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확진자 증가로 4단계의 방역수칙을 지켜야 할 때였다.
먹는 것, 모이는 것 모두가 제한되었다. 백화점, 마트의 디스플레이 작업 일정은 그대로였다. 다만 이런 통지가 왔다. 선별진료소 검사 결과 음성 확인이 하루 전이어야 한다는 것!
1주일에 2~3개의 오픈과 리뉴얼이 있는 MD 기간에 이게 무슨? 1주일에 검사를 몇 번이나 받아야 한다는 말인가?
안전을 위해 필요하겠지만 당시에는 좀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1차를 9월에 접종하고 2차를 10월에 접종했기에 많이 불안하기도 했다.
백화점을 드나드는 고객한테는 이러지 않을텐데,,,
어쨌거나 작업 이틀 전에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를 하고 하루 전 확인 문자로 당일 새벽 연출 작업에 들어갔다. 뭔가 약간 억울한 느낌도 들었다. 속상하기도 했다.
몇 번의 검사와 몇 개의 매장 오픈 후, 조금 완화되기도 했다. 같은 시간에 모여 진단 키트로 각자 검사하고 음성 확인 후 들어가서 일하는 것이다. 진단키트를 비축해 두었다. 이것 또한 마스크 대란 때처럼 쉽게 구하기 힘들 때도 있었다.
외근과 출장이 많은 직업이라 확진자가 한참 많을 때는 집에 가서 아이를 안을 때도 " 이래도 되나,,," 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확진자가 많이 나온 지역을 다녀 올 때면 혼자 자가 진단을 해 보기도 했다. 그냥 뭔가 속상했다. SNS에서 친해진 이웃들이나 교회 친구들이 가끔 하는 말을 듣는다. 사회복지 쪽 업무하는 분들은 일주일에 한 번씩 CPR 검사를 한다고 했다. 매장 매니저인 친구도 주기적으로 검사한다고 했다. 검사하는 것보다 검사하느라 기다리는 것이 더 힘들다고 했다. 어린이집 선생님들, 병원에서 근무하는 아는 동생, 여의도에 있는 직장 다니는 후배,,, 다들 힘들어 하고 있었다. 그럴 때면 또 " 나만 힘든게 아니야,,, " 라는 위로를 한다.
지난 주, 회사 건물의 확진자로 전직원 CPR 검사를 했다. 강남역 사거리에서 길게 늘어 선 줄을 한 시간 넘게 서 있으며 찬 바람으로 몸이 얼어 붙는 것 같았다. 집에 가서 누워 생각했다. 감기 몸살이라도 걸리는 거 아닌가, 안되는데,,, 내일 모레 출장인데,,, 추위와 피곤으로 지친 몸은 따뜻한 방에서 푹 자는 것으로 충분히 회복 되었고, 다음 날 받은 음성 문자와 함께 서둘러 출근했다. 뭔가 명확하지 않고 뒤숭숭한 생활들,,,
이런 상황 가운데 나만의 루틴으로 힘 내서 지내보려 하는데 점점 자주 찾아오는 무기력이라니,,,
올 해를 마무리하며 다시 마음을 잡아 본다.
올 한 해, 감사했고 내년에도 잘 지내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