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바로 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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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시카고주립대
MIT
하버드
아빠 직업, 교수
엄마 직업, 교수
어렸을 때 나도 당연히 '저런' 학교에 갈 줄 알았다. 조금 더 커서 현실을 마주한 나는 저런 학교들에 못 간 것이 아닌 가지 '않은' 것이라 했다. (때마침 좋은 핑곗거리도 있었다. 나중에 이야기하겠다.)
그리고 부모님이 저런 학교를 나오신 것이, 명석한 두뇌를 가지신 분들이심이 나름의 자부심임과 동시에 나에게 은근한 거만함을 허락해주었다. (여기서 은근한이라는 포인트가 중요하다. 주변 지인들에게 부모님 학벌이나 직업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별로 없다. 그 이유도 나중에.)
나는 저런 유전자를 어딘가에 지내고 태어났을테니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로 인해 나는 학창 시절 선생님들로부터 이유 모를 자신감이 넘친다는 피드백을 자주 들었다. 아마 근거 없는 자신감, 근자감이었을 터. 그래도 그 나이 때는 다들 전문성이 없을 때라 먹혔다. 당당하고 자신감 있으면 반 이상은 먹고 들어가던 시절이었다. 솔직히 대학생, 아니 석사 시절까지도 먹혔던 것 같다.
그냥 대충 준비해서 발표해도 칭찬받았고 성적도 무난하게 잘 나왔다. 조금 노력해서 성적장학금도 받았었다. 태어나서 한 번도 전교 1등은 못했지만 항상 1등을 할 수 있다고 믿고 살았다. 하지만 1등을 위해 노력할 시간에 차라리 다른 것을 하는 것이 더 가치 있다고 판단했다. 예를 들면 크레이지아케이드, 바람의나라, 싸이월드, 버디버디, 펌프, 슬램덩크, 괴짜가족, 등.
왜냐하면 나는 언제든지 마음먹으면 하버드에 갈 수 있는 사람이라고 믿었으니까.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굉장히 거만했고, 자기애가 넘쳤으며, 그리고...
그냥 운이 좋은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