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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수진 Apr 27. 2020

KPI? OKR? 스타트업의 연간 목표 수립

*HR 담당자의 시선으로 작성하였습니다. 회사의 견해와 다소 다를 수 있습니다.


과거 나는 매년 추석을 기점으로 하여 역류성 식도염이 더 심해지곤 했다. 스타트업으로 이직 전 제조업에 근무했던 나에게 추석은 일종의 알람 같았다. ‘추석이 지나면 내년도 예산을 세워야 하느니라.’ 제조비 - 판관비 - 경상투자비의 무한 루프로 이어지는 이 작업은 매년 하반기에 시작해서 다음 해 상반기가 되어도 끝나지 않는다는 특성이 있다. 인사팀이었으니 인건비만 구하면 그만이었지만 복잡한 급여 체계와 끊임없이 바뀌는 변수들이 참 힘들었다.


그러다 IT스타트업으로 옮겼다. 이전처럼 원가를 절대적인 지표로 보는 방식이 적합할리 없다. 드라마앤컴퍼니 합류 후(2018년) 마주한 건 ‘미션과 역할’이었다. 팀 별 한 해의 미션과 역할을 정하고 이에 맞게 일했다. 드라마앤컴퍼니의 일하는 방식과 서비스의 특성상 숫자 지표로만 얘기할 수 없다. 유저의 니즈를 파악하기 위해 가설을 세우고 빠르게 검증하는 과정 속에서 ‘답’을 찾는다. 이 과정에서 설령 어떤 프로젝트, 서비스가 잘 되지 않더라도 궁극적으로 찾으려는 ‘답’과 가까워졌다면 실패, 혹은 비용이라 보지 않는다. 1년을 수치화해서 예측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매번 예측할 수 없는 트렌드와 유저의 변화에 당황하지 않고 기민하게 움직여야 할 뿐이다.


작년(2019년)은 신규 사업·서비스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보던 시기로, 별도의 팀 별 미션과 목표를 수립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피플팀으로서 한 해 동안 집중해야 할 영역이 무엇인지에 대해 명확하게 동기화되지 않아 혼란스러웠다. 나는 커리어의 시작을 HR로 한 케이스는 아니다. 다른 직무였을 때에는 철 모르고 ‘backoffice라면 뭐든 다 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호된 시간을 보내고 있다 :) 시시각각 슬랙Slack으로, 혹은 오프라인에서 직접 피플팀에 요청하는 예상치 못한 일이 참 많다.‘동료들을 위한 건 뭐든 해주는’ 피플팀이 되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는 상황이 많기에, 무엇을 우선순위를 두고 진행하는 것이 회사에 더 도움이 되는지 · 동료들에게 더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 논의하느라 상당한 시간을 보냈다. 사전에 역량을 집중할 곳에 대해 합의점을 찾아 좀 더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차에 지난 2월, 재호님(*최재호 대표님)께서 전사적으로 팀별 연간 목표와 주요 실행 전략 및 방안를 세워 2020년을 보내자고 제안하셨다. 작년에 신규 서비스인 리멤버 커리어를 런칭하였는데, 리멤버 커리어 TF에서 스스로 제시한 목표를 매번 리소스를 집중하여 달성하는 저력을 보여준 것이 인상 깊으셨던 것 같다. 다시 한 번 미션과 목표의 중요성에 대해 되새기며 전사적으로 미션과 목표, 핵심 전략을 세워보기로 했다.



STEP 1 >> 미션과 목표 구분하기

미션과 목표는 구분되어야 한다’ 2020년 피플팀의 방향성을 확정하기까지 무수한 피드백이 오갔는데, 그 중 첫 회의에서 들은 피드백이다. 피플팀은 브레인스토밍 후에 ‘드라마의 일하는 방식을 더 내재화하고 기업문화를 공고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기업문화 정립’은 올해만의 목표가 아닌 언제 어느 때나 피플팀이 고민해야 하는 미션에 해당하기에 올해의 목표와 구분해야 한다는 피드백이었다. 팀의 미션을 기반으로 그 시기의 상황적 특성과 이슈를 반영하여 ‘목표’를 수립해야 했다. ‘미션’과 ‘목표’를 혼동하지 않기 위해서 조직별 미션을 정의하고 > 올해의 핵심 고려사항을 반영하여 > 목표와 추진 전략을 세우기로 하였다.


2020년 조직 운영 방향성 작성 가이드라인


STEP 2 >> AS-IS와 TO-BE 파악하기

현재를 파악해야 계획도 가능하다. 피플팀의 경우 업무 현황을 상시 업데이트하여 비효율적 요소를 경계하고, 리소스의 효과적인 운영을 위해 고민해왔다. 올해 2월을 기준으로 팀의 모든 업무를(작은 업무부터 큰 업무까지) 업데이트하니 4인 규모의 팀에 210행에 이르는 목록이 나왔다. 그리고 현재 리소스가 많이 투입되고 있는 부분이 한 눈에 파악됐다.

top-down으로도 바라봤다. ‘100인 규모의 IT스타트업의 피플팀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일까?’는 관점에서 다시 생각했다. 그간 리소스 부족으로 진행하지 못했던 업무라도 앞으로 피플팀에서 진행해야하는 일이라면 모두 나열했다. bottom-up과 top-down 방식으로 취합한 업무를 같은 성격의 것으로 구분하여 업무 도메인을 정리했다.

(왼쪽)작은 업무부터 큰 업무까지 모두 작성한 피플팀 업무 현황, (오른쪽) 최종 업무 도메인

HR측면에서 2020년이 이전과 다른 점은, 급격한 조직 규모의 확대가 예상된다는 점이다. 많은 동료가 새로 입사하고, 드라마의 문화에 적응하여 함께 성과를 내야 한다. 이런 상황을 인지하고 업무 도메인을 다시 보니, 2020년에 피플팀 리소스를 집중해야 할 영역이 보이게 됐다.



STEP 3 >> 2020년 핵심 전략과 세부 실행 방안 수립

2주동안 매일 (적어도) 30분~1시간은 피플팀의 목표, 전략, 실행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드라마가 가는 길을 잘 돕기 위해서 올해 업무의 우선순위를 정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올해의 피플팀 목표를 “드라마팀 시스템 안착”이라고 최종적으로 정리했다. 그간 역량 좋은 동료들의 개인기로 지금의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면, 좀 더 시스템적으로 개인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도와주는 조직이 되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15개 팀의 연간 방향성이 모두 정리되자 2차례에 나누어 전사적으로 공유했다. 총 4시간에 가까운 시간을 할애하여 각 팀에서 하고 있는 일, 앞으로 하고자 하는 일, 그리고 함께 해야 할 일에 대해 이해도를 높이는 시간이었다.

각 팀의 2020년 핵심 목표와 추진 전략

발표에 그치지 않았다. 실제 실행하기 위한 세부 방안에 대해 팀 내부적으로 다시 한 번 논의하고 R&R을 정리했다. 물론 이 모든 것이 ‘목표로 지정한 업무만 진행하고, 그 외의 것은 거부한다’를 의미하지 않는다. 최근 내가 하루에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는 일은 채용 난항으로 힘든 포지션에 대한 우수한 인재풀을 확보하는 것인데, 나의 상반기 R&R이나 목표에는 없었다. 하지만 조직의 필요에 따라 미리 정한 방향을 일부 수정하여 많은 리소스를 투입하고 있다. 팀 내에서도 사일로silo를 경계한다. R&R은 혼란을 방지하기 위한 역할 정리일 뿐 팀 내의 상황 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역할과 담당을 바꾸며 팀의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연간 목표를 수립하던 2월까지만 해도 올해 이렇게 변동성이 크고 어려운 상황과 마주할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계속 나아가야 하기에, 2020년의 목표를 나침반 삼아 값진 성과가 가능하도록 전력을 다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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