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한 그늘 속을 걷다가 뜨거운 태양볕으로 나가는 순간 잠시 발걸음을 멈추며 움찔하게 된다. 뜨거움을 기억 속에 간직한 무의식적인 행동이 우리의 발걸음을 멈추게 만들듯, 무엇인가 기억 속에 강하게 남은 것들이 나의 행동을 주춤거리게 만드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
트라우마라는 것에 대해서 꽤나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극복을 전제로 하는 도전정신이 필요하다는 것이 삶을 대하는 나의 자세이다. 하지만 너무 많은 사건들과 감당할 수 없는 감정적인 변화들이 어쩌면 트라우마라는 이름으로 내 안에 자리 잡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래서 다시 시도하는, 특히 이전에 경험해본 적이 있고, 뜨거움을 감지한 적이 있는 순간에 발걸음이 멈추는 것은 당연하다. 그 부분이 나도 모르는 새 상처가 되어서 나의 발목을 잡는다. 반복적인 어떠한 결과들이 상처라는,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단어로 나를 억압하고 있다.
다시금 빛으로의 전환을 맞이하고자 한다. 따가운 태양에 피부가 타들어가지만, 다시 그 뜨거움을 견딜 수 있으며 순간의 주춤거림이 영원한 멈춤으로 자리잡지 않을 수 있는, 그러한 용기가 필요하다. 빛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