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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쪽 남자 선생님 Aug 02. 2023

회사 생활 감정 일기 - '허탈'

내로남불로 인해 고통 받은 내가 행복을 찾는 방법에 대하여

날짜 : 2023년 8월 2일 (수요일)


시간 : 오전 8시 30분 ~ 오후 5시 30분


감정 : 허탈


내 마음 : 잘 해소함







낮 최고 더위 36도 무더위....

전국 휘감은 폭염...

전국 대부분 체감온도 35도까지 올라...

강릉 37.8도 전국 최고… 질병청 “누적 온열질환자 1284명”



연일 내리쬐는 뜨거운 햇빛과 폭염으로 무더운 더위가 한창인 여름이다.

이렇게 여름을 온몸으로 느끼며 병원에서의 감정노동에 지쳐가노라면, 집에서 에어컨 켜고 이불 덮고 낮잠을 자고 있는 나의 모습이 그리워진다.

이렇게 지쳐갈 때쯤 정신없이 연중 길게 쉴 수 없는 병원에도 유일하게 길게 쉴 수 있는 단 하나의 휴식 '여름휴가'가 눈앞에 다가온다.

오늘은 우리들의 유일한 휴식 여름휴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여름휴가라고 하면 얼마나 달콤한가.


계곡에서의 물놀이, 해수욕장에서의 물놀이, 초록초록 산으로의 여행, 더위에 지친 우리의 입맛을 돋워줄 맛있는 여름 음식들, 가족과 연인과 친구들과 함께하는 즐거운 추억거리들이 떠오른다.


모두가 기대하고 있는 이 여름휴가 시즌의 우리 병원은 남들은 모르는 내로남불과 '허탈'의 감정을 느끼는 순간이기도 하다.



"여름휴가 계획 했니~?"

"나는 7월~"

"나는 8월~"

"나는 9월~"

"어! 나도 7월인데, 너랑 나랑 겹치지 않게 해야 되는 거 알지?"

"야~ 네가 그때 간다 하면 내가 못 가잖아, 너 바꿔라"

"너 비행기 예약 했어? 해외 가는 거 아니면 일정 좀 바꿔라, 나 이미 비행기 예약했어~"

"월요일은 못 내는 거 알지?"

"야 남들 다 3일 가는데 너만 4일 내는 건 좀 이기적이지 않니?"

"너는 휴가 많이 갔잖아, 얘 그만 좀 가라, 너만 쉬니?"

"그때? 야~ 안돼, 그때 쟤가 가잖아. 그때 말고 다른 때에 가 겹치지 않게!"



휴가 계획 하는 열정만큼 환자에게 쏟는다면 정말이지, 우리 병원은 최고의 병원이 될 텐데 말이다.


사실 겉보기엔 여름휴가 계획에 모두가 행복해 보이는 그림이지만, 이것은 단편적인 모습일 뿐이다.

우리는 모든 것이 입사 순으로 이루어져 있다. 나이가 많아도, 경력이 많아도, 더 훌륭한 일을 하다 왔든 형편없는 일을 하다 왔든 간에 다 떠나서 그저 입사 순으로 위계질서가 이루어져 있다.


우리는 여름휴가를 선점하는 것 또한 입사 순인데, 이것은 정말 대단한 '허탈'을 느끼기도 한다.


병원은 직원들이 휴가를 자유롭게 갈 수 없는 근무처 중 하나다. 여러 사람이 함께 일하는 조직들의 특징이기도 한데, 우리도 예외는 아니다.

결정적으로, 내가 휴가를 가면 내 옆에 동료가 내 몫만큼을 더 일해야하기 때문이라는 근본적인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나는 다른가? 아니다. 나 또한 내 옆에 동료가 휴가를 가면 내가 동료의 몫만큼 더 일을 해야 하는 건 당연하다.


정리해 보면, 동료가 휴가를 가면 내가 그의 몫까지 해야 되는 건 서로 동일하다.


그렇다면 그런 휴가를 서로 자유롭게 쓸 수 있을까?


이것은 아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위계질서는 입사순이다. 


입사순에서 유리한 사람은 누가 뭐라 할 것이 없기 때문에 마음대로 휴가도 낸다. 월요일에는 바빠서 내지 말자는 우리들끼리의 약속도 당연히 없던 일로 한다. 

그 이유는 위계질서가 입사순이고 입사가 빠른 사람에게 그렇게 하지 말라고 하는 사람이 없다.

또 선임자들은 "어차피 내가 간다고 병원 안 돌아가는 거 아니니까~" 라고 말하고 또 그렇게 생각한다.


그렇지만, 입사순에서 불리한 사람은 앞에서부터 뭐라 하기 때문에 마음대로 휴가를 못 낸다. 월요일에는 당연히 못 낸다. 여름휴가도 마음대로 못 정한다.

그 이유는 입사순으로 불리한 사람이 월요일에 휴가를 내면, 입사순에서 유리한 선임자가 고생을 더 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입사순으로 불리한 사람이 휴가를 가버리면 루팡들이 일을 해야하니까 그것이 루팡들에겐 매우 힘든일이라는 것이다.


여름휴가는 진실된 모두의 협의가 아닌 가짜인 모두의 협의로 다음과 같이 정해진다.


첫 번째, 입사 제일 빠른 선임자가 원하는 날짜에 휴가를 낸다.

두 번째, 그다음 입사가 빠른 사람은 선임자가 정해진 날짜를 피해서 휴가를 낸다.

세 번째, 그렇게 정해지다 보면 뒤쪽에 있는 사람은 남는 날짜에 가야 한다.


이럴 거면 왜 휴가 계획 있냐고 물을까..? 그냥 너 이때 가고, 너 이때 가라 하면 될 것을..


그래도 위와 같이 정해지면 다행이다. 현실은 생각보다 더욱 참담하다.


모두가 먼저 원하는 날짜에 휴가를 선점했다. 그래서 남는 날짜에 간다고 이야기했다. 그런데 그 날짜에는 휴가를 내지 말라는 것이다.


그 이유는 이렇다. "네가 휴가를 낸 날에는 병원에 중요한 행사가 있어서 사람이 빠지면 안 된다"라는 이유였다.


여기까진 좋다. 그럴 수 있지.


그래서 병원에 중요한 행사까지도 피해서 남은 날짜에 간다고 했다.


이번엔 휴가 기간을 좀 줄이라는 것이다.


이번엔 이것에 이유는 이렇다. "네가 지금 4일 가려고 하는데 그때 선임자 한 명이 휴가를 가야 해. 그럼 사람이 또 비어서 업무가 힘들잖아?"라는 것이다.



뭐 이건 이래서 안 되고 저건 저래서 안되고, 근데 당신들은 이래서 되고 저건 저래서 되고



그렇다.


까라 하면 까야하는 곳, 원래부터도 불공평한 곳, 이곳이 바로 사회고 직장이다.







한 번도 원하는 날짜에 여름휴가를 써본 적이 없는 나는 이 시즌이 돌아올 때마다 항상 허탈을 느낀다. 우리가 모두 같지만 같지 않다는 것을 느끼기 때문이다. 내가 아무리 이들과 같은 일을 하고 같은 밥을 먹고 같이 고생해도, 우리는 같지 않다.


그렇다고 그냥 받아들이자, 이해해 보자라고 한다고 이게 이해가 되고 받아들여질까..?


나는 그렇지 않았다. 그래서 이 불공평함이 매우 답답했고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지"라는 생각도 많이 했다. 그저 그들이 나쁘다고 탓하기에는 이 사회는 지극히 정상적인 모습이었고 오히려, 이런 것에 불만을 품는 내가 이상한 사람이 되곤 했다. 매우 고통스러운 상황도 많았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다.


이런 답답한 상황을 맞닥뜨리고 난 후, 생각의 전환을 하기 위해 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선임자들이 휴가를 갔을 때 나에게 좋을 수 있는 것들을 찾는 것이었다.


고통 속에 행복의 답이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1. 선임자가 휴가를 가면 나에게 잔소리할 사람이 없어진다.

2. 선임자가 휴가를 가면 나의 업무는 많아지지만, 그만큼 그 일에 대해 뭐라 할 사람이 없어진다.

3. 선임자가 휴가를 가면 평소에 꼴도 보기 싫은 선임자를 며칠씩이나 안 봐도 된다.

4. 선임자가 휴가를 가면 언제나 선임의 그림자 속에 갇혀 보이지 않던 나의 업무 능력이 빛을 발한다.

5. 선임자가 휴가를 가면 그를 싫어하던 누군가가 꼴도 보기 싫었는데 잘 됐다며, 나와 공감을 해준다.


몰랐는데, 나는 업무가 많은 것이 스트레스가 아니고 선임자들이 하는 한마디 한마디에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이다.


난 차라리 업무가 많고 옆에 잔소리하는 사람이 없는 날이 좋다.


업무는 나 자신의 능력이고 나와의 싸움이지만, 감정노동은 다른 사람과의 싸움이기 때문에 더욱 힘들다.


나는 그렇기 때문에 이제는 선임자에게 일 하기 싫으면 차라리 휴가를 가시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면 선임자는 "항상 본인만 휴가를 가는 것 같아서.. 좀 미안하네"라고 말하며 신경 써줘서 고맙다고 나에게 이야기한다.




당신의 내로남불 덕에 당신만 휴가를 가는 것이 나에겐 당신이 없음에 기쁘고 행복한 지도 까마득히 모른 채 말이다.







혹시 여러분도 다른 사람의 내로남불 때문에 감정적으로 또는 정신적으로 힘들고 지친다면,


그 고통 안에 자신의 행복을 만들어주는 어떤 것이 들어 있을 거예요.


가치 없는 것에 감정을 낭비하지 말고, 가장 중요한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는 기회로 삼았으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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