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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아온 Apr 25. 2020

공항, 이별의 순간

코로나 사태로 인해 급하게 결정한 한국행

호주에서의 출국 수속을 시작으로 한국에 도착하여 입국 수속을 마치고 나오는 길은 정신이 홀딱 나가는 기분이었다. 인천공항에 도착해보니 생각보다 공항버스 출발시간까지 여유가 없었고, 예상외로 핸드폰이 터지지 않아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모두들 한 마음으로 같은 비행기를 끊고 호주를 떠나왔다. 각자 느끼는 감정은 다르고 같았다. 호주를 떠난다는 감정보다 이 사람들과 더 이상의 밀접한 시간을 갖지 못하겠구나 라는 허탈함에 더 지배당했다. 


그렇게 사람이 아쉬운 거 치고는 그 이별이 감정적이진 않았다. 각자 다른 지역으로 찢어져야 했고 그 방법 또한 달랐다. 서로 살 길을 찾는 그 짧은 찰나는 불과 몇 분 전까지만 해도 이별을 실감하며 감성적이었던 우리를 아주 이성적으로 만들었다. 


7개월이다. 내 인생에 가족들과도 7개월 동안 24시간 내내 붙어있던 적이 있었던가. 아주 밀접한 마음의 관계를 맺은 사람들과 제대로 된 이별을 못한 채로 정신을 차려보니 텅텅 빈 버스에 나 혼자 앉아있다. 


이런 상황은 나로서는 굉장히 불안하다. 현재를 살으라는 명언과는 달리 나는 아주 과거에 사로잡혀 사는 사람이다. 앞으로 내 인생은 과거의 추억을 뜯어먹으며 살 것 같다고 확신할 만큼 나는 아주 아주 과거를 앓으며 사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렇게 과거를 껴안고 사는 사람이니만큼 후회도 절실하게 하는 인간이며 매우 건강하지 못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아직까지 고치지 못하는 그런 한심한 인간인 나.


"놓아놓아 놓아 언젠가 웃을 수 있게.. 네가 웃을 수 있게.. "


귓가에 들리는 사랑노래마저 과거의 연인을 놓으라고 말한다. 그래야 제 과거의 연인이 행복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란다.


벌써 과거가 되어버린 나의 호주 생활 또한 평생 껴안고 뜯어먹으며 사는 것보단 미련 없이 놓아주어야만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을 수 있는 걸까. 모르겠다. 현재만을 고민하고 나아가며 이따금씩 아름다워진 과거의 추억을 꺼내볼 수 있는 그런 어른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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