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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수진 Mar 27. 2020

리멤버(드라마앤컴퍼니)의 재택근무 시행기

*HR 담당자의 시선으로 작성하였습니다. 회사의 견해와 다소 다를 수 있습니다.


설렘으로 새벽 6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눈이 저절로 떠졌다. 평소 잠이 많은 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기적에 가까운 일. 씻고, 스트레칭을 하고, 간단히 스크램블 에그로 아침식사를 하고, 아이스 커피를 만들어 식탁에 앉아 업무용 노트북을 켰다. 대망의 재택근무 첫 날. 본인의 출근시간에 맞게 출근한 동료들이 슬랙Slack에 보였다. 코로나19로 난생 처음으로 재택근무를 하게된 ‘나’와 창립 7년만에 처음으로 재택근무를 시도한 드라마앤컴퍼니의 이야기.


책상이 없어 식탁으로 출근했다

재택근무 D-2

‘알 수 없는 경로로 지하철에서 코로나에 감염되는 것은 아닐까?’하는 망상을 하며 사무실로 출근했다. 연속으로 예정되어 있던 회의가 끝나니 한 건물이 확진자 출입으로 폐쇄된다는 기사를 접했다. 그 건물은 나의 가족 중 한명이 출근하고 있는 곳이었고, 심지어 출근 후 이동 경로가 확진자의 동선과 겹쳤다고 하니 패닉이었다. 결론적으로는 양성 판정은 나오진 않았지만, 나의 삶의 반경까지 와있다고 생각하니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충격 속에 헤매고 있을 틈 없이 슬랙의 알람은 계속 깜빡였고, 동료들의 문의는 이어졌다. ‘어린이집이 휴원했는데 어떻게 해야할까요, 가족이 발열 증상이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사태가 장기화될지 아닐지, 어떤 방법이 나을지 확신이 없는 상황에서 개별적 상황에 맞게 안내를 해오다 그 날 밤 10시에 전사적으로 가이드라인을 공지했다. 

본인이나 동거인이 격리대상으로 판정받았거나, 발열이 있는 경우 1주일간 재택근무 진행

어린이집/유치원/학교의 갑작스러운 휴교로 출근이 어려운 맞벌이 부부는 재택근무 논의

회식, *친밥 2주간 미진행

    (*친밥 : 랜덤으로 정해진 타부서의 동료와 점심식사를 하는 제도)

모든 면접 화상 면접으로 대체

회의 진행 시 마스크 필수 착용


재택근무 D-1

확진자가 1,000명을 넘었다.

11:00 처음 겪는 사태에 대해 빠른 결단이 필요했다. 일본에 계신 대표님과 LINE으로 30분여간 미팅을 진행했고, 동료들과 가족의 안전을 위해 이견없이 재택근무를 결정했다. 

11:30 바로 다음날부터 재택근무가 시행될 수 있도록 분주히 움직였다. 한명이 재택근무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작성하면, 한명은 재택 근무를 위한 보안 관련 사항을 협조 요청했고, 다른 한명은 화상 회의 tool을 알아보는 등 각자 흩어져 제반 사항을 준비했다.

12:30 재택근무를 실시한다고 슬랙으로 전사 안내했다. 오후 중에 재택근무 가이드라인을 공유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가이드라인을 작성하고 수정해나갔다.


16:00 모두가 마스크를 착용하고 *라운지라고 부르는 공간에 모였다. 드라마앤컴퍼니는 over-communication을 지향한다. 슬랙 · 구글문서 · wiki · jira 등으로 온라인에서 활발하게, 월드톡 · 피플톡 · 타운홀미팅과 같은 오프라인 자리에서도 활발하게 소통하는 것을 지향한다. 재택근무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드라마의 방식 그대로 슬랙으로 공유, 문서로 공유, 구두로 또 한 번 공유하며 서로의 생각을 맞췄다. 재택근무기간 동안 지켜야 할 사항은 크게 아래의 3가지이다.

(*라운지 : 간식을 먹거나 쉬거나 전체 회의를 하는 공간)


재택근무여도 계획대로 업무가 진행될 수 있도록 한다.

업무 시간에는 언제든 연락이 닿아야 한다.

보안을 각별히 유의한다.

※재택근무 가이드 Ground rule


가이드라인을 숙지하고 서로의 안위를 걱정하며, 필요한 짐을 챙겼다. 

산업기능요원들은 유독 입을 삐죽였는데, ‘군인’들은 재택근무가 허용되지 않아 사무실 출근을 해야 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었다.(다행히 다음날 병무청의 지침이 바뀌어 빠르게 공문 제출하고 모두 재택근무 할 수 있었다!)


재택근무를 위한 준비는 끝났다. 바로 내일부터 재택근무라고 하니 실감이 나지 않으면서 기대됐다.


재택근무 D-DAY

‘휴가같은 느낌이 나면 어쩌지’, ‘정말 일이 잘 될까’하는 걱정은 재택근무 1일차에 모두 사라졌다. 재택근무는 너무나도 수월하게 진행됐다. HR담당자인 나에게도 재택근무는 ‘구글이 일하는 법’에서나 있는 신기루 같은 일이었는데, 원활히 진행되니 마냥 신기했다. 물론 팀마다 TF마다 상황은 달랐겠지만, 우리 팀의 경우 함께 쌓은 신뢰가 단단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지금의 팀 구성원으로 1년 이상 합을 맞춰왔고, 그동안 우리팀의 일하는 방식, 더 나아가 회사의 일하는 방식에 대해 무수한 논의를 해왔다. 그런 단단한 시간이 있었기에 혼란스러운 시기에 빛을 발할 수 있구나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재택근무기간 동안 우리팀에 닥친 중요한 일들이 많았다. 선택적 출근시간제 pilot 기간을 마치고 정식 도입을 위한 검토 및 세부 운영 방안을 확정해야 했고, 연간목표에 대한 상세 계획을 세우는 등의 굵직하고 HR적인 고민이 많이 필요한 일들이 산적해있었음에도 계획에 따라 각자의 업무를 진행하고 줌Zoom에서 열띤 논의를 하여 하나씩 마무리해 나갔다. 


개인적으로도 처음 시작하는 일인데, ‘답’은 없고, 오랜 시간 고민이 필요한 미션이 많았던 시기여서 재택근무가 도움이 됐다. 사무실에서는 예측하지 못한 일들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여러 문의에 대해 고민하고 답변하다보면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때가 사실 많았다. 방해없이 집에서 이리 저리 생각해보고 고민해보니 계획한 일을 시도해보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이 글 또한 재택근무의 산물일지도.. :)


처음에는 10일간 재택근무하면 상황이 괜찮아지지 않을까 싶었다. 상황이 쉽게 잠잠해지지 않아 매주 목요일마다 논의하여 재택근무를 연장하다보니 3.5주간 재택근무를 지속했다. 긴 시간 동안 다양한 방식으로 일을 했다. 전사회의는 화상으로 이전과 동일하게 진행했다. 월드톡(요일 라마인들이 )이라고 부르는 월요일 전사회의에 70여명이 줌으로 참여했다. 평소처럼 각 팀/TF별 업무 현황과 성과를 공유하고, 2월부터 논의했던 팀별 연간 계획도 줌에서 공유하며 마무리했다.

참가자 71명! 월드톡을 줌으로 진행하는 모습


면접도 지원자분께서 불편해하지 않으신다면 일정을 미루지 않고 화상면접으로 진행했고, 감사의 의미로 드리던 면접비도 온라인 상품권으로 대체하여 드렸다. 입사도 미룰 수 없어 피플팀이 출근하여 입사자를 맞이했고, 우리의 일하는 방식과 재택근무 방식에 대해 공유드린 후에 함께 재택근무 하시도록 했다. OJT는 미리 정리해둔 OJT 문서를 바탕으로 화상으로 진행했다.


갑작스러운 결정에 혼란스러울 수 있었던 상황이었지만 그동안 쌓은 일하는 방식의 힘을 확인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그럼에도 조금은 외롭고 쓸쓸한 3.5주여서 동료들과 함께 웃고 이야기하며 일하는 날들을 더 소중히 여기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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