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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칠한 팀장님 Jan 13. 2022

경단녀, 입사해서 적응하기 _2




나에게 3개월의 수습기간을 주기로 했다.


남편에게 두 달 동안 나 건드리지 말라고 말했다...

41살, 경력 단절 3년을 지낸 후 입사한 내가 이 시기를 견뎌내지 못하면 내 인생에 직업이라는 것은 영영 갖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난 그냥, 헨리 엄마로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소일 거리를 하며 살아갈 것 같았다. 이렇게 맛있는 커피도 가격을 확인하며 마실 것 같았다. 내가 15년을 해왔던 일인데 고작 3년의 공백이 이렇게 적응이 안되고 힘들단 말인가, 회사에서 경단녀를 안뽑으려고 하는게 이런 이유인가, 아니면 내가 부족한 것인가,,,


두 달 동안 나는 회사 업무에 제대로 마주하기로 했다.

일찍 출근하고 퇴근 시간은 생각 안하기로 했으며 주말에도 업무에 몰입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1. 주간업무와 월간업무 파악하기


팀원들에게 주간 업무와 월간 업무를 정확하고 꼼꼼하게 작성하게 했다. 알만한 일도 다 적으라는 것에 일을 만드는 것으로 생각하고 불만을 드러내는 팀원들도 있었지만 일단은 무조건 요청했다. 일주일의 업무를 시간 스케줄에 넣고, 매일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저녁에 남아서 했고, 급하지는 않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은 주말에 했다. 아이 때문에 집중이 안되서 카페를 가거나 회사에 출근했다. 그 이쁜 얼굴을 바라보며 놀아 주고 싶기도 하고 너무 피곤해서 쉬고 싶기도 했지만 이번에는 그러기로 했다. 주말에는 주로 다음 주 또는 다음 달 업무를 위한 시장 조사 또는 이슈가 있는 매장에 나가 보기도 하고 전주 업무 중 밀린 넙무 또는 매장 디스플레이 한 후배들의 사진을 보며 회사에 있는 상품들로 혼자 이리저리 진열해 보기도 했고, 진열 디자인을 스케치하기도 했다. 도시 한 복판의 빌딩 사무실에서 음악을 틀어 놓고 커피를 마시며 내 일에 몰두하는 시간은 무척이나 빨리 지나갔다. 주말에는 전화나 카톡도 울리지 않으니 일하기에 더 좋았다.




© StartupStockPhotos, 출처 Pixabay




매장 사진 정리할 것이 많은 날의 경우, 나는 손이 빨라서 다른 사람들이 3개 정리할 동안 5개를 하기도 한다. 그런데 입사를 하고 보니 PPT도 많이 달라져 있었고, 파악이 안되어서인지 팀원들이 3개 정리 할 동안 2개를 겨우 끝내고 있었다. 처음 얼마 동안은 저녁에 남아서 더 깔끔하게 정리를 하고 취합을 했으며, 그 다음에는 내가 정리하지 않고 팀원들에게 넘기고 나는 취합만 했다. 그런식으로 하나의 일을 파악하면 능숙한 직원에게 넘기고 다른 일로 넘어갔다.


저녁에 전년과 2년 전의 품의서를 뒤져 루틴한 업무를 찾아 비슷한 시기에 꼭 해야할 일들을 찾아 적었다. '작년에는 했는데, 올 해는 왜 안해?' 라는 말이 나오면 이미 늦은 것이 되어 버린다.




2. 유관부서 담당 또는 팀장과 미팅하기


작은 업무는 팀원들이 타부서나 거래처 미팅을 하는데, 나는 일일이 만났다. 그래야 사내 메신저를 이용할 때도 수월하고 복도에서 가끔 만나도 안부라도 물을 수 있었고 부서마다 업무 스타일이 달라서 회사에 적응하려면 한 번씩은 다 만나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적극적으로 일하니 팀원들이 많이 도와주기 시작했다. 협의를 제대로 할수록 업무 간격이 좁아지고 결정하기가 좋아진다.




3. 팀 업무 분장 정확하게 하기


어느 정도 업무가 탄력을 받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팀원들에게 디렉션을 좀 더 정확하게 그리고 상담을 통해 넙무 분장을 더 정확하게 했다. 나는 좀 더 크게 일하고, 그리고 결재를 잘 받는 것이 팀원들을 돕는 것이다.




4. 조금 더, 더 더 일하기


조금 더 일했다. 더 일했다고 셍각한 것보다 조금 더 일했다.

조금 더 조사하고 의사소통하니 적응 잘 한다는 말을 들었다. 내가 아는 것이 늘어나고 대충 아는 것이 아니다보니 말하는 것에 자신감이 생겼다. 야근하고 주말 근무하면 속상하기도 했던 마음들이 눈녹듯이 녹았다.





내 머리가 내 몸이 내 일을 조금씩 잊어가고 있었나 보다. 3년이라는 시간이 참 길기도 한데,,, 컴퓨터 앞에 앉을 시간도 없었고 백화점 돌아 볼 시간도 없었다. 긴 시간 앉아 있기도 힘들었지만, 오랜 기억을 끄집어 내듯 했던 일을 되뇌이며 계속 내 머리가 내 몸이 기억하고 있는 것들을 끄집어 낸 것 같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빨리 적응하고 자리 잡을 수 있었다. 어느 순간 긴장이 풀리며 며칠 감기 몸살을 앓았고, 툭 털고 일어났을 때, 남편과 아이와 함께 남산에 벚꽃을 보러 갔다. 입사일이 2월 18일이었으니, 내가 생각했던 시간보다 더 빨리 잘 치러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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