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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른봄 May 30. 2022

사직의 변

시작과 끝은 선분의 양 끝점인 듯 느껴지지만 생각만큼 공평하지는 않습니다.


설렘, 기대, 희망, 다짐과 같은 긍정적인 말들이 시작과 함께 한다면

고민, 두려움, 불안, 걱정과 같은 온갖 부정적인 단어들이 끝을 붙잡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시작은 쉬웠던 것 같은데

끝은 간단하지도 깔끔하지도 않습니다.


스스로도 장고 끝에 내린 결론이고

흔쾌히 응원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아마도 모두가 같은 마음으로 저를 걱정하고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쟤가 후회하면 어쩌려고 저러나!

사람은 일이 있어야 하는데!

그 나이에 새로 뭘 할 수 있겠어!

젊은 애들도 취직이 안된다는데!


면전에 들려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만

마음의 소리가 귓가에 들려오는 듯합니다.


절대 후회하지 않겠다거나

지금의 결정을 옳은 것으로 만들 자신이 있다는

거창한 다짐은 할 수 없어요.


다만, 빈 손이어야 새로운 것을 잡기 위해 손을 내밀 수 있다는 것을 압니다.

또, 우리는 부지불식간에 자신을 위한 최선의 결정을 내리면서 살고 있다고 믿습니다.


때로 오늘을 돌아보며 살겠지요

등굣길, 뒤돌아 보며  흔드는 아이를 그만두기를 잘했다고 생각하다가

어떤 날은 미친 결정이었다고 안절부절못할지도 모릅니다.

안도와 후회가 조수처럼 왔다 갈 테고 그때마다 마음도 출렁대겠지요.


그렇게 살아보려고 합니다.

후회되면 후회되는 대로

후회가 지나가면

또 순간에 주어진 최선을 선택하면서

그렇게 살아볼 겁니다.


결혼과 출산이 인생 2막인 줄 알았더니

진짜 2막은 사직이었나 봅니다.


캄캄한 무대의 커튼이 젖혀지는 장면이 머릿속을 스칩니다.

지금은 어둡지만 막이 오르는 것은 시작입니다.

아주 살짝 설렘이 가슴께를 훑고 지나갑니다.


그럼, 저는 사직서를 내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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