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 속에서 희망을 이야기하는 뮤지컬 <하데스타운>
<작품에 대한 줄거리가 포함된 글입니다. 관람 전 스포일러를 원치 않으시면 관람 후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한국 초연 전부터 기대하고 있던 뮤지컬 <하데스타운>. 흥겹고 신나는 색소폰 소리에 절로 몸을 들썩이게 하는 재즈 음악, 기름때까지 디테일한 무대 모습에 하루빨리 보고 싶어 하던 뮤지컬이었습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관람 후 글까지 올리는데 긴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정말 재미있고 깊은 감동을 받은 작품이었기 때문에 소개해드리고자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가난하지만 순수하고 희망을 노래하는 오르페우스는 어느 날 자신이 일하는 바에서 에우리디케를 만나고 첫눈에 반하게 됩니다. 오르페우스는 에우리디케에게 자신이 쓰고 있던 노래를 들려주는데, 이 노래는 오르페우스의 손에서 꽃이 피어오르게 만들고, 그는 이 노래가 잃어버린 봄을 되찾아 올 것이라고 말합니다. 혼자인 게 익숙한 에우리디케이지만 이번에는 오르페우스를 믿고 머물기로 하죠. 이렇게 순수한 소년과 지혜로운 소녀의 사랑이 시작되었습니다.
이 마을의 기차역을 관리하는 헤르메스는 오르페우스의 노래가 하데스와 페르세포네의 사랑 노래라는 것을 알려줍니다. 과거, 지하의 신인 하데스는 봄의 여신 페르세포네를 보고 첫눈에 반하게 되며, 그녀를 지하세계로 데려와 부부가 됩니다. 하지만 봄의 여신이 없는 지상은 차가운 겨울만이 남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하데스는 페르세포네가 일 년의 절반은 지상에서, 절반은 지하세계에서 보낼 수 있도록 허락하죠. 이 오래된 이야기를 오르페우스가 찾아낸 것입니다.
때마침 즐거운 소식이 들려옵니다. 헤르메스의 기차를 타고 페르세포네가 지상으로 돌아온 것이었죠. 페르세포네가 지상에 있는 동안에는 태양이 두 배로 빛나 여름을 가져다주고, 사람들에게 풍요를 가져다주었습니다. 그 축복 아래서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의 사랑은 더욱 깊어져만 갑니다.
하지만, 하데스가 페르세포네를 데리러 가기 위해 지상으로 옵니다. 아직 6개월이 채 되지 않았는데 말이죠. 페르세포네는 하데스가 타고 온 기차를 타고 떠나버리고, 그녀가 일찍 가버리는 바람에 지독한 겨울이 그들을 찾아옵니다. 오르페우스는 노래를 완성시키기 위해 작업에 착수하는데, 먹을 것과 추위를 피할 곳을 찾아야 한다는 에우리디케의 외침에도 오르페우스는 작곡에만 힘을 쓰고 그녀의 외침을 듣지 못합니다.
추위와 배고픔에 지쳐버린 에우리디케에게 하데스가 찾아옵니다. 하데스는 자신의 광산에서 일을 하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을 하고, 에우리디케는 이 제안을 받아들입니다. 그렇게 에우리디케는 기차를 타고 하데스 타운으로 내려가게 됩니다. 오르페우스는 뒤늦게 그녀가 하데스 타운으로 갔음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그녀를 구하기 위해 직접 지하세계로 내려가게 됩니다.
지하로 내려간 오르페우스는 에우리디케를 데리고 올라가려 하지만, 이미 에우리디케는 하데스와 계약을 했고, 다시는 지상으로 올라갈 수 없는 처지가 되어버렸습니다. 이에 오르페우스는 일꾼들을 규합하여 하데스에게 다시 지상으로 올라갈 수 있게 해달라고 합니다. 하데스는 자신을 감동시킬 노래를 부른다면 보내주겠다고 합니다.
그렇게 시작된 노래. 오르페우스의 노래에 지하의 모든 이가 감동을 하고, 하데스는 잊고 지내던 페르세포네와의 사랑을 떠올리게 됩니다. 강철처럼 차갑고 단단하던 그의 심장은 다시 사랑 노래를 부르게 됩니다.
그렇게 하데스는 난처한 상황에 처합니다. 보내주자니 지옥의 규칙을 깨게 되고, 다른 일꾼들 또한 지상으로 올라가겠다고 항의를 할 것 같고, 보내주지 않자니 약속을 하고 지키지 않는 비겁한 왕이 되어 모두의 신임을 잃게 될 것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이에 하데스는 한 가지 조건을 겁니다. ‘오르페우스가 앞장서서 걸어야 하며, 절대 뒤를 돌아보면 안 된다.’는 것이었죠.
그렇게 지상으로 가는 긴 여정을 시작합니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고 발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상황에서 오르페우스의 머릿속에서는 의심의 목소리들이 울립니다. ‘하데스가 자신을 속인 것은 아닐까?’ ‘에우리디케는 처음부터 함께 오고 있지 않았던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들이 머릿속을 가득 채워가 그를 괴롭혔죠. 결국, 지상으로 통하는 문 바로 앞에서 오르페우스는 뒤를 돌아보고 맙니다. 뒤에는 에우리디케가 함께 오고 있었고, 약속을 지키지 못한 오르페우스는 그렇게 에우리디케와 영원히 이별하게 됩니다.
뮤지컬 하데스타운은 너무나 유명한 그리스 로마 신화의 일화를 모티브로 제작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아는 내용이며, 또 여러 예술 작품으로 재조명받은 이야기이지만, 이 작품에선 마치 처음 듣는 사연처럼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분명 알고 있는 결말이지만, 다를지 모를 거라는 희망을 가지게 하는 뮤지컬이었습니다. 하데스 타운이 이런 감상을 할 수 있게 하는 이유에는 이 작품이 현재 우리가 가지고 있는 문제를 담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뮤지컬은 우리에게 익숙한 여러 가지 문제를 이야기합니다. 전 세계적인 기후변화,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노동자들, 부익부 빈익빈 등의 현실 속 문제들이 직간접적으로 들어가 있죠. 이런 고난의 시기에서 더 나은 세상으로 나아가고 하는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의 모습은 마치 관객들을 대변해 줍니다.
하지만, 한 개인이 이 세상을 바꾸기란 쉽지 않습니다. 이는 뮤지컬에서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가 결국 함께 지상으로 가지 못한 것으로 비치죠. 여기서 이 뮤지컬의 가장 중요한 메시지가 나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린 부르리라 중요한 것은 결말을 알면서도 다시 노래를 시작하는 것 이번엔 다를지도 모른다고 믿으면서 내 친구에게 배운 교훈이죠
우리에게 닥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는 계속 시도해야 합니다. 그 작은 움직임들이 모여서 결국 우리 사회에서 다시 봄이 찾아오지 않을까요?
뮤지컬 하데스 타운은 2월 27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되고 이후 3월 11일부터 3월 27일까지 대구 계명아트센터에서 공연됩니다. 직접 관람하셔서 제가 느끼고 온 감동과 전율을 함께 느껴보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