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청부터 보고까지
거의 모든 People Analytics채용 공고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역량이 있다 바로 ‘커뮤니케이션’인데 솔직히 커뮤니케이션은 Analytics 직무뿐 아니라 많은 직무에서도 필요로 하는 역량이다.
반면 Analytics 직무에서 분석만 잘하면 되지 커뮤니케이션은 왜?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텐데 오늘은 PA에서 왜 이렇게 커뮤니케이션을 필요로 하는지 이야기하겠다.
총알이 있어야 전투를 할 수 있듯 데이터가 있어야 Analytics가 가능할 것이다. 물론 본인의 힘으로 데이터를 구할 수도 있을 텐데 데이터를 추출하는 것보다 어려운 경우가 바로 데이터를 적재해야 하는 과정이다. 우리가 적재해야 하는 데이터는 보통 HR시스템이나 SaaS기반의 외부 클라우드에 쌓여 있는 경우가 많은데 해당 데이터를 분석이 가능한 통합 DB에 적재하기 위해서는 HR시스템 개발자, SaaS 운영업체 (예를 들어 교육업체의 LMS를 통해 사내교육을 관리하는 경우) 그리고 DB관리자 사이에서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하고 여기에 더 나아가 영업이나 재무 관련된 데이터에 접근해야 할 경우에는 해당데이터에 대한 오너십을 가지고 있는 부서의 협조도 필요하다.
이때 많은 HR담당자는 “저희 앞으로 이러이러한 데이터 쌓아주세요!”라고 부탁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게 큰 고민 없이 쌓게 되는 데이터는 추후에 더미데이터(dummy data)가 되거나 자신의 목적에 활용할 수 없는 형태로 쌓이게 될 가능성도 높다. “저희 이런 데이터 쌓아주세요!” 라기보다는 데이터 정규화에 대한 이해를 가지고 저 “이 데이터를 가지고 무엇 무엇을 할 것이므로 이러한 형태로 테이블에 쌓아주세요”라고 할 줄 알아야 한다. 이 부분은 People Analytics 101 : 데이터 쌓기 에 좀 더 자세히 다루었으니 다시 한번 찾아보길 바란다. 그렇게 목적이 정해지면 분석용 DB에 데이터를 연결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HR시스템이 내부의 서버로 관리가 되고 있다면 DB to DB 방식으로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연결이 가능하지만 SaaS처럼 사내 서버가 아닌 외부 클라우드에 데이터가 있는 경우에는 해당 업체의 개발자에게 “저희가 이런 형태의 데이터 테이블이 필요하기에 데이터를 연결할 수 있는 API를 구축해 주세요”라고 요청을 해야 한다. 그러면서 PA담당자는 SaaS기업의 개발자와 내부 개발자 사이에서 일정과 방식 등을 조율해 가며 커뮤니케이션해야 한다.
지금까지 없던 데이터를 생성해야 하거나 다른 방식으로 생성해야 하는 경우가 많이 생기는데 그럴 경우 HR시스템을 수정하는 과정에서의 커뮤니케이션도 매우 중요하다. 본인이 보았을 때는 단순히 데이터를 수정하는 작업처럼 보일 수 있지만 해당 데이터가 회계나 영업 시스템에 연결되어 있다면 상상을 초월하는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임직원들의 직군 정보를 바꾸는 작업을 한다고 했을 때 해당 데이터가 영업이나 회계 시스템에 실적 및 예산을 분배하는데 쓰이고 있다면 HR시스템 관리자뿐 아니라 회계 영업시스템 관리자 및 영업 및 예산 담당자의 도움을 받아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PA담당자는 HR시스템을 수정하여 얻고 싶은 데이터를 명확히 하고 시스템이 수정되면서 기존의 데이터에 영향을 미치는지? 그렇다면 그 데이터는 또 어디에 연결되어 있는지를 살피고 관련된 담당자에게 해당 상황을 공유해 나가며 시스템 고도화 방안을 기획해야 한다.
People Analytics의 수요자는 현업에서 HR업무를 함께하는 동료일 경우가 가장 많다. 하지만 PA가 아니더라도 여러 데이터 분석가들은 자신의 분석결과에 대해 매우 큰 감동을 받지만 타인도 분석가가 받은 감동을 똑같이 받기는 매우 어렵다. 즉, 영화감독이 자신이 촬영한 영화가 흥행에 실패하였다고 관객들을 탓하지 않듯 PA담당자 또한 자신의 분석이 현업에서 무관심한 상황을 "우리 HR은 데이터에 개념도 없고 관심도 없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더 사용자 친화적인 마인드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처음 PA를 하게 되면 자신의 분석결과가 기존 HR영역에 매우 큰 영향을 끼치게 되는 것을 바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시작은 그런 방향보다는 채용, 보상, 평가, 승진 담당자가 기존의 업무를 데이터를 통해 더 잘할 수 있게끔 지원해 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좋다. 만약 처음부터 소통 없이 HR의 각종 지표들을 영업본부의 실적 모니터링처럼 우리 HR동료들의 실적을 체크하는 용도로 시작을 하게 되면 경영진은 좋아할지 몰라도 동료들에게 신뢰를 잃을 수 있다. 그렇기에 HR동료들과 소통하며 채용, 평가, 보상 담당자가 고민이 있을 때 “우리 이런이런 데이터를 가지고 이런 방식으로 함께 해볼까요?” 라며 기존의 HR을 데이터를 통해 더 잘할 수 있게 도와주는 지원역할을 우선적으로 하는 것이 서로의 정신건강에 좋다.
데이터분석을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겉으로 보면 있어 보일 수도 있지만 그 안에서는 전처리 등 수많은 고통이 따른다. 물론 이러한 고통을 느끼면 이만큼 고생했다는 것도 함께 전달하고 싶을 텐데 “제가 기존의 A데이터와 이러이러해서 힘들게 구한 B데이터를 가지고 토픽모델링 결과 이러한 결과가 나타났고….” 보고받는 분이 점점 표정이 안 좋아질 수 있다. 이 부분에서는 인간의 뇌가 가지는 사고 시스템을 두 가지로 나눈 이중시스템이론(Dual process theory)을 이해하면 좋은데 인간의 뇌는 직관적이고 처리가 빠른 "시스템 1"과 논리적이고 처리가 느린 "시스템 2"의 두 가지 모드로 사고를 처리한다는 이론이다. 이 이론과 함께 데이터분석 보고는 시스템 1 사고와 시스템 2 사고를 활용하는 “원투원투 전략”을 기억하면 좋겠다.
먼저 보고받는 상대방에게 어떤 분석을 통해 무엇이 개선될 수 있는지를 설명해 주어야 한다. 예로 어떠한 분석을 진행했다면 "이번 XXX 분석 모델을 통해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핵심인재 이탈에 대한 대비책을 강구하였습니다" 라며 직관적으로 무엇이 좋아지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
그렇게 보고받는 사람을 먼저 안심시킨 후에 어려운 이야기를 했을 때 더 큰 만족감을 가지게 되는데 실제로 어떤 물건을 구매하려 할 때 해당 물건을 어느 정도 구매하기로 결정한 상태에서 매장을 찾아가 물건을 보게 되면 큰 하자가 있지 않는 한 구매 의사를 번복하지 않는 것처럼 데이터 분석 프로젝트 또한 이를 통한 효과를 먼저 제시하고 분석에 대한 이야기로 들어갈 때 뭔지 몰라도 좋아 보이는? 효과가 생긴다. 분석에 대한 기술적인 설명이 끝났다면 다시 말랑 말랑한 스토리텔링을 통해 다시 한번 상대방의 공감을 자극해 준다. “우리 분석대로 이러이러한 임직원이 있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우리가 이러이러한 임직원에게 이런 제도로 이러이러한 문제점이 해소가 된다면 우리 임직원은 더 행복해지고…” 라며 이야기한다면 기술적인 부분에서 조금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도 해당 스토리를 통해 자신이 처음 가졌던 안심에 확신을 가질 수 있게 된다.
마지막으로 해당 분석에 대해 재정리를 하며 마무리해야 하는데 이때는 시스템 2를 사용하는 분석결과를 짧고 임팩트 있게 재정리하면 좋다. 이를 무시하고 자신이 분석한 과정과 결론에 대한 설명만으로 보고가 이루어진다면 "그래서 뭐?"라는 대답과 함께 본인의 능력치 중 열정 -2가 되는 경험을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다시 정리해 보면
기대효과를 명확히 전달(시스템 1) → 분석에 대한 설명(시스템 2) → 스토리 텔링(시스템 1) → 두 번째와 다른 방식으로 분석에 대한 결론 재정의(시스템 2)
라고 할 수 있으니 여러분들도 원투원투 전략을 실행해 보길 바란다.
이렇듯 PA는 데이터를 분석하는 역량도 중요하지만 비즈니스를 이해하고 문제해결을 위한 연합군을 만들며 분석의 의도와 기획이 잘 전달되도록 하는 커뮤니케이션 역량이 분석 역량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드리고 싶다.
언어란 사고의 토대이고 사고는 감정의 영역이다. 그러므로 올바른 말을 선택하면 상황에 따른 상대방의 반작용을 실질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다. - 데이비드 J. 리버만
- 이 글은 2021년 인살롱에서 작성되었습니다.