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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나까스이따 May 19. 2020

일본에서 취업하기

직장 구하기 - 대학생

요즘 뉴스를 보면, 일본의 단카이 세대(団塊世代)가 정년퇴임을 맞이해 시장에서 유출되는 노동력이 대학을 졸업하고 시장으로 유입되는 노동력보다 현저히 많아 기업체들 간의 인재난이 심하다는 얘기를 많이 접하게 된다. 실제로, 이런 얘기를 듣고 일본에서 취업하는게 쉽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정말로 그러할까?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처음 일본에 유학을 왔을때까지만 해도 편의점 아르바이트생들은 대부분 일본인이었고 중국인, 한국인 유학생들이 조금 섞여있는 이미지가 있었는데, 지금은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하는 대부분의 종업원이 동남아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이며 일본인 종업원은 점장을 빼고는 찾아보기가 많이 힘들어졌다. 단카이 세대의 대량 퇴직으로 인한 일반 기업체의 노동력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예전에는 직장을 구하지 못했던 낮은 스펙의 젊은 세대에게 상대적으로 좋은 직장을 구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제공됨과 동시에, 기피되는 3D 업종에서 일할 사람이 현저히 부족해지는 현상이 일어난 것. 기피 업종이긴 해도 결국에는 사회에서 필요한 일이기 때문에, 3D 업종의 인건비를 올리고 외국인 노동자의 비자 요건을 완화해 해외에서 노동력을 유입하는 방법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하고 있고, 내부적으로도 단카이 세대의 노동력 감소의 영향을 해소/연장하기 위해 정년 연장, 재고용 제도 등을 도입해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만, 저출산 고령화가 오래전부터 진행돼온 상황에서 시장으로 유입되는 노동력의 절대적인 양이 부족한 것은 사실인 것 같다.


이런 정보를 접하고, 나도 일본에서 좋은 회사에 취업할 수 있는 기회가 있지 않을까? 대학도 나왔고 영어, 자격증 스펙 준비도 잘 해왔는데, 일본에서 구직활동을 해보면 나에게도 좋은 기회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자연스럽게 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가깝고도 먼 나라, 같은 동아시아 문화권에 있어서 서양보다는 거부감이 덜 드는 이 나라에서 필자가 경험하고 느낀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을 바탕으로, 일본에서 나름 괜찮은 정규직자리에 취업하기 위해 '현실적으로 어떠한 것들을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얘기해 볼까 한다. 


1) 일본어

일본어는 어느 정도 필요한가요?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일본어 잘 못해도 괜찮아요 라는 대답을 내심 기다리는 질문자에게 가차 없이 항상 하는 말이 있다. '일본에서 일하려면 높은 일본어 능력은 필수다'. 일본에서 대학을 나왔다면 문제가 되지는 않겠지만, 일본에 장기간 체류한 경험이 없다면 강력하게 JLPT N1까지 공부하는 것을 추천한다. 막상 취업준비를 시작하면 업계/기업 리서치부터 시작해, entry sheet (エントリーシート), SPI시험, 면접 등을 전부다 일본어로 해야 하기 때문에, 많은 정보량을 취득하고 또 자신만의 아웃풋으로 낼 수 있어야 하며, 시차 준비가 허용되지 않는 면접에서는 상대방이 무엇을 물어보고, 상황별로 어떻게 대답해야 하는지 머릿속에서 통역 필터를 거치지 않고 술술 나올 정도는 되어야 다른 일본인들과 경쟁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이 된다고 생각한다. 일본어의 기본이 다져지지 않은 상태에서 어찌어찌 운 좋게 면접 준비를 잘해서 합격하는 경우도 종종 있기는 하지만, 실제 업무에 들어갔을 때 언어로 배려받지 못하고 소외되는 현실을 진하게 맛볼 수 있기 때문에, 일단 일본어를 잘 준비하는 것이 필수라고 생각한다.


2) 학벌/학력

업계와 기업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학벌이 그렇게 큰 요인이 되는 것 같지는 않다. 일본 내에서 인정받는 지방 거점 국립대 or 소케이(早慶) 혹은 해외의 명문대를 나오면 대기업에 들어가는데 어느 정도 좋은 첫인상을 줄 수 있는 정도이지만, 절대로 결정적인 요인이 아니라는 점은 명확히 하고 싶다. 실제로 다양한 대학에서 좋은 회사에 취업을 하는 것을 많이 봐왔고, 학위에 대해서도 석사 학위정도가 특정 전문 지식이 필요한 업종에서는 요구될 수 있지만 (대부분 연구직), 일반적인 기업체에서는 크게 장점으로 작용하는 것 같지는 않다. 석사학위를 받은 사람에게는 입사 연도 연봉이 조금 높게 책정되기는 하는데 (1-2만 엔 정도), 석사 학위를 따기 위한 2-3년 학비와 기회비용을 전부 보상해주는 금액은 아니기에 무리해서 석사까지 공부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외국계 IT는 논외로 치자)


3) 취업준비시기 정하기

보통 시기적으로 대학교 3학년~4학년 때부터 취업준비를 시작해, 취업준비와 학업을 병행해야한다. 1학년~2학년 때 학점을 충분히 따놓지 않았으면 꽤 바쁜 시기를 보내게 될 수도 있다. 한국에서 일본으로 취업을 생각하는 경우에, 기업별로 별도 운영하는 채용 홈페이지에서 인터넷으로 대부분의 지원이 가능하기 때문에, 지원시기에는 일본에 올 필요가 거의 없다.


매년 일본의 문부과학성(文部科学省-한국의 교육부)에서 기업들에게 채용활동 시작 시기를 권고하는데, 많은 대기업들이 그 시기에 맞춰 채용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 일단 이 시기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2020년은 6월 개시). 4학년 6월에 지원을 하고 빠르면 6-7월에 면접을 봐서 합격통지를 받을 수 있다. 보통 일본의 대학생들은 되도록이면 일찍 합격통지를 받아놓고 졸업 전까지 여행이나 동아리 활동에 전념하거나 장기 어학연수를 가며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4) 스펙

일본에서 스펙은 한국이랑 개념이 많이 다르다. 한국에서 중요시하는 학점, 자격증/어학점수, 외국어 능력에 대한 기본적인 마인드가 다른데,

- 학점 : 기본적으로 대학교 성적은 중요하지 않다. 정말이다. 최종면접때 졸업은 무사히 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경우가 있으니, 졸업할 수 있는 학점 정도는 필요할듯하다. 여러 기업에 면접을 보러 다니며 대학은 공부하는 곳이 아닌 사회인이 되기전에 많은 곳을 경험하는 곳이라는 인상을 많이 받았다. 학습능력/성실성등은 대학입학시험에서 이미 충분히 검증 됐다고 보는것 같기도 하다.
- 자격증/어학점수 : 딱히 토익을 요구하지 않는 회사들이 많은데, 토익 800점 넘으면 네이티브가 왔다고 추앙받을 수 있다. 자격증은 회계사 같은 전문 자격증을 따지 않는 이상 업계 관련 자격증이라도 해도 많이 평가해 주지는 않는 분위기. (입사하고 따면 되는걸 왜 벌써 따놓냐는 회사도 있음...)

- 외국어 능력 : 업종과 직종에 따라 다르겠지만, 영어나 중국어등 외국어 능력을 거의 요구하지 않는다 (하지만 일본어는 필수...)

- 실무 능력 : 엑셀, 파워포인트, 컴활 자격증 다 필요 없다. 그런건 입사하면 하나부터 가르쳐준다는 마인드.

- 운동 : 팀 스포츠를 대학교때까지 선수급으로 활동은 한 사람에게는 엄청난 가산점이 주어진다. 기본적으로 팀플레이, 인내력, 체력, 정신력 모든 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 때문인것 같다. (한국인은 군대얘기를 부풀리면 꽤 먹히는 경우가 있으니 잘 준비하면 좋다)


그럼 운동 경험 외에 무엇이 중요할까. 개인적으로 느끼는 일본의 회사의 채용 마인드는 바로 업무 투입이 가능한 인력을 뽑기보다는 회사의 가치관를 이해하고 전체적인 회사 분위기에 어울리며 같이 오래 일할 수 있는 사람을, 여러번 면접을 거쳐 골라내는 느낌이 강하다. 그렇기 때문에 면접에 나온 직원들의 분위기를 잘 파악하고 그들의 말에 공감할 수 있어야 하며 동시에 그 분위기 속에서 자신을 어필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많이 요구된다. 또한 어느 면접이나 똑같듯이, 뚜렷한 지망 이유와 특히, 대학시절에 무엇인가에 매진했는지 (대부분의 기업에 지원할 때 하나씩 나오는 질문 중에 하나), 그런 스토리를 어떻게 지원동기랑 연결시킬지도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 같다. 


5) 기업 리서치

구글 신에게 물어보면 취업에 필요한 정보는 거의다 다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쓰지는 않겠지만, 일본 의 업계정보를 잘 모르는 경우, top-down (i.e 업계 -> 기업 -> 부서 등)으로 조사하는 게 효과적이지 않을까 싶다. 


6) SPI 시험 & Entry Sheet (エントリシート)

한국은 기업별로 따로 준비해야 하는 시험이 많은 걸로 알고 있는데, 일본은 대부분의 대기업 입사시험이 SPI라는 시험 하나로 통일된다. 인터넷으로 보는 방식이랑 직접 찾아가서 보는 방식이 있는데, 문제의 난이도는 그렇게 어렵지 않아서 (수리과목 같은 경우는 중등 수학 정도의 난이도), 조금만 준비하면 대부분 만점가깝게 점수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일본어 과목은 네이티브를 대상으로 내는 '일본어' 문제이기 때문에, 외국인이 준비해도 한계가 있지만, 외국인에 경우 일본인과 같은 컷으로 보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일본어 과목에 한해서는 할 수 있는 만큼만 준비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 


각 회사별로 준비해 놓은 채용 홈페이지에서 직접 이력서를 내는 것을 entry sheet를 제출한다고 한다. 많은 경우 수십개씩 써야하기 때문에 일단 기업별로 많이 물어보는 공통된 질문을 준비하는 것부터 시작하자. 


7) 면접

면접은 위에서 말했듯이, 지원동기를 명확히 하고, 면접관들과의 좋은 분위기를 이끌어 가는 동시에, 일반적으로 많이 물어보는 질문 (대학시절에 가장 열중했던 것, 특별한 경험 - 남성은 군대가 이외로 먹힌다) 의 대답을 지원동기와 연결시켜 준비하는 게 기본이다. 추가적으로, 외국인으로서 왜 일본에서 일하고 싶은지에 대해 서도 준비할 필요가 있을 듯 싶다. 


면접은 skpye등을 통해 대응해주는 회사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직접 찾아가서 면접을 봐야 하기 때문에, 취업준비를 시작한 이상 한 두번 이상은 일본에 올 각오를 하는게 좋을 것 같다. 보통 2-3회 면접으로 당락이 결정된다고 보면 된다. 면접을 보러 갈때 일본에서 학생들이 주로 입는 취업용 정장(就活スーツ)이 있기는 한데, 일단 너무 촌스럽고 돈도 아깝기 때문에, 굳이 살 필요는 없을 것 같고 한국에서 가지고 있는 양복으로도 충분히 괜찮을듯 싶다. (필자는 한국에서 산 양복으로 면접을 다녔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음) 




주변에 일본에서 좋은 회사에 취업을 한 사람을 보면, 일본의 특수한 사회적인 요인 덕분에 한국과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쉽게 취업을 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것을 이루기 위해 취업하는 나라의 외국어를 습득하고 네이티브와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는것도 사실이기에, 막상 시작해보면 말처럼 쉽지만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대기업 입사 경쟁률은 한국이나 일본이나 똑같음). 하지만, 일본에서 오래 살 생각이 없어도, 몇년정도 해외에서 외국어로 업무 경험을 쌓으며 다른 문화를 경험해보는 것도 장기적인 커리어 형성에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국을 떠나 해외에서 과감히 도전을 생각해 보는것도 나름 괜찮은 선택지중에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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