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60에 다시 시작하는 영어(2)
영어, 그 영원한 욕망의 언어
영어가 다시 내 인생의 주제로 떠오른 것은 결혼을 하고 두 아이를 키우면서였다.
세돌이 지나지도 않아서 한글을 읽는 딸을 보니 자연스럽게 영어가 고민이 됐다.
8년을 배웠어도 원어민 앞에서 머리가 하얘지는 경험은 영어에 대해서 욕망을 갖게 만들었다.
나의 영어는 반쪽자리 망한 영어지만 딸의 영어는 반드시 온전한 영어로 만드리라!
두 주먹 불끈 쥐게 만들었다.
지금은 너무도 흔한 말이 됐지만 22년 전은 엄마표 영어라는 말이 아직 생기기도 전이었다.
두 아이 모두 학원을 보내지 않고 집에서 직접 하기로 만들었다.
그것은 영어를 가르치는 것은 아니었다.
그 시작은 반쪽짜리 내 영어와는 다르게 시작하는 거였다.
발음기호를 배우거나 파닉스를 학습하는 대신 모국어처럼 먼저 소리에 익숙해지기, 영어에 귀가 열릴 때까지 영어소리 채우기, 귀가 열리면 모국어를 옹알이하듯이 영어도 옹알이부터 시작해서 말문 열어주기, 그 과정 중에 영어 책은 헤아릴 수 없이 읽기, 하루에 3시간 3년의 장기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내 인생에 그렇게 뭔가를 끈기 있게 붙잡고 끝을 봤던 적이 있었던가?
하지만 이 프로젝트는 달랐다.
하루에 3시간씩 3년을 했는데도 여전히 새로웠다.
언어감각이 제법 발달한 딸은 마치 모국어를 배우고 한글을 저절로 읽었을 때와 똑같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딸의 영어는 반쪽짜리가 아닌 듣고 말하고 읽고 쓰는 언어의 4대 영역을 고루 갖춘 영어였다.
아마도 그게 너무 신기해서 지치지 않고 엄마표 영어를 할 수 있었던 것이리라.
세상 아이들의 영어
두 아이의 영어가 소문이 나면서 자연스럽게 영어공부방을 열게 됐다.
영어공부방을 시작으로 16년 차 두 개의 영어학원 원장이며 엄마표 영어 관련 책의 저자가 됐다.
처음엔 나의 두 아이의 영어를 보면서 신기했다.
영어공부방을 하면서부터는 세상의 아이들의 영어가 신기했다.
알파벳도 모르고 내게 온 아이들이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면 어느덧 영어소리에 귀가 열린다.
발음기호 학습과도 같은 파닉스 공부를 하지 않아도 영어 책을 읽는다.
더 신기한 것은 귀가 열리며 자연스럽게 튀어나오는 영어말하기다.
아이들이 불쑥불쑥 영어로 말을 할 때 그 감동은 아마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거다.
그것은 마치 나의 아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첫 옹알이를 시작하고 어느 날 "엄마""맘마" 같은 첫소리를 뱉을 때 느끼는 감동과 같다. 16년 동안 세상아이들을 만나고 있지만 16년 동안 여전히 감동적이다.
세상의 아이들을 보면서 내 속에서도 욕망이 다시 꿈틀거렸다.
나도 저 아이들처럼 영어 소리에 귀가 열렸으면 좋겠다.
툭치면 툭 영어가 튀어나오는 경험을 하고 싶었다.
영어를 말할 때마다 머릿속에서 문법 먼저 떠올리며 자기 검열을 하느라 입이 떨어지지 않는 영어를 벗어나고 싶었다.
나는 아이들과 똑같은 방법으로 다시 영어를 시작하기로 했다.
툭 치면 툭 튀어나오는 영어,
과연 어른도 될까?
단지 머릿속에 드는 의구심 하나는,
나는 60세, 나의 귀는 이제 막힐 대로 막혔는데,
과연 어른도 될까?
영어 귀 뚫기?
60에 시작해도 3년이 지나면 겨우(?) 63세,
음, 밑질 건 없음.
나는 시작해 보리라 크게 결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