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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냐옹 Jun 02. 2023

크로바레코드 17

17. 목소리의 주인-J

 

내가 밥을 깨작거리자, 블레싱이 걱정스런 눈으로 바라본다. 

“입맛이 없어?”

“응, 그것보다 넌 알았어? 심사위원이 바뀐 거 말이야.”


강당 여기저기에 흩어진 밴드들이 도시락을 까먹는다. 블레싱의 수려한 외모에 여자출연자의 관심이 끊이지 않는다. 우리가 정말 커플이었다면, 난 살해를 당했을 지도 몰라. 

“아, 나도 참가 직전에 알았어. 원래 심사를 보려고 했던 가수가 교통사고를 당했대. 많이 다친 건 아닌데, 오래 앉아있을 수가 없나 봐. 그래서 같은 소속사의 가수로 급하게 바꿨다던데.”

그게 바로 그 애란 말이지. 입맛이 뚝 떨어진다. 

“왜, 어디가 안 좋아?”

“아냐, 아무것도.”

그렇게 깨작거린 밥이 체했다. 손을 따고, 소화제를 먹어도 소용이 없더니, 몽땅 토하고 나서야 괜찮아졌다. 덕분에 기진맥진, 그 애를 보고도 떨릴 힘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메이크업 담당자는 창백한 얼굴을 발그레 사과처럼 만들어 놓았다. 화장의 힘은 참 대단하네. 나, 엄청 생기있어 보이잖아. 블레싱은 여전히 덜덜 떤다. 보는 눈만 없다면 꼭 안아줄텐데. 여기서 안으면 신변에 위험이 생길 것 같단 말이야.


소연은 높은 곳에 앉아있다. 우리가 한참을 올려다봐야 하는 높은 곳에. 먼 데서 보아도, 그 애가 달라진 걸 알겠다. 정말 내가 알던 그 애가 맞을까. 짙은 화장에, 야한 복장. 같이 어울려 노래를 부르던 그 애가 아닌 것 같다. 그래서 더 마음이 편했다. 완벽한 타인으로 느껴져서. 


“예전보다 노래가 더 좋아졌네요. 목소리도 더 풍부해지고. 잘 들었습니다.”

그녀의 발언에 MC가 우리의 인연을 묻는다. 

“고등학교 때 같이 밴드를 했어요. 이 무대에서 만나니까 정말 반갑네요.”

이번엔 내게 마이크가 온다. 친구를 심사위원으로 만나게 돼서 어떠냐는 질문이다. 아, 아무 말도 하기 싫은데. 내가 머뭇대자, 블레싱이 대신 마이크를 받는다.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보여도, 제이가 지금 엄청 떨고 있거든요. 아마, 지금 무슨 말을 해도 모를 거에요.” 

웃음소리. 다행이다. 겁먹은 것처럼 보이는 내 눈동자가 열일을 했나보다. 


“왜 말 안 했어? 아는 사이라고.”

무대 뒤에서 블레싱이 속삭인다.

“모르는 사이나 마찬가지야. 그 후론 연락도 없었으니까.”

“그 후?”

“내 곡을 훔쳐서 데뷔한 후.”

“니 곡? 설마, ‘꿀떡찰떡사랑떡’ 말이야?”

그래, 그 노래. 그 애의 대표곡. 나한테 꿀떡 넘어올래? 너한테 찰떡 붙어있을 게. 하면서 아양을 부리는 그 곡. 그게 내가 만든 곡이었어. 


“어쩐지, 제이 색깔이 났어. 심사위원 곡을 부를 때 그 노랠 부르면 어떨까 했는데, 안 되겠네.”

“그래, 안돼.” 

그건 내 규칙에 어긋나니까. 난 그 애가 연상되는 어떤 노래도 부르고 싶지 않아. 

“소연 가수, 좋게 봤는데, 별로 좋은 사람이 아니었구나.”

“넌, 신경 쓰지 마. 경연에 방해되면 안 되니까.”

“내가 그런 거 신경 쓸 겨를이 어딨어. 오늘도 무슨 정신으로 노래를 불렀는지 모르겠는데.”

카메라가 다가와서 뚝 말을 멈췄다. 그 애는 두근거리지 않을까. 내가 무슨 말을 할지 무섭지 않을까. 그 정도로 간이 작은 아이였다면, 심사위원석에 앉지도 않았겠지. 


대기실에 돌아오니, 모니터하던 동료들이 힘을 복 돋아 준다. 가끔 나온 걸 후회할 때도 있지만, 그래도 동료들이 생겨서 너무 좋다. 버스킹을 할 때는 혼자 노래하고, 혼자 연주하고 외로웠었는데, 이제 같이 얘기를 나눌 친구들이 많이 생겼다. 물론 지금은 경쟁자 신세지만. 

일단 만나고 나니까, 의외로 아무렇지 않다. 아니, 전혀 신경이 안 쓰인달까. 소연도 나쁜 마음을 먹고, 점수를 낮게 줄 수도 있지만, 그래 봤자, 화살은 자기에게 돌아가니까, 신중하게 점수를 주는 것 같다. 우리의 관계는 이렇게 마무리됐으면 좋겠다.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한도에서. 


간절히 그러길 바랬는데, 멘토링 시간에, 그 애가 크로바 밴드를 지목했다. 어설픈 웃음을 장착하고서, 그 애의 연습실로 찾아간다. 블레싱도 빳빳하게 굳었다. 

“하니가 보고 싶어.”

“나도 맥스가 보고 싶어. 소연은 대체 왜 우릴 지목한 거야?”

“나도 모르겠어.”

“걱정 마. 내가 허튼 수작 못하게 지켜 줄 테니까.”

“그것보다, 내가 허튼 짓 못하게 막아줘.”

그제야 블레싱이 웃는다.

“가방에 무기 같은 거 숨긴 거 아니지?”

“숨겼어. 바주카포랑, 수류탄이랑, 펫맨 같은 거 숨겼어.”

“네 가방이 무슨 도라에몽 주머니냐.”

덩달아 나도 웃는다. 카메라맨이 우리의 싱거운 웃음을 카메라에 담는다. 왜 웃는지도 모르면서. 


소연은 딱 붙는 탱크 탑에 레깅스 복장이다. 댄스를 추다 말고, 우리를 반긴다. 댄스 곡도 부르는 구나. 하긴 뭐든 잘 해야 살아남겠지. 

“어서 와.”

블레싱은 눈 둘 데를 몰라 당황한다. 결국 내 눈동자만 멀거니 바라보고 있다. 누가 보면 사귀는 줄 알겠네. 

“다 좋은데, 경연에선 새로운 모습도 보여주는 게 좋거든, 가능성을 보고 뽑아주는 거니까.”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 말도 맞지만, 난 잘하는 것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

“그래서 다음 곡은 뭔가 신선한 게 좋을 것 같아.”

네 노래 말고, 다른 심사위원의 곡이면 좋겠지. 그나저나 이 앤 왜 반말을 하는 걸까. 너무 친근해 보여서 불편한데.


“우리 고등학교 때 보고 처음이지?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

느닷없는 질문. 나 대신 꼬박꼬박 대답을 해주던 블레싱도 이 질문을 막아줄 수는 없다.

“버스킹을 하면서 지냈어요.”

“예전보다 곡이 훨씬 좋아졌던데? 나중에 나한테도 줄래?”

“소연 가수님은 소연 가수님만의 색채가 분명하시잖아요. 꿀떡찰떡사랑떡도 그렇고, 아마, 저보다 더 좋은 곡을 쓰실 수 있을 거에요.”


에돌아서 거절했다. 그 애는 여전히 웃는 얼굴이다. 넌 이제 전혀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이 되었네. 블레싱이 어색한 분위기를 무마하려고 애쓴다. 허밍으로 노래도 불러보고, 아까 봤던 소연의 댄스도 어설프게 흉내 내본다. 넌, 스타의 기질이 다분하구나. 이렇게 카메라를 메울 수 있다니. 블레싱이 소연을 막아주는 동안 나는,

 아무도 없는 것처럼, ‘찰떡꿀떡사랑떡’을 불러본다. 그 시절 우리가 불렀던 것처럼. 블레싱과 춤을 추던 소연이 우뚝 멈춰 서서 이편을 바라본다. 처음으로 방송용이 아닌 그 애의 표정. 죄책감과 미안함, 그리고 당혹스러움이 고스라니 담겨있는 표정. 카메라는 그 표정을 담았을까. 담았다 해도, 편집했겠지. 그건 시청자들이 바라는 그 애가 아니니까. 


“정말 네 노래가 맞네.”

“이젠 아니지.”

“아니야, 소연이 부른 것보다 네가 부른 게 더 좋아. 본래 이런 색깔이었구나 싶어. 조금 슬프게 부르는 곡이네.” 

차가 막힌다. 카메라는 꺼져서, 이젠 자유롭게 말해도 된다. 

“왜 그 노래가 나왔는지 모르겠어. 그냥 기타를 치려고 했던 건데.”

“여기 계속 고여있으니까.”

블레싱이 자신의 가슴에 손을 얹는다. 잊은 줄 알았던 그 노래가 계속 가슴 속에 고여 있었을까. 목소리의 주인을 찾아서? 

아주 잠깐 표정을 바꿨던 그 애는 이내 본래의 표정으로 돌아가서 웃으며 우리를 대했다. 아마 나만 심술쟁이로 나왔을 거야.

나중에 모니터를 해보니, 교묘한 편집기술 덕에 내 놀부 심보는 나오지 않았다. 대신 찰떡꿀떡사랑떡을 부르는 장면을 부각해서 좀 쑥스러웠다. 블레싱의 말로는 별로 쓸 게 없어서 그랬을 거란다. 블레싱의 어설픈 춤과 내 노래가 SNS를 뜨겁게 달궜다는 것도 나중에 알았다. 


소연의 추천으로 댄스곡을 부른 우리는, 보기 좋게 탈락했다. 블레싱은 가사를 놓쳤고, 나는 반주를 놓쳤다. 아주 처참하게 떨어진 것도 아니어서, 패자부활전을 하게 됐다.    

선곡을 궁리하는 나에게 PD가 조심스레 다가와 ‘찰떡꿀떡사랑떡’을 권했다. 

“그거 반응이 너무 좋아요. 폐자부활전에 그 노랠 꼭 불렀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떨어지더라도, 어디선가 연락이 올 거 같거든요.”


딱 잡아 거절하고 싶었는데, 블레싱의 간절한 눈빛을 보니, 너무 이기적일 것 같아서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다섯팀 중에 한 팀만 폐자 부활전으로 올라간다. 이미 결선에 오른 팀들은 호텔로 돌아갔다. 남은 시간은 한 시간. 역시 제일 잘 부르는 곡밖엔 없겠구나.        

  

빗물은 무슨 맛이야

살짝 녹슨 쇠 맛

바람은 무슨 맛이야

조금은 흙맛조금은 구름 맛

너 없는 징검다리를 건너너 없는 마당을 지나

얼룩 고양이가 나른하게 우는 소파로 가

나한테 꿀떡 넘어갈래

말랑 꿀떡을 들고 물어.

너한테 찰떡 붙어있을게

쫀득 찰떡을 들고 답해    

 

너는 바람을 달려나에게 온다깃털이어도 좋아

허공에 흩어지는 이파리여도.     


따뜻한 시루에서 폭폭 기다릴게

네가 없는 빈방에서 기다릴게     


꿀떡 찰떡 쑥떡

네가 빚는 쫀득 말랑 사랑떡

뭐든 좋아접시에 남은 콩고물이라도

  

나한테 꿀떡 넘어갈래

말랑 꿀떡을 들고 물어 

너한테 찰떡 붙어있을게

쫀득 찰떡 들고 답해      


따뜻한 시루에서 폭폭 기다릴게

네가 없는 빈방에서 기다릴게     


꿀떡 찰떡 사랑떡달려갈게



전부 내가 불렀고, 마지막 구절만 블레싱이 달달하게 답했다. 이렇게 해도 될까 싶었는데, 심사위원들의 환호가 쏟아졌다. 그 애는 어땠는지 모르겠다. 그 가면 같은 표정 뒤에 숨어있었을까. 역시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보통의 점수. 그게 그 애의 최선이었을 거라 믿는다. 


인터뷰도 했던 것 같은데, 아무 기억이 없다. 팀이란 건, 이래서 좋구나. 내가 이렇게 멍충이가 되어있을 때, 블레싱이 활약한다. 

“너도 좀 말 좀 해.”

“할 말이 없어.”

노래는 부르겠는데, 인터뷰는 도저히 못하겠다. 머리가 하얘져 버린단 말이야. 

“다음 인터뷰는 네가 해. 나만 말하니까, 너무 나대는 것처럼 보이잖아.”

“사람들은 그걸 더 좋아할 거야. 난 인형 같이 앉아있는 게 나아.”

“그렇게 컨셉을 잡았단 말이지.”

“엉뚱한 소리 하는 것보다 그게 나을걸. 멘토링 장면에서도 내 말소리는 다 지웠던데?”

그랬다. 소연과 나의 대화가 어딘가 어색했는지, 역시나 거기서도 꿀 먹은 벙어리처럼 나왔다. 노래마저 안 불렀으면 존재감이 아예 없었을 거야. 


“그래, 그런 신비주의로 가라. 주접은 내가 다 떨 테니.”

다정해 보이면 다정해 보이지, 절대 주접 떠는 걸로는 보이지 않을 거야. 그러니까 걱정 마셔.

이런 걱정도, 그리 길게 가지 않았다. 우리는 전체 5위를 하고 무대에서 내려왔다. 맥스는 많이 아쉬워했지만, 나는 아주 만족했다. 그만큼 내 신경은 너덜너덜했다. 살도 5kg이나 빠지고, 섭식장애까지 생겼다. 경연을 나가려면, 강철 심장이 필요하구나, 새삼 느꼈다. 


‘크로바 레코드’는 우리가 경연에서 부른 마지막 곡이자, 우리의 첫 데뷔곡. 나는 작곡가로, 블레싱은 보컬로 막 첫발을 내딛었다. 소녀 팬들의 인기 덕분이었는지, 일사천리로 음반이 나왔다. 요리조리 빼며 잔꾀를 부리던 맥스도 연주를 보태주었다.


“넌 참 욕심도 없다. 그렇게 고생을 해놓고, 작곡자로만 이름을 올려?”

“무슨 소리야. 피처링 했다고 써 있잖아. 송 제이 피처링.” 

“크로바 밴드도 아니고, 블레싱으로 음반을 내게 하는 게 어딨어.”

그게 내가 원하는 거니까. 난 천천히 이름을 알릴게. 넌 물 들어왔으니까 어서 노 저어.

블레싱의 음반을 가게에 진열한다. 점점 바빠져서 이젠 이렇게 한가하게 가게를 오지도 못할 거야. 그가 새삼스레 가게를 둘러본다.

“처음 여기 왔을 때가 생각나네.”

“그땐 약사였지.”

“그래 버스킹하는 약사.”

“이젠 음반을 낸 가수시네. 약국은 잘 팔았어?”

“응. 마침 적당한 사람이 나타났어.”

이제 노래에만 열중하면 되겠구나.

“넌, 앞으로 뭐할 거야?”

“예전이랑 같아. 곡 만들고, 노래하고,”

“배고픈 소크라테스네.”

그가 피식 웃으며 스케치북에 근사하게 사인을 한다. 혹시나 찾아올 팬들을 위해서 내가 부탁했다. 그거 다 사인하려면 팔목 좀 아플걸. 

그래도 좀 달라진 게 있다. SNS도 폭발적인 반응이고, 곡을 보고 싶다는 소속사의 연락도 있었다. 하지만, 아직 그건 비밀. 성사되지 않은 일에 대해서 소문을 낼 수는 없으니까.


“사인이 끝나면 노래도 한 곡 불러주고, 아니 두 곡 불러. 오늘 밤 라디오에 내보낼 거야.”

“아직도 하냐?”

“당연하지 DJ는 내 꿈이라고.”

“밤 1시라고 했지. 다음엔 제대로 된 게스트로 올게.”

“약속 한 거다!”

사인을 끝낸 블레싱이 마이크를 잡는다. 조금의 소음이 들어갔지만, 뭐 그것도 매력이라고 치고, 열심히 기타로 반주를 맞춘다. 노래가 더 좋아졌구나. 역시 전문가의 도움을 받은 티가 난다. 멋있어! 경연 기분을 내어, 화음도 조금, 라이브답게 웃음소리도 조금. 

“고마워.”

“고마운 건 나야. 내 모든 시작은 크로바니까.”

무슨 그런 과찬의 말씀을. 크로바는 아주 작은 나비일 뿐이야. 시작은 모두 네가 한 거야. 기타를 정리하고, 어설픈 장비들도 모두 들여놓는다. 대부분은 가게에 있던 거다. 오래된 물건들이라, 소음은 좀 나지만, 그래도 1인 방송으로 쓰기엔 적당하다. 인기스타 블레싱도 정리를 거든다. 내가 너무 막 부리는 건가.                

딸랑, 종소리가 울리고, 손님이 들어온다. 


“운이 좋았네. 인기 가수도 보고.”

배가 둥그스레 불러오는 순이언니다. 이제 많이 안정됐나 보네. 

“더 유명해지기 전에 CD에 사인 받아가야 겠다.”

블레싱이 내지에 멋들어지게 사인을 해준다. 

“크로바 밴드가 아니라, 이상하긴 하지만, 뭐, 소녀 팬들은 좋아할 거야. 그러잖아도, 둘 사이를 의심했잖아. 이쯤 해서 각자 길을 가는 것도 나쁘지 않지.”

“맞아요. 계속 블레싱이랑 밴드를 했다간, 제 명에 못 죽을 지도 몰라요.”

“그만큼 극성팬도 없어!”

없긴. 아주 수면에 나타나지 않은 것뿐이야. 하여간, 너와 찢어지긴 잘한 일이라고. 

그제야 블레싱이 돌아갔다. 더 있고 싶어하는 눈치였지만, 안돼. 곧 하니가 올 시간이란 말이야. 우린 밀어뒀던 사랑을 해야 하니까. 이만 안녕.


살랑대는 바람을 맞으며 하니를 마중간다. 블레싱과 경연을 하는 사이에 바람처럼 여름이 갔다. 호텔에서 보내는 여름도 나쁘지 않았어. 그래도, 하니의 곁에서 보내는 사계절이 더 좋아. 역 계단을 내려오는 하니의 모습이 보인다. 힘껏 손을 흔든다. 하니도 알아보고, 같이 흔든다. 노랗게 떨어진 은행을 피해서 조심조심 그에게 다가간다. 

“마중 나왔네.”

“응, 일 분이라도 빨리 보고 싶어서.”

그가 서늘한 내 손을 잡는다. 언제나 따뜻한 그의 손.

“하천에 갈까?”

“응. 타코야끼 사가지고 가자.”

“그래.”

그와 함께라면 그곳도 눈부신 베니스. 오늘은 그의 어깨에 기대, 새로 만든 노래를 불러야겠다. 어제 완성한 따끈한 그 노래. 그와 나의 사랑 노래. 

세상 모든 사람들이, 우리의 노래에 전염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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