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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yubiny May 23. 2020

불확실한 관계

상하이편-2018.11.03

그는 친구들과 사막으로 여행을 떠났다. 그가 떠나기 전 날, 우리는 한참 동안 서로를 바라보며 떨어져 있을 시간을 아쉬워했다. 그의 여행은 일주일 가량이다. 처음으로 꽤 긴 시간을 떨어져 있게 되었다. 그가 돌아온 후 우리의 관계는 어떻게 되어있을까? 어쩌면 서로를 어색해할지도 모르겠다. (아직 사귀는 사이 아님)


그는 나에게 여행 중에 일어난 일들을 문자로 알려주었고 나는 그의 즐거운 여행을 바랐다. 그러나 첫날 잠깐의 문자를 주고받다 연락이 끊기고 결국 그 밤을 넘겼다. 아침에 눈을 뜨며 핸드폰을 확인하였지만 연락은 없었다. 기다리다 못해 그날 밤에 연락을 또 보냈지만 그다음 날까지도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나는 그의 친구들의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이 친구들이 어떻게 여행을 하는 중일까 보다가 우연히 그가 나오면 그렇게 좋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에게 아직 아무런 연락이 없다는 사실에 심경이 착잡해져 갔고 불안해졌다.


우리는 겨우 이런 관계였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며칠 안 봤다고 바로 소원해지는 관계. 분명 여행 중 잠깐 문자 하나 날릴 시간은 있었을 텐데 말이다. 겨우 며칠 떨어져 있다고 이렇게 멀어져 버렸는데 그렇다면 그 이후에는? 너랑 나는 몇 개월 후엔 각자의 나라로 돌아가 더욱 멀어질 텐데..?


그에게 아무런 기대를 하고 싶지 않았다. 애초에 그렇게 다짐했었다. 관계에 ‘기대’라는 녀석이 들어가면 감정을 낭비하게 되고 서로 피곤해진다. 사실은 그에게 솔직해지고 싶지 않았다. 계속 나에게 그의 거리를 남기고, 그에게 나의 거리를 남겨두려 노력했다. 그래서 이런 상황에 ‘쿨’ 해지고 싶었는데 그 ‘쿨’이 안된다. 이렇게 잠깐 떨어진 사이에 확 멀어진 사이를 체감하게 될 줄 몰랐다. 서로의 거리가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는 걸까? 결국 슬퍼졌고 실망스러웠다. 이미 내 마음속에 그 사람은 자리 잡아버렸다.


휴 어쩌겠어, 우린 서로의 순간을 잠깐이라도 즐겼으니까 괜찮아. 그러니까 이제 내 마음속에서 내보내자. 어차피 영원한 것은 없어~


이별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내 마음에 제어장치를 걸어놓고 있었다. 더 상처 받기 전에 얼른 발 빼라고. 상처 받을까 봐 지레 겁먹고 도망치는 중이다.


하지만 상처 받는 것이 진정 두려운가?
아니잖아, 상처 좀 받으면 어때?
상처 받을 수도 있지. 적어도 진심이 아닌 채로 내 마음을 내가 속이고 상대방을 속이는 것보다 나아
내 마음에 솔직해질래

공원 한 바퀴 뛰고 노을 보고 에너지 뿜뿜! 우울한 땐 운동!


혼자서 북 치고 장구치고 마음속에 폭풍이 지나갔다. 그리고 다음날, 결국 그에게서 연락이 왔다. 당시 우리가 연락을 주고받던 wechat(중국 메신저 어플)이 그의 계정을 차단해서 그동안 그는 나의 연락도 받지 못했고 그가 연락을 할 수 도 없었던 것이다. 너무 허탈했다! 혼자서 뭐 한 거지? 결국 이를 계기로 우리는 다른 메신저로 옮겼다. 또 한편으로 좀 더 그에 대한 믿음이 생긴 것도 같다. 알고 보니 내가 멀리 떨어져 있는 그를 생각하듯 그도 나를 생각하고 있었다. 나는 불확실한 우리 관계에 대해 불안감이 들었던 것 같다. 아직 관계를 규정짓지 않았으니 서로에게 책임감을 갖지 않아도 되니까. 우리 둘은 모두 연말이면 이 곳을 떠나 각자의 나라로 멀리 떨어지게 된다. 우리의 결말은 예견되어 있다. 우리 사이에 8000km의 거리를 놓이고도 관계를 지속할 수 있을까, 그 어려운 길을 갈 것인지 지금 선택하기엔 우리 둘 다 불확실하다. 하지만 그 불확실한 관계에서도 서로의 마음이 서로에게 향해있다.

나에게 처음 일어난 일이었다. 이런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나에게 진심을 내비치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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