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그날 아침을 기억한다. 소풍날 아침이면 어머니는 새벽같이 일어나 김밥을 만드셨다. 부엌 한편에서 묵묵히 김밥을 만드실 때 옆에서 쪼잘쪼잘 꼬다리를 집어먹으며 소풍을 기다렸다.
내가 살던 동네에는 흔한 김밥집 하나 없었다. 작은 구멍가게에서 음료수와 먹고 싶은 과자를 가방에 꽁꽁 싸매고 김밥을 넣으면 그날의 아침이 완성된다. 지금은 소풍이라는 것을 가는지도, 여전히 아침에 김밥을 싸는지도 잘 모르겠다. 이쁜 도시락 말고, 그 김밥. 캐릭터가 그려진 용기에 차곡차곡 쌓인 그 김밥이 너무 그립다.
어린 시절 특별한 어느 날들은 아직도 머릿속에 생생하게 남아있다. 그 기억들은 나의 즐거운 추억인 줄로만 알았는데 묵묵히 뒤에서 챙겨주시면 어머니의 사랑이 있었다. 내가 부모가 되면 그렇게 정성 들인 추억을, 기쁨의 기억을 만들어줄 수 있을까?
나의 어린 시절과 달리 너무 삭막해진 느낌인지 지금은 그 감성을 다시 느낄 수 없다. 꼭 그렇게 감성을 파고들 필요는 없다지만 그 시절이 생각나 눈물 나는 것은 젊은 어머니의 모습인가 아니면 나의 순수했던 기억인가. 이렇게 어른이 되어가는 것인가.
세월이 참 많이 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