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대한민국 피겨의 대활약을 끝이 아니었다.2년에 한 번씩 열리는 월드팀트로피 대회가 남아있었다.
월드팀트로피는 시즌 중 상위 6개국의 남녀 싱글 각 2명, 아이스댄스 1조, 페어 1조 선수들이 출전하여 국가 간 대항하는 단체전인데 그동안 우리나라에는 혼성팀이 없거나 시즌 성적이 상위 6개국에 들지 못하였기 때문에 이 대회에 참가할 자격이 없었다. 팬들은 우리나라도 이 대회에 언젠간 참여할 수 있겠지라는 바람이 있었는데 이 바람이 올 시즌 현실이 되는 과정이 매우 극적이었다.
먼저 페어의 조혜진/스티븐 애드콕 조가 올 시즌부터 대한민국 선수로 출전하게 되었고, 거의 모든 국제대회에서 우리 선수들이 활약하여 많은 포인트를 쌓아 상위 6개국에 들게 되었다.
또한 올 시즌 주니어였기 때문에 시니어 경기인 월드팀트로피에 참가하려면 시니어 과제에 따라 새로운 프로그램을 연습하여야 해서 참가를 못할 것이라고 예상한 아이스댄스 임해나/예콴 조가 주니어세계선수권 이후 월드팀트로피까지 3주라는 짧은 시간 동안 시니어 프로그램을 완성시켜 월드팀트로피에서 참가하게 되었다.
세계랭킹에 따라 남녀 싱글은 차준환, 이시형, 김예림, 이해인 선수가 선발되고 이로써 네 종목의 완벽한 라인업이 완성되었다.
이 대회는 선수들이 응원석을 스스로 꾸미고 팀이 되어 서로를 응원하는 축제 같은 분위기로 개인 종목인 피겨 스케이팅에서 흔치 않은 장면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게다가 차준환 선수가 쇼트 2위, 프리 1위, 이해인 선수 쇼트, 프리 전부 1위를 차지하는 등 선수들은 저마다 엄청난 실력을 보여주었다.
특히 시즌 초 최고의 성적을 내다가 그랑프리 파이널, 세계선수권 등 시즌 후반 부진한 모습을 보인 김예림 선수가 프리 경기에서 클린 하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가 이어 눈물을 흘렸는데 그간의 부진을 털고 개인 최고점을 기록하는 불굴의 의지가 과연 ‘피겨장군’ 김예림 선수다웠다.
혼성조들은 이 대회에서 국제대회 첫 시니어 데뷔 무대를 가졌는데 놀랍도록 안정감 있는 연기를 보여줘 전 세계 피겨 팬들이 어디서 튀어나온 팀이냐며 열광했다. 이렇게 선수들의 열정과 노력이 모여 팀 코리아는 최종 은메달을 차지하며 시즌 마지막 대회를 완벽하게 마무리하였다.
올 시즌 우리 선수들은 국제대회에서 총 8개의 금메달, 20개의 은메달, 10개의 동메달을 획득하였다.
많은 메달 수가 보여주듯 한국 피겨 팬들에게는 너무나도 행복한 시즌이었다. 팬으로서 선수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얼마나 힘들게 운동하고 있는지 알기 때문에 이토록 좋은 성적을 낸 것이 대단하고 자랑스럽다.
좋은 성적을 거둔 선수들을 축하하는 한편 부상을 당해 대회에 기권하거나 슬럼프에 빠지기도 하고, 실업팀이 없어 대학교 졸업 후에는 현실적인 문제로 어린 나이에 은퇴를 할 수밖에 없는 선수들의 안타까운 사정에 마음이 안 좋기도 했다.
팬으로서 선수들에게 힘을 줄 수 있는 방법은 대회에서 열심히 응원해 주는 것 밖에 없기 때문에 이번 시즌 의정부에서 열린 랭킹대회, 종합선수권 대회, 동계체전 경기도 대표 선발대회, 동계체전, 전주에서 열린 종별선수권대회까지 모두 찾아다니며 아낌없이 박수를 보냈다.
다음 시즌엔 태극기를 들고 해외 경기에도 응원 가 보는 것이 목표이다. 다시 7월부터 시작될 다음 시즌을 기다리며 행복했던 이번 시즌을 정리해 보았다. 오로지 나의 정리벽을 채우기 위해 작성된 글이지만 혹시라도 이 글을 통해 피겨 스케이팅에 조금이라고 관심이 생겼다면 당장 유튜브를 켜고 선수들의 아름다운 연기를 감상해 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