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다는 착각
삶 속에서 우리는 종종 스스로를 다독입니다.
“지금이 나의 최선이다. 더는 못 한다.”
그렇게 마음을 다잡지만, 어느 순간 타인과 비교하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왜 나만 이런 시련을 겪는 걸까.”
그 질문이 쌓일수록 마음은 조금씩 갉아먹히고, 불현듯 찾아온 자괴감이 나를 무너뜨립니다.
견고했던 믿음이 흔들리는 순간, 나는 상대의 노고를 보지 못한 채 서운함만 붙들고 있었습니다. 사실은 각자 자기 방식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었는데도, 내 기대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 노력을 외면했던 것이죠.
함께 살아가는 시간 속에는 저마다의 수고와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하지만 ‘나만’이라는 생각이 자리 잡는 순간부터 거리는 멀어지기 시작합니다.
중요한 건 그 거리를 좁혀가는 과정이 나만의 방식이 아닌,
서로가 합의할 수 있는 길인지 되묻는 일입니다.
끝내지 않을 관계라면,
지금 여기서 조금 더 최선을 다해보는 건 어떨까요.
내 방법과 생각이 아니라, 상대의 방식을 이해하려는 노력 속에서 우리는 다시 가까워질 수 있을 겁니다.
나는 하나가 되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다만, 잠시라도 평온을 나누고 싶습니다.
그렇기에 오늘도 먼저 나를 돌아봅니다.
다른 길을 걷고 있다고 생각할 때,
쥐었던 손이 미끄러졌을 때,
우리는 ‘끝’이라는 단어를 내세우지만
그건 비겁한 스스로를 증명할 뿐,
달라지는 건 없다.
쉽게 얻은 것은 쉽게 잃듯,
지금 지켜야 할 것을 위해
많은 것들을 견뎌야 하는 일은
너에게만 주어진 운명이 아니라
모두에게 주어진 필연이다.
놓는 건 순간이지만,
피우는 과정은 어렵고,
때로는 피우지도 못하지만
그 시간은 영원하다.
떨어진 꽃잎이 내게 닿고,
바스러진 낙엽이 땅을 스칠 때,
그 사이 나는 그대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