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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우 Jan 15. 2024

세상의 모든 동백이에게, 당신이 세상에서 제일루 장해요

당신 얼마나 훌륭한지 내가 매일 말해줄게요

2년 전,

오랜 육아 휴직을 끝내고

핑크빛 설렘을 안고 복직을 하였습니다.


너무 오랫동안 일을 놓았었기에

'잘 할 수 있을까?' 불안한 마음 반,


'으어어~ 애 키우는 거 빼곤 다 잘 할 수 있어!

이제 나도 어른 사람하고 대화하는 거야?

남이 차려주는 밥도 먹을 수 있는 거고?' 

다소 유치한 기대 반이었죠 ㅎㅎ


그런 핑크빛 설렘과 달리 

지난 2년의 시간은

관계가 서툰 저에게는 참 힘든 시간이었어요.


그리도 돌아가고 싶던 '어른들의 세계'였는데

그저 하루 종일 KO 패 당하는 느낌이었달까요..


지난주,

제가 현재 활동하고 있는 팀 멤버들과

 '관계'에 대해 이야기해보았습니다.


'자신이 가장 힘들어하는 관계'에 대한 형상을

표현해보기로 했는데, 역설적이게도 

귀여운 젤리 곰으로 표현해보기로 했죠^^

각자 자신을 둘러싼 관계에 대해

등 돌린 모습, 마주 보고 있는 모습, 

같은 곳을 보고 있는 모습 등 다양하게 표현했는데

저는 '회사 상사와의 관계'를 표해보았습니다.

3층에 서있는 상사 젤리 곰이

1층에 있는 제게 마구 쏟아붓는 아픈 장면을요.


그럴 법한 상황이나 얼토당토않은 상황이나 

늘 쏟아붓던 상사에게

나는 왜 그렇게 한마디 대꾸도 못했을까......

생각해보았습니다.


평생 따라다닐 꼬리표가 두려워


곰곰이 생각해보니

저에게 붙을 '꼬리표'를 두려워했던 것 같아요.


'극도로 보수적인 이 조직에서

상사에게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가는

'평생 꼬리표'가 따라다닐 것이다.


말 한번 잘 못했다가 미운 털 박히면...

이 조직에서 배제될 것 같아, 불이익 당할 것 같아

그냥 입 다물고 있자.'


기본 마음 상태를 이렇게 세팅해놓았기에

상대가 제게 무례한 행동을 일삼는데도

못 들은 척 외면하거나  

화장실로 숨어들어 울기 바빴습니다. 


미운털 박히는 게  그토록이나 두려웠기에

늘 얼굴에 '미소'를 코팅하고 살았어요.

늘 만면에 미소를 띠고 다녔고, 

상대에게 맞춰 줄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었죠.


제가 극도로 화가 났을 때

상대에게 그 감정을 드러내는 최고치는

'얼굴에서 웃음기를 지우는 것'이었으니 말 다 했죠. 


왜 그토록 미움받는 일을 두려워했을까.

왜 그토록 타인에게 착한 사람, 좋은 사람으로 

인식되고 싶었을까.


매사의 시선이 '내가' 아닌

'바깥'을 향해, '타인'을 향해 가있었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렇게 바깥을 향해서만 에너지를 썼으니

나를 위해 쓸 에너지는 항상 바닥났고

결국 저 스스로도 인식하지 못한채로 

자연스레 저를 등한시하게되고, 


타인과 나의 관계에서 마저

그토록 쉽게 나를 지워버렸던 것 같아요.


누군가 요구하지 않았는데도 

먼저 나서서 호의를 베풀었고,

타인이 저를 싫어하지 않도록

제 속에 있는 사랑을 계속해서 길어내어

퍼붓고 또 퍼부으며 애를...썼어요.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나 자신과의 관계,  타인과의 관계에 대해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며 되짚어보고 있으니

갑자기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서 보았던

이 장면이 생각나더라구요


(동백   <공효진>)

'사는 게 너무 쪽팔려서요.

 내 인생은 뭐가 이래요.

 나도 좀 쨍~하게 살고 싶은데, 

 참, 세상이 나한테 왜 이렇게 야박해.

 나만 자꾸 망신을 줘..."


(용식  <강하늘>)

동백씨. 약한 척하지 말아요.

고아에 미혼모인 동백 씨.

모르는 놈들이 보면은 

동백씨 박복하다고 쉽게 떠들고 다닐진 몰라두요 

까놓고 얘기해서

동백씨 억세게 운 좋은 거 아니에요?


미혼모가 필구를 혼자서 저렇게 잘 키우고

자영업 사장님까지 되었어요.

남 탓 안 하고요, 치사하게 안 살고

그 와중에 남보다도 더 착하고 더 착실하게 

그렇게 살아내는 거.

그거 다 우러러보고 박수 쳐줘야 될 거 아니냐구요


(동백)

<독백> 태어나서 처음으로 칭찬을 받았다.


(용식)

남들 같았으면요, 진작에 나자빠졌어요.

근데 누가 너를 욕해요.


동백씨, 

이 동네에서요 젤루 세고요. 

젤루 강하고 젤루 훌륭하구 젤루 장해요.


(동백)

나한테 그런 말 해주지 마요.

죽어라 참고 있는데 누가 내 편 들어주면 막..

내 편 들어주지 마요, 칭찬도 해주지 마요. 

왜 자꾸 이쁘데요. 왜 자꾸 나보고 자랑이래.

나는 그런 말들 다 처음이라 

막 마음이 울렁울렁 울렁울렁.

이 악물고 사는 사람 왜 울리고 그래요


(용식)

내가 매일매일 

이 맹~한 동백씨 안 까먹게요.

당신 얼마나 훌륭한지 내가 말해줄게요.

그러니까 이제 잔소리하지 말고 이제 받기만 해요



이 장면을 다시 되돌려보면서 생각했어요.


'내가 이제껏 내 편을 안 들어줬구나.

 그 어떤 상황에서도 나만큼은 내 편이어야는 데

 내가 그걸 안 해줬구나.

 내가 얼마나 훌륭한지, 내가 얼마나 장한지.

 내가 얼마나 강하고 예쁜지.. 

 전혀 얘기해주지도 알아주지 않았구나'


집에 돌아와

오늘의 복잡했던 감정들을 그림으로 표현해보았어요

그리고선, 

무례한 관계 속에서 마냥 허우적거리는 제가 아닌

저라는 사람의 가치에 어울리는

건강한 나를 표현해보았죠.


고운 색감의 꽃잎 드레스를 입혀주고 싶더라구요.

'흥, 내가 언제까지나
네 지하방에 세 들어살 줄 알았지?

이제 때가 된 것 같군.
내 단층 드레스의 끝단을
풀어헤쳐야 할 때 말야

(샤르륵, 샤르륵)
1단, 2단, 3단, 4단, 5단, 6단,
7단!!!!!!!!!!!!!!!!!!!!!!!!
너무 클라쓰 차이가 많이 나서
자중하며 조용히 좀 지내려 했더니
이거 안되겠구먼~

자~
할 일 없으면
내 치맛자락이나 좀 잡아줄래?
자꾸만 바닥에 끌려서 말이야

ㅎㅎ 이런 글도 덧붙여보고 말이죠. 


용식이가 동백이에게 해주었던 말들을

제 자신에게도,

'세상의 모든 동백이'에게도 해주고 싶어요.


"너는 이 세상에서 제~일 훌륭하고 

 제~일 장해.

 제일로 이쁘고 제일로 강하고 

 제일로 자랑스러워.

 이런 내 마음. 이제는 받아줄래?"


미처 깨닫지 못했던

자신의 가치를 발견하고 일깨워주는 일.람에게 기적이 되는 삶.

사람이 사람에게 기적이 되는 삶,

함께 만들어가고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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