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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리날개 Feb 07. 2023

생각의 공간 만남의 장소 톨사이즈 하나만 주세요

티비소리는 왜 이렇게 크며. 강아지는 왜 수시로 들어 오고...

메뉴판을 보니 자그마한 글씨로 음료들이 적혀있다.


작은 글씨보다 불편한 건 어떤 메뉴가 어떤 식감과 맛 일지 모른다는 것.

하지만 이곳에는 별 걱정이 없다.


주문을 마쳤다.


복잡한 메뉴들의 공격을 무사히도 피했고, 안도했다.


어떻게 나는 이곳 스타벅에서, 마음이 편해질 수 있었을까?



1. 비바람을 피하는 톨사이즈


얼마 전 일본으로 여행을 갔다. 도착지에서 커피를 주문하는데, 불현듯 와이프의 한마디가 떠올랐다.


“거기 사람들은 일본어로 주문하면 한국사람을 무시한데! 그런데 영어 쓰면 잘 대접해 준다고 하더라. 웃기지? “

 

나름 한국에서 일본어를 열심히 공부했기에 약간은 기운이 빠지는 말이었다.

하지만, 일본여행에 대한 즐거움을 포기할 순 없지.


떠듬떠듬. 일본말로 주문하였다.


‘아이스커피, 구다사이. 스몰 사이즈 오네가이스마스’


점원이 묻는다


“토르(톨) 사이즈?”


아! 톨 사이즈를 묻는구나, 

스몰 사이즈가 아니고 여기에선 톨 사이즈 인가보다. 


내가 대답한다.


“하잇 하잇, 토르 사이즈. 오네가이스마스”


여차저차 주문을 마쳤다.

(연습한 일본말을 사용할 수 있어서 기분 좋았다.)


커피를 마시며, 비행기에서 지친 피로를 잠시 풀 수 있었다. 좁은 비행기에서 기지개도 제대로 펴지 못했는데,

커피집에 도착하니 넓은 공간감과 스트레칭할 수 있는 약간의 공간. 

그리고 건조한 비행기가 아닌 쾌적한 공기를 제공할 수 있는 커피전문점.


이곳에서 내가 주문한 것은 커피가 아니고

(바깥 날씨로부터 우리를 신체를 보호해 줄 수 있는)

작은 공간이었다.


나는 자연의 변화무쌍한 날씨를 피해 안락하게 쉴 수 있었다.


첫 번째, 스타벅스는 비바람 무더위 추위를 피할 수 있게 해주는 공간이다.



2. 그란데 - 우리 집에서는 공부(일)하기가 쉽지 않아요.


얼마 전에 와이프와 함께, 공부하러 스타벅스에 들렸다.

걸어오는 길에 함께 나눈 대화가 재밌었다.


"아휴~ 내가 대학교 때, 부모님이 집에서 공부하라고,

집에 책상 있고. 의자 있고. 밥도 있고. 뭐도 있고. 다 있는데

뭐 하러 돈 쓰러 밖에 나가냐고"

 

라고 얘기를 하셨지만.


“내가 집에서 공부만 하려고 하면,

책상이 어질러져 있고. 티비소리는 왜 이렇게 크며. 강아지는 왜 수시로 들어 오고...”

할 말이 많았다고.


그러면서, 직장을 다니고 있는 현시점까지 스타벅스로 공부하러 나간다는 것은,

그 공간이 주는 이점이 있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스타벅스가 주는 두 번째 장점은,

이곳은 많은 대학생, 직장인, 중고등학생, 수험생

모든 이들의 공부 장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가끔, 커피집에서 왜 공부하냐고 질책하는 분들도 있지만,

모든 사람들이 집이나 공부방에서 공부할 수 있는 상황인 것은 아니다.


본인이 공부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장소라고 생각한다.




3. 벤티 - 점심 후 미팅은 커피숍 룸에서 하시죠.


세 번째 이유에 대해서는 상황으로 대체하려고 한다. 


상황 1. 

직장에서 파견업무를 할 때, 회의 장소를 못 찾아 곤란했던 적이 있다.


상황 2.

결혼식 참석 직후 오랜만에 지인들과 만났는데, 어디 앉아서 얘기를 할 곳이 없어서 곤란했던 적이 있다.


상황 3.

당근마켓에서 물건 거래를 기다리는데, 물건의 상태를 펼쳐서 확인할 공간이 마땅치 않아서 어려웠었다.


이렇게, 우리는 스타벅스라는 이 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작고합리적인 가격을 제공하는 커피집과 비교하였을 때,

내가 이용할 수 있는 심리적 장벽이 조금 더 낮다.


세 번째 역할 - 타인들과 함께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는 장소 제공의 역할

   


4. 테트라 - 우리는 광장이 필요 없다.


넓은 잔디와 부지를 자랑하는 시청 앞 광장은

경기도에 거주하고 있는 나에게 너무 거리가 먼 공간이다.


집 근처의 커다란 공원은

겨울에 앉아 있기에는 너무 춥다.


반면에 타인과 담소를 나누며, 지인과 얘기를 하며, 지역사회 사람들과 만날 수 있는 공간은

집 앞 스타벅스가 적절해 보인다.

(물론 가격이 비싸다. 고민된다.)


이 공간 스타벅스가, 우리 사회에 필요한 광장의 역할을 어느 정도 떠맡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다.


마지막 역할 - 2023년에 적절하게 제공하고 있는 시민의 광장 역할


더 나아가, 개인마다 광장의 필요가 다를 것이다. 이런 개인의 목소리를 더 존중하고 담았으면 좋겠다.

(스타벅스 파이팅!)


마치며,


스타벅스는 


1) 비바람을 피하게 해 주며, 

2) 개인의 사적 공간을 제공해 줍니다.

또한, 3) 사람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이며,

4) 현재 시대에 시민의 광장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이 글은 

스타벅스의 유독 조그만 인쇄된 메뉴판을 보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른 커피집은 LED 광고판에 알 수 없는 음료가 많이 지나가는 것을 보다가

조금은 다르구나 느꼈거든요.


아마도 스타벅스는 커피를 파는 것에 집중하기보다는,


우리한테 앞서 말한 4가지 기능을 제공하는데 힘쓰지 않았을까요?


아 분명 4가지 기능만 있는 건 아닐 텐데, 다른 기능이 궁금하기도 합니다.


건강하세요. 이만 글을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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