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의 종료를 앞둔 인사담당자의 마음
작은 스타트업 인사총괄로 이제 1년이 조금 넘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런데 이 회사에서 업무 마무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회사가 조금 힘들어졌기 때문입니다.
이 회사는 제가 운영하는 회사는 아닙니다. 저는 이 회사의 HR 전반을 책임지고 있는 인사 담당자입니다.
사업이라는게 참 마음처럼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대표의 열정과 노력만으로 되는 것도 아니고, 역량있는 사람들이 모였다고 지속적인 발전이 이루어지는 것도 아닌 듯 합니다.
산업군의 시기적 흐름 + 회사 운영을 위한 최소한의 자본력 + 각 업무에 능통한 직원 + 그리고 리더
대표님과 입사 후 처음으로 낮술을 하게 되었습니다.
퇴근 후 술자리를 많이 하긴 했지만 근무시간에 외부에서 식사를, 그것도 술자리를 한 건 입사 후 처음있는 일이었습니다.
수많은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음을 이미 대표님의 표정에서 충분히 느낄수 있었습니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말 한마디 하지 않았지만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나눈 솔직한 얘기는,
회사가 더 이상 버틸 여력이 없다, 최선을 다했는데 정말 미안하다는 얘기를 하셨습니다.
회사의 마무리를 앞둔 상황에서 아마 제일 힘든건 이 회사를 만들어서 지금까지 이끌어온 대표이지 않을까 합니다.
저도 직원이기 때문에 사실 실망감, 서운함, 배신감 등 만감이 교차하는게 사실이지만 대표님의 선택과 결정을 위해 최선을 다해 아름다운 마무리를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사업의 성공을 위한 역할과 프로토콜,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짧은 시기이지만, 10 여명 남짓 규모에서 합류해 50 여명 가까운 인원까지 회사의 규모와 성장을 위해 노력했던 인사담당자로써 느껴지는 솔직한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이때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이정도 위기도 견뎌내지 못하면서 사업을 시작 한걸까? 대표로써 자질은 있는 걸까? 이런 생각도 많이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나라면 이만큼 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래도 우리 대표님 정도 되니까 이만큼이라도 버티고 이끌어 온거 아닐까? 어찌보면 참 대단한 사람이다.
'힘든 싸움을 혼자서 외롭게 해내고 있었구나' 하는 애잔한 마음이 지금은 더 크게 느껴지고 있습니다.
이제 저도 다음 회사를 위해 구직활동을 해야 합니다. 이 회사가 첫 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퇴사를 앞두고 어떤 마음이 일반적인 상태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이전과 마음이 조금 다릅니다. 마지막이지만 대표님께 조금이라도 더 힘이 되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고 있고,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존재하는 많은 대표님들 중 가장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을 위해 최선을 다했고, 자신의 감정에 솔직했으며 자신의 부족함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드러낼 줄 아는 용기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잠깐 쉬는 휴식기라고 생각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더 잘 되시길 바라며,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그 동안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글로나마 이렇게 마음을 전달하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