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추운 겨울날 여자친구와 함께 데이트할 곳을 찾다가 우연히 도로변에 있는 애견카페를 발견했다.
둘 다 강아지를 좋아하기도 하고 통유리에 비치는 작고 귀여운 강아지들을 보니 그냥 지나 칠 수가 없었다.
커피를 사서 의자에 앉자 한 강아지가 곁으로 다가왔다. 한눈에 봐도 아주 작고 마른 새끼강아지 같아 보였고 평일에 사람이 별로 없는 카페에서 뭐라도 얻어먹을 심상인 듯싶어 끌어안았다.
그런데 이게 웬걸? 새끼 강아지의 한쪽 눈이 마치 병에 걸린 것처럼 이상해 보였다. 눈동자 색깔도 탁하고
주변에 눈물자국도 많았다. '주인이 새끼 강아지를 학대하나? 이 정도면 병원에 가야 하는 게 맞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어 은근슬쩍 카페 아르바이트생에게 "이 새끼 강아지 눈이 조금 이상한 것 같은데 괜찮은 거에요?"라고 물었다.
그런데 아르바이트생은 태연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아 뽀삐요? 나이가 많아서 눈이 별로 안 좋아요~"
나는 내가 잘못 들은 줄 알고 다시 한번 물어봤다. " 나이가 많다고요?" 그러자 아르바이트생은 "네 15살인가 그래요~" 15살...? 15살이면 사람 나이로 환산했을 때 소형견 기준 거의 90세에 가깝다.
어쩐지 걷는 폼도 느릿느릿해서 게으른 강아지인 줄 알았는데 그냥 몸이 불편한 어르신 강아지였다. 매우 여린 몸에 혹여 다치진 않을까 조심하며 끌어안고 있었고, 강아지 역시 내 팔 품속에 콕 박혀서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그렇게 1시간쯤 흘렀을까? 갑자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안겨있는 이 1시간은 이 노견에게는 얼마나 긴 시간일까? 얼마나 긴 시간 동안 나의 품에 안겨 행복해하고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기기 시작했다. 역시 인터넷 검색해 본 결과 보통 강아지의 1시간은 사람으로 치면 5시간에 해당하는 시간이라고 한다. 5시간... 이날 거의 2시간 가까이 끌어안고 있었으니 노견에게는 10시간에 해당한다. 90세가 가까운 노견에게 10시간이라는 시간은 생사도 오갈 수 있는 아주 긴 시간이다. 노견은 그렇게 긴 시간 동안 자신을 행복하게 해 줄 사람을 찾아 안긴 것이다. 자신의 소중한 시간을 허무하게 만들지 않을 사람을 찾아서 말이다.
지금 90세 노견의 시간은 1분 1초가 소중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