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뜻대로 되는 거 하나 없는 이놈의 인생
"잘 챙겨 먹어. 운동하고."
요즘 친정엄마가 나만 보면 하는 말이다. 거의 라디오에서 시간 알림 해 주는 수준이다.
<잘 먹고 운동하면 안 아프다.>는 엄마의 뜻.
듣고 잊어버리는 말이다.
그리고
나도 엄마이므로
자식에게 계속하게 되는 말.
나의 경우는 아직 아이가 아플 나이는 아니므로
<잘 먹어야 잘 뛰지! 편식하지 마.>라는 명령조의 말로 바뀐다.
나처럼 아들도 내가 아무리 알람처럼 저 말을 해대도 듣는 시늉도 하지 않는다.
잔소리 그만하라며 귀를 막거나 "잘 먹었거든요?~ 엄마보다 잘 뛰거든요~?" 하고 도망가버린다.
나나 우리 엄마나 참 뜻대로 되는 일이 없다.
오늘은 불규칙적인 생활습관으로 노화의 과정을 남들보다 진하게 넘기는 듯 한 쑤시는 내 몸뚱이를 위해 남편과 같이 (출근할 데도 없으므로 목적지 없이) 집 밖으로 나갔다.
7:20이라는, 게으른 주부에게는 놀랍게 이른 시간임에도 동네 거리는 자전거 타는 사람, 뛰는 사람, 걷는 사람, 사람 천지였다.
세상으로부터 나를 차단시킨 코로나는 사람들에게 마스크만 추가 해 놓은 듯 보였다. 나의 일상을 빼앗아간 치명적인 코로나에도 담담하게 움직여지고 있는 삶이 야속했다. 그래서 나도 일상처럼 양재천으로 걷기 시작했다.
한 시간을 걷고 시장에서 부추, 방풍나물을 사들고 와 아침을 차려먹었다.
기름에 고소하게 부쳐진 부추전도 맛있고, 물파스 맛 방풍나물이 된장과 어우러지니 뒷맛이 어찌나 개운한지 계속 들어간다. 밥을 다 먹고 보니 9:30이다
별것 아닌 두 시간이 귀하다.
잘 먹고 운동을 했다. 아니, 운동하고 잘 먹었다.
정말
<잘 먹고 운동했더니 안 아프고 기분도 좋아진다.>
엄마의 뜻이 내 뜻이 되었다.
어제 새벽까지 조잘거리느라 여적 자고 있는, 내뜻대로 안 되는 아들도 언젠간 자기의 뜻을 가지게 될 터. 내뜻대로 되는 것 하나 없어도 참 즐거운 세상이다. 언젠가는 내뜻이 네 뜻이 될 테니 말이다. 다 네 뜻대로 하여라.
내뜻대로 되지 않아도 그저 좋다.
그리고 잔소리는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