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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서기 May 14. 2024

수제 노트 커버 선물했어요.

#82회화백문학 #시부분신인상수상 #수제노트커버





근래 들어 참 감사한 일이 많습니다.

가천대학 문복희교수님과 인연을 맺은 지 어언 2년 만에 제가 드디어 공식적인 시인이 되었습니다.

늘 뭔가를 끄적대곤 했었는데, 그토록 바라던 버킷리스트의 하나를 이루었요.


화백문학 82호 시부분 신인상 수상 기념에 감사해서 문교수님께 직접 만든 노트커버를  선물해 드렸습니다.

귀한 선물이라 하시며 어린아이처럼 기뻐하시는 모습에 피곤이 절로 달아났네요.


퀼트보다 글쓰기에 더 열정을 쏟고 보니 세월을 거꾸로 먹는 듯 뇌까지 젊어지는 느낌입니다.


글쓰기는 남달리 유난스러운 예민함을 커버해주기도 하고 오히려 스스로의 자존감을 높여준 고마운 존재라는 생각에 더더욱 글쓰기에 매진하기도 합니다.


때가 되면 내 시집도 발간할 날이 오겠지요.

그날을 위해 오늘도 부지런히 구상하고 끄적끄적해 봅니다.






수상작 중 한편을 올립니다.




작은 골방 시절


                                   

온갖 잡것들이 이명처럼 머리를 헤집어 놓으면

여지없이 구석진 그곳으로 숨어들었다.

어머니의 잔소리에 숨고

남편의 따가운 눈총에 숨고

앞집 아줌마의 잔소리에 숨고

세상의 시선을 피해 숨고

숨고, 또 숨고 숨는 반 지하방

한 평도 안 되는 그 창고 방엔

벌레 먹은 쌀

산처럼 쌓여진 낡은 책

구겨진 옷가지들

문틈을 비집고 침입한 바퀴벌레가

가득했지만

그 작은 골방은 천국이었다.


그 방에서 나는 왕이었다.     


향방을 상실한 수천의 글들이

벽지처럼 다닥다닥 붙은 채

천리만큼이나 길게 대로를 만들었다.


깨알 같은 자음과 모음들에게

살이 입혀지고 생기가 도는 그 길에서

나비처럼 꽃처럼 변모했던 글자들

그곳에서 나는

뛰기도 하고 창공을 향해 날기도 했다


어느 순간 그곳에 하나 둘

새로운 것들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방벽엔 왕궁의 꽃담 대신에

향기 짙은 로즈마리로 수를 놓았고

당의를 대신한 빈티지 원피스가

내 손을 타고 살랑살랑 흔들거린다.


심장부 같은 구석진 골방은

어느새 온 세계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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