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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yubiny May 29. 2020

Are you mine?

상하이편-2018.11.12

여행에서 돌아온 그를 마주하는 것은 생각보다 떨리는 일이었다. 그리고 왠지 모르게 보기 싫기도 했다. 그동안 내 맘 고생시킨게 야속해서 그런가... 그래도 퇴근이 기다려지는 것이 사실이었다. 심지어 지하철을 환승하면서 뛰고 싶었다.


지하철에서 내려 이 공원을 지나면 사무실

그동안 조금의 변화가 생겼다. 나는 인턴을 하기 시작해서 더이상 평일의 자유는 사라졌고 날씨는 11월로 접어들며 늦가을에서 겨울의 입구 쯤이 되었다. 그가 약속장소에서 겨울코트를 입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쩐지 낯설어 긴장되었다. 만나면 반가워서 달려가 안을 줄 알았는데 손 잡기도 어색했다. 이상한 일이었다. 그 날, 그와 함께 있으며 나는 갑자기 울음을 터트리게 되었다. 나도 당시엔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나중에 다시 생각해보니 난 그 날 밤, 그와 살을 맞대며 내가 그를 많이 그리워했다는 것을 깨닫고 나의 곁에 바로 있는 그에게 안정감이 드는 동시에 서러움의 감정까지 북받혀버린 것 같았다. 나는 역시 그가 좋다. 인정하게 되었다.


금요일에는 그가 처음으로 퇴근하는 나를 마중하러 회사 쪽으로 왔다. 그가 회사 근처에서 기다리다 나를 발견하고 나를 향해서 손을 흔들며 웃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동안의 퇴근길은 어떻게 최단거리로 최대의 스피드로 지하철을 벗어나는 지가 관건이었지만 그 날만 퇴근길도 재미있었다. 레스토랑에 가서 저녁을 먹고 와이탄을 걷고 달콤한 디지트도 먹었다. 정말 커플이 할 법한 데이트를 했다. 반짝반짝 거리는 도시의 빛과 나와 리온이가 선명히 기억에 남았다. 처음으로 다른 사람에게 부탁해서 둘이 나온 사진도 찍었다. 나는 자랑스러운 나머지참지 못하고 그 사진을 sns에 올려버렸다.


“상하이”하면 바로 이 야경!(와이탄에서 푸둥을 바라 볼 때)


하지만 내가 더 좋아하는 건 강 건너편에서 보는 이 야경! (푸둥에서 와이탄을 바라 볼 때)


그 다음 날:
“내 친구가 내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있는 너와 나의 사진을 보고 오랜만에 메세지를 보냈어. 그 친구가 ‘Is he yours?’ 라고 묻더라?”
"Yes, i am!"


리온이는 바로 그렇게 대답을 했다. 떠보자고 꺼낸이야기 아니었고 그냥 재밌어서 말해준거였는데 뜻밖의 수확을 얻었다! 이렇게 바로 대답해줘서 정말 기뻤다. 처음으로 우리 관계를 정립하는 느낌이었다. 관계를 정립하건 말건 애매한 우리 사이던 서로가 행복하고 같이 있는 이 순간이 즐거우면 그만인데 확인하지 않으면 왜 이리 불안한 건지.

우리는 변하니까, 우리의 마음은 시시때때로 변하는 중이니까, 일 분전의 나는 더이상 지금의 나와 다르고, 현재는 계속 지나가는 중이고, 그래서 변하는거 인정하고 너무나 잘 알고 있으니까 변하지 말자라고 우리는 이런거야 라고 확인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런걸 질색했지만 누군가를 좋아하고 좋아하면 할수록 놓칠까봐 두려워진다. 사람 마음이란~~
그리고 그의 질문,
"Are you mine?"
"Yes, of course!"



(먼 훗날, 기나긴 논쟁 끝 우리는 이 날을 우리의 1 일로 정하게 되었다. 그동안 서로 생각했던 1일이 달랐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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