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저의 학창 시절에 대해 간단하게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저는 자율형 사립고등학교에 다녔고, 1학년이 끝날 무렵 ‘난징대학교(南京大学) 진학반'에 진학하여 다른 친구들과는 다른 노선을 타기 시작했습니다. 점심을 먹은 친구들이 5교시를 준비하고 있을 때쯤이면, 저는 다른 교실로 넘어가서 난징대학교에 입학하기 위한 준비를 했습니다. 과목은 단순했습니다. 중국어, 수학 그리고 영어. 당시 13명가량이 함께 준비를 했는데, 대학교를 입학했을 때 즈음이면 9명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난징은 지루한 도시였습니다. 한국으로 따지면 대전에 가까운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중국 내에서도 경제를 전담하고 있는 도시는 아니었기에, 난징 내에서 한국 기업을 찾기는 어려웠습니다. 제가 기억하고 있는 국내 기업으로는 KOTRA, LG 화학 공장이 전부였습니다. 대학교를 졸업하기 전, 즉 중국을 떠나기 전 KOTRA에서 인턴을 해야겠다는 다짐이 아마 여기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시 KOTRA는 난징에서 업무 할 수 있는 최고이자, 유일한 기업 중 하나인 셈이죠.
KOTRA를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간단하게 설명드리면, KOTRA(Korea Trade-Investment Promotion Agency)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의 준말로, 중소·중견기업의 해외시장 진출과 글로벌 일자리창출을 선도하는 일류 무역투자진흥기관입니다. 그리고 제가 처음으로 인턴을 한 기업이기도 합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저는 어느 순간 KOTRA에서 인턴을 해야겠다 다짐하게 됩니다. 당시 학기가 끝나면 대학에서 이수해야 할 학점은 모두 획득한 상황이기에, KOTRA 인턴은 난징 생활에 있어 마지막 목표이자, 진정한 어른으로 거듭나는 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다짐에 대한 계기는 충분했고, 이제 행동을 할 차례였습니다. 인턴 채용 공고가 나타나기만을 기다릴 수는 없기에, 먼저 연락을 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생각했습니다. ‘연락처가 없는데 어떻게 연락을 하지?’ 운 좋게도 당시 KOTRA에서는 대학생을 위한 취업 캠프를 진행을 할 예정이었습니다. 저는 당연히 취업 캠프에 참가했습니다. 캠프 당일, 운 좋게 KOTRA 청년 인턴을 발견했습니다. 다가가서 제 상황을 설명한 뒤, 난징무역관에서 근무하고 계시는 담당자분들의 연락처를 요청드렸습니다. 거절당할까 걱정도 되었지만, 흔쾌히 명함을 전달받아 주신 덕분에 연락처를 획득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첫 번째 관문을 통과했습니다.
두 번째 관문은 메일을 보내는 일이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나를 어필할 수 있을까?’, ‘남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고민과 함께 KOTRA 홈페이지를 검색하기 시작했습니다. KOTRA에서는 각 국가, 지역 별로 특정 물품 및 트렌드에 대한 해외시장보고서를 배포하여 대한민국 국민들의 해외 진출을 돕고는 했는데요. 여러 개의 해외시장보고서를 유심히 읽다 보니, 마지막 인사말에 ‘OO무역관 인턴 OOO’으로 작성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보고서마다 달랐지만, 이를 통해 해외시장보고서는 인턴이 작성할 수도 있겠구나, 깨닫게 되었습니다. 보고서는 태어나서 써본 적도 없지만, 해외시장보고서를 작성해 메일로 보내면 ‘내가 지니고 있는 열정정도는 잘 봐주시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보고서를 쓰게 됩니다.
제목은 ‘한중 항공시장 확대에 따른 국내 항공사 동향’이었는데, 다양한 주제 중 하필 항공시장에 대한 내용을 쓴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다양한 취업 경로 중, 항공사에 취업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고, 해외시장보고서를 작성하면 항공 업계에 대한 공부도 하고 일석이조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당시 작성한 자세한 내용은 이미지와 함께 공유드립니다.
시장보고서 작성과 함께, 서툴게 작성한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함께 첨부해 메일로 보내게 됩니다. 활에 힘을 놓고 표적을 향해 날아가는 것만을 기다리는 양궁 선수가 된 기분이었습니다. 실제로 답장이 오는 데는 단 하루 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OOO 씨, 안녕하세요. 우선 KOTRA 난징무역관에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현재는 실습생 수요가 없으나 향후 필요시 고려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XXX 드림”
답장을 확인한 이후, 저는 남은 학기에 집중했습니다. 남은 학점을 모두 이수하고, 당시 맡고 있던 비영리단체 대표직에 전념했습니다. 그렇게 약 3개월이 지났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모르는 번호로 온 전화를 받게 됩니다. KOTRA였습니다. 향후 필요시 고려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연락을 주신 것이었죠.
감사하게도, 면접을 담당하신 담당자분께서는 해외시장보고서에 대한 칭찬을 아낌없이 해주셨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은 “지금까지 이렇게 까지 해온 학생은 없었다.”였습니다. 제가 그분의 인생에 있어 특별한 사람이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마치 커피챗과 같았던 면접은 무난하게 끝났고, 꿈에만 그리던 KOTRA 인턴으로서 첫 직장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글을 쓰면서 당시 작성한 메일과 시장보고서, 그리고 이력서와 자기소개서까지 모두 다시 한번 살펴보게 되었습니다. 특히 자기소개서에 작성한 내용에 민망하기도 하지만, 당시의 열정이 조금이나마 느껴지는 것 같아 뿌듯하곤 합니다. 남들과 평범하게 채용 공고를 기다리고, 또 공고에서 바라는 양식에 맞춰 지원을 했으면, 타 지원자와 경쟁을 했어야 했을 겁니다. 해야겠다는 마음가짐과 실행력이 제가 원하던 결과로 이끌었습니다. 이 ‘+기획안’ 전략(이력서, 자기소개서 외에 스스로를 어필할 수 있는 수단인 기획안을 추가로 제출한다는 의미로 ‘+기획안' 전략이라고 합니다.)은 향후 타 기업 이직 시에도 성공을 했을 만큼 나름 성공률 100%의 합격 방식이 되었습니다.
경험에 비해 과분한 명언이긴 하지만, ‘죽은 물고기만이 흐름을 따라간다(Only dead fish go with the flow)’고 합니다. 저는 이때, 흐름을 따라가지 않고 거꾸로 거슬러 오르는 것에 대한 의미를 깨달은 것 같습니다. 군 생활 운동을 통해 하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KOTRA 인턴직을 통해 ‘하면 된다'는 마음가짐이 내가 가고자 하는 길로 이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여러분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평범한 사람들과는 다른 방법을 찾아본 경험이 있으신가요? 혹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어느 정도의 노력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