소아과에 가면 생각처럼 후딱 끝내고 나온 적이 드물다. 오전이고, 오후고, 언제 가도 대기인원이 많았고, 아예 진료 시작 시간인 아침 9시에 맞춰도 가봤지만 나보다 병원에 먼저 와서 대기하고 있던 아이들과 엄마들이 어찌나 많던지. 

  그렇게 늘어지는 대기 시간에 지쳐 슬슬 짜증이 날 때면 매번 아내에게 했던 소리가 있었다. 우리나라가 저출산 국가란 말 거짓말 아닐까? 출산율 낮다는 소리가 음모론 아닐까? 내 눈앞에 있는 그 많은 예비 엄마, 아빠들과 어린아이들을 보면서 그렇게 농담 섞인 말을 했었다.


  그런데 얼마 전에 발표된 우리나라 출산율을 보니 거짓말도, 음모론도 찾아볼 수 없었다. 병원에서 진료 좀 기다렸다고 투덜투덜 불만을 내뱉던 내가 무색할 정도로 지금의 대한민국 출산율은 낮아도 너무 낮았다. 

  현재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0.75라고 한다. 초저출산의 기준이 출산율 1.3이라고 하는데 그에 비해서도 우리나라 출산율은 현저히 밑돌고 있다. 지금 대한민국은 초저출산 보다도 더 심각한 상황에 놓여있는 것이다. 경제적인 관점으로 봤을 때, 한 나라의 꾸준한 경제성장을 위해 뒷받침되어야 할 출산율이 2.1 정도라고 하는데 거기에는 더더욱 못 치고 있다. 단순한 수치로만 봐도 우리나라의 출산율이 상당히 심각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충격적이게도 우리나라 출산율은 200개 국가 중 200등이라고 했다. 한마디로 꼴찌. 거기에 OECD 가입국 중에서 출산율이 1 이하인 국가도 우리나라밖에 없다고 했다. 일본이 낮은 출산율로 인해 나라 전체가 쇼크를 먹었을 때 출산율이 1.5라고 하는데, 지금 우리나라는 당시 충격에 빠진 일본보다 훨씬 더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 내가 피부로 못 느끼고 있었을 뿐이지 여기, 저기에서 저출산과 인구감소와 관련해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나 보다.

  50년 후면 지금의 경기도에 사는 인구만큼 우리나라 인구가 줄어든다고 한다. 그리고 아주 먼 훗날의 일이긴 하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700년 후에는 대한민국이 멸종된다고도 한다. 처음엔 우리나라 이름 뒤에 '멸종'이란 표현이 붙는 게 뭔가 이질적인 느낌이었는데, 이런저런 통계자료나 학자들의 이야기를 가만히 살펴보니 '멸종'이란 말이 그렇게 틀린 말도 아닌 것 같다.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안타깝게도 현재 대한민국은 멸종의 길에 접어들었다고 한다.




  낮은 출산율과 인구 감소는 그 자체로도 문제겠지만 이런저런 문제들도 달고 온다. 경제활동을 해야 할 젊은 사람 수가 감소하는 걸 걱정해야 하고, 상대적으로 늘어난 노인들의 부양과 복지는 부담스러워질 것이다. 연금제도 개편도 필요할 테고, 사는 사람이 없어서 사라지는 지역도 하나 둘 나올 것이다. 미래에 대한민국에서 과연 이런 문제들이 잘 해결될 수 있을까?


  30년 뒤부터는 국민연금을 못 받게 될 거라는 말을 들었었다. 아니 그런데, 생각해보니 딱 내가 연금을 받기 시작할 시기가 아닌가. 정확한 정보는 아니었지만 혹시라도 정말 그런 일이 있으면 어쩌나 하고 걱정을 해봤던 적도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올해 초에 있었던 대선에서 한 후보자가 공약 중 하나로 국민연금 개혁 얘기를 꺼냈었다. 현행대로 운영되다가는 연금 고갈을 막을 수 없다고 했고, 반드시 연금구조에 변화가 필요하다며 말이다. 이 소식을 접하고는 내심 대선을 통해 연금과 관련해 많은 논의가 이루어졌으면 했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다른 공약들과 이슈들에 묻혀 국민연금에 관한 공약이 크게 주목받지 못했었다. 연금 문제에 대해 좀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공론화되길 바랬는데 그렇지 못해 아쉬움이 남았었다.

  고갈되는 연금 문제의 해결책으로 지금보다 정년 시기를 늦추는 방법을 고려중이라고 한다. 연금을 받을 사람들을 늘어가는데, 일하는 사람은 줄어들고 있어 우선은 이를 막기 위해 마련된 방법 같았다. 앞으로는 아마 이 방법 외에 다른 해결책들도 논의가 되지 않을까 싶다. 나중에라도 많은 사람들이 연금제도 개편에 관심을 갖고, 그 관심 속에서 현명한 해결책이 나왔으면 좋겠다. 

  그리고 제발, 제발 내가 연금을 못 받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중위연령이라는 개념이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을 나이 순으로 쭉 줄을 세웠을 때, 정 가운데 서 있는 사람의 나이를 중위연령이라고 한단다. 사람들을 나이로만 따졌을 때, 딱 중간. 그 중간에 위치에 있는 사람 나이를 중위연령이라고 한다.

  1994년 우리나라의 중위연령이 29세였다고 한다. 당시에는 서른이 되면 사회적으로 중간 정도에 위치에 있던 셈이다. 나이로만 봤을 땐 이제 선배 느낌이 나기 시작하는 나이 서른. 그만큼 서른이라는 나이에는 책임감과 무게감이 담겨있었을 것이다. 1994년에 나온 김광석님의 '서른 즈음에'라는 노래에서 왠지 모를 묵직함이 느껴지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2022년 현재 중위연령은 44세라고 한다. 1994년에 비하면 중위연령이 상당히 높아졌다. 그만큼 어린 사람은 줄고, 나이 많은 사람이 많아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아무래도 서른이라는 나이가 주는 느낌도 많이 달라졌다. 요즘 서른은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풋풋한 느낌이랄까? 30년 전과는 다르게 40대는 되어야 인생선배 느낌이 드는 오늘날이다. 뭐, 그래도 아직까지 내가 어린 편에 속한다는 건 기분 좋은 일 아닌가 싶다.

  2050년 우리나라 중위연령은 58세가 될 거라고 한다. 뜨헉! 1994년과 비교해보면 그 차이가 어마어마하다. 단순히 중위연령이 높아지는 것도 높아지는 거지만, 무엇보다 60세는 되어야 우리나라에서 나이로 중간 정도가 된다는 게 너무 충격적이다. 50살이 넘어도 선배보다는 후배 쪽에 속하고, 나보다 어린 사람보다 나이 든 사람이 많은 세상. 환갑이 무슨 성년식도 아니고 이게 무슨 일이람. 지금 58세를 생각해보면 한참 인생 선배 느낌인데, 그때가 되면 그런 나이가 중간 정도라니. 쉬 상상이 가질 않는가.




  아이가 태어나지 않는 미래의 대한민국의 모습은 지금과 많이 달라져있을 것 같다. 대략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예측할 수는 있겠지만, 실제로 겪어보면 어떨지는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사실 그 전에야 이런 사회적 문제에 대해 크게 관심이 없었다. 부끄럽지만 나중에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얄팍한 마음가짐으로 살았다. 그런데 요즘은 이런저런 사회 문제에 눈길이 간다. 그중에서도 우리나라의 저출산 문제에 특히 눈길이 간다. 정확히는 이 문제가 잘 해결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뭐 당연히 받을 줄 알았던 내 연금이 사라질까 봐 조마조마하는 마음도 있겠지만, 그보다도 이제 막 태어난 우리 때롱이가 살아갈 세상이 좀 더 나은 세상이길 바라는 마음에서이다.

  이제 막 돌 지난 아들이 곧 멸종될지 모른다는 나라에 산다는 게 아빠 입장에서 절대 기분 좋은 일은 아니다. 사람이 없어 도시가 사라지고, 국가경쟁력이 낮아지는 나라에서 내 아들이 얼마나 행복할 수 있을까? 노후가 걱정되고, 인구 절반이 예순이 넘는 세상에서 우리 아들이 잘 적응할 수 있을까?

  막상 그때가 돼서 마주한 현실은 어떨지 모르겠다. 그런데 지금의 나로선 걱정이 앞선다.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저출산과 인구절벽과 관련해 앞으로 그려지는 우리나라의 모습 또한 그리 밝지만은 않다. 그러니까 부디 저출산과 인구절벽 문제가 잘 해결됐으면 좋겠다. 우리 때롱이가 위태로운 나라보다는 멋진 나라, 좋은 세상에서 살 수 있게 말이다.


  엄마든, 아빠든 육아휴직 중에도 그전에 받은 월급을 최대한 보장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부부의 수입에 상관없이 난임 부부는 지원해주고, 다둥이만큼은 아니더라도 자녀가 한 명 있다면 각종 혜택이 주어지면 어떨까?

  어설프긴 해도 아들을 키우고 있는 입장에서, 또 육아휴직 중인 아빠의 입장에서 이러면 출산율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내 생각들이다. 물론 정책과 제도에 대해서는 1도 모르는 내 개인적인 생각이라 그저 허황된 소리일 것이다. 그래도 이런 엄마, 아빠들의 의견들을 잘 모아서 출산율 증가에 도움이 될만한 좋은 방법이 나왔으면 좋겠다.

  결혼과 출산, 육아라는 게 지극히 한 개인의 선택인지라 누가 강요한다는 건 말도 안 되지만 뭔가 마음 편하게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는 세상이 되면 멸종위기에 놓인 대한민국에 조금의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 해서 해 본 얘기다.

  또 출산율도 출산율이지만 앞으로 크게 달라질 인구 구조에 대한 대비도 잘 되었으면 좋겠다. 태어난 아이가 워낙 적었던 지라 우리나라에 노인 인구가 많아지고, 젊은 인구가 줄어드는 건 기정사실이란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잘 살아갈 수 있게 다양한 정책과 제도들이 잘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

  전문가도 아닌 평범한 한 사람인 내가 뭔가를 주장할 처지도 아니고, 해결책을 마련한 능력도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진심을 담아 우리나라가 지금의 저출산 문제를 어떻게 어떻게 잘 해결할 수 있길 바란다. 이제부터 대한민국에서 살아갈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말이다.



 

  얼마 전 반가운 뉴스 하나를 들었다. 멸종위기에 처해있던 지리산 반달가슴곰이 개체 수도 늘고 서식지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고 했다. 한마디로 지리산에 사는 반달가슴곰들이 멸종위기를 극복하고 있다는 뉴스였다. 에이, 반달가슴곰들도 그렇게 멸종위기를 헤쳐나가는데 대한민국이 당연히 해낼 수 있지 않겠는가?

  어제(이 글을 쓰고 있던 시점에서 어제)는 우리나라가 누리호 발사를 성공했다. 이로써 세계에서 7번째로 위성을 우주로 쏘아 올릴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한 나라가 되었다고 한다. 아니, 이렇게 능력 있고 스마트한 나라가 지리산 반달가슴곰도 묵묵히 해내고 있는 멸종위기 극복쯤은 당연히 해낼 수 있지 않을까? 당연히 그럴 거라고 믿는다. 아! 물론, 반달가슴곰을 무시하는 뜻은 아니고...

  나와 우리 때롱이와 함께 살아갈 대한민국이 멸종이라니 이게 웬 말인가. 말도 안 되는 소리! 앞으로는 그런 나쁜 뉴스 말고, 앞으로 우리나라가 밝고 희망차다는 뉴스만 들렸으면 좋겠다.


  만약에라도 또 산부인과 갈 일이 있다면, 아니면 다시 소아과에 갈 일이 있다면 대기가 길다고 인상 팍 쓰고 앉아있지만 말아야겠다. 좀 긍정적인 마인드로 우리나라가 멸종의 길에서 좀 벗어나고 있나 보다 하고 생각해봐야겠다. 기다림이야 언제든 지루하고 짜증 나겠지만 그래도 그렇게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기분이 좀 낫지 않을까?

  좀 소란스러울지는 몰라도 애들 떠드는 소리, 웃는 소리, 우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자주 들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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