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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yubiny Jul 20. 2020

꼭 껴안고 잠에 드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야

상하이편-12월 첫째 주

날씨가 너무 좋은 토요일이었지만 나는 굉장히 저기압이었다. 무언가를 해야만 기분이 조금이라도 나아질 것 같았다. 저기압이었던 이유는 아직 그의 귀국 날짜는 10일인 상태였고 나는 그게 싫었던 것이다. 나는 일찍 떠나려는 그의 결정에 서운해서 그와 멀어지고 싶었다. 그래서 결국 혼자 잠깐 당일치기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그리고 모든 짐을 챙겨 나가고 싶었다. 그와 떨어져 생각을 하고 싶었다.

그가 밖에서 돌아와 내가 곱게 화장을 하고 예쁜 옷을 입고 짐을 싸는 모습을 보며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왜 나와 같이 다음 주에 가려고 하지 않은 거야? 왜 모든 짐을 싸고 있어?”
“그냥, 오늘은 날씨가 너무 좋잖아 오늘 가고 싶어. 짐 싸는 건 빨래하고 싶어서.”

결국 난 모든 준비를 마쳤지만 여전히 떠나지 않고 미적거리고 있었다. (사실은 그와 함께 가고 싶었으니까!)

그러다 얘기를 시작했다.
더 머무르라고 붙잡고 싶지만 그가 나를 위해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더 머무르는 결정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그래도 되는 관계인지에 대해 확신이 없기에 말할 수 없는 내 마음을 설명했다.

“그렇다면 더 머무르라고 얘기해!”

그 말에 용기를 내어 함께 할 시간을 일주일 정도 벌게 되었다. 큰 소득이었지만 겨우 일주일이었다. 그 일주일 뒤면 우린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슬퍼져 울고 서로를 껴안다 잠이 들었다.

저녁에는 곧 떠나는 친구들을 위한 환송파티가 있었다. 너무 울어 많은 사람들과 웃고 있을 수가 없어 ‪저녁‬ 약속에 가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약속이었으니까 레스토랑에 가서 많은 친구들을 만나게 되었다. 그동안 못 본 친구들도 보고 곧 떠날 친구들에게 아쉬움도 전할 수 있어 결국 오길 다행이었다. 많은 친구들과 멋진 야경과 함께 맛있는 식사를 하고 좋은 와인도 마실 수 있어 굉장히 즐거웠다.


아무리 우울하더라도 사람들을 만나고 즐거운 척하고 , 즐거운 척하다 보면 진짜로 즐거워지고 그 순간을 즐기게 되는 것 같다. 역시 방안에만 있는 것은 우울해지는 것 같다. 그리고 그 순간을 그와 함께 보낼 수 있어서 달콤했다.

자리가 끝나고 몇몇 사람들과 상하이의 밤거리 곳곳을 걸어 다녔다. 상하이는 참으로 많은 것들을 느끼고 배울 수 있었던 도시였다.

그는 내가 더 머무르라고 붙잡길 바라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내가 그만큼 그를 원한다는 더 큰 확신이 필요했을 것이다. 나만 바라보고 귀국을 늦추는 건데 내가 일찍 떠나던 말던 아무런 반응이 없으면 그도 불안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에게 좀 더 솔직하게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백배 낫다.

나는 날씨가 좋다면 뭔가를 해야만 했다. 하지만 그는 아무것도 안 해도 함께 있다면 좋다고 했다. 무언가를 꼭 하지 않아도 괜찮은 것이다. 그는 우리가 서로를 껴안고 스르르 잠에 드는 것이 아름답다고 했다. 그것이 얼마나 자연스럽고 예쁜 상황인지 그가 말해주지 않았더라면 나는 인지하지 못했을 것이다. 행복은 특별한 무언가를 해야만 찾아지는 것이 아니고 사실 우리가 보내는 일상 곳곳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숨어있는 일상 곳곳의 행복을 발견해내고 충분히 그 순간을 즐겨 쉽게 흘려보내지 말기로 했다. 미래에 대해 불안해하고 걱정하는 것보다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을 꽉 붙잡고 싶다.


아무것도 안 했다고 불평했지만 사실 많은 것을 한 하루였다. 그에게 진솔하게 고백한 덕분에 귀국을 늦출 수 있었고 친구들에게 잘 떠나라는 인사를 할 수 있었으며 밤거리를 걸으며 나에게 많은 것들을 안겨준 상하이에 대해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와 24시간을 같이 있었고 또한 같이 울고 웃을 수 있어서 좋았다.


저기 노란색 불빛나는 건물 중에 있는 레스토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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